2019년부터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
5월 12일 울산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 옆에 업사이클링 제품만을 판매하는 우시산 매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페트병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든 양말과 수건, 티셔츠, 에코백, 고래·상괭이 인형 등을 판매한다. 한쪽 벽에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협업해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팝아트 작품을 인쇄한 커다란 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수막 원단 역시 페트병을 가공해 만들었다. 페트병 뚜껑을 모아 만든 화분도 찾아볼 수 있다.
우시산은 울산 토박이인 변의현 대표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5년 울산에 창업한 기업이다. 울산을 상징하는 문화콘텐츠인 고래를 주제로 한 관광 상품을 판매해 왔는데 고래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고,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으로 고래를 살리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2019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울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우시산은 부산과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있는 대구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현재 우시산은 최근 개점한 울산박물관 매장을 비롯해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과 부산 비콘그라운드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매장이 있다.
협업으로
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 성과
지난해 9월 ‘이달의 한국판뉴딜’ 사례로 꼽힌 우시산은 12월에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처럼 우시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페트병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탄생하려면 페트병을 수거해 세척·분쇄한 후 단섬유(솜)를 만들고 실을 뽑아 원단을 제작하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산 단계를 거칠 때마다 인건비가 들고 공장들이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아 물류비도 증가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에 우시산은 공공기관·기업·NGO 등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투명 페트병을 모으면 분쇄를 담당하고 리사이클 섬유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을 거쳐 우시산이 최종 제품을 제작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도 직업 훈련을 하고 있다.
“우시산 자체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처음엔 분쇄·섬유 소재 기업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흔쾌히 동참해주셨죠.”
우시산은 환경보호,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으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대량 생산 방식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한다. 우시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멸종위기 바다 생물을 자수로 새긴 양말과 수건이다. 비교적 높지 않은 가격으로 가치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의현 대표가 보다 알려졌으면 하는 제품은 따로 있다. 페트병으로 만든 현수막과 재활용품 수거함이다.
“현수막을 만드는 원단은 석유에서 뽑은 실로 만들어집니다. 쓰임을 다하면 소각되죠. 사회적기업 오렌지디자인과 함께 페트병에서 뽑은 친환경 섬유로 현수막을 출시했어요. 오렌지웨일(www.orangewhale.net)에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품 수거함은 페트병과 불량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을 새활용한 제품에 플라스틱을 수거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안전모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헌옷 새활용 모색해
업사이클링 영역 확대 계획
우시산은 헌옷에서 섬유를 뽑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해 환경보호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헌옷 쓰레기들이 산처럼 쌓여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패스트패션의 영향으로 옷이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버려지고 있어요. 더 이상 입지 않는 헌옷의 섬유를 해체하는 공정을 거쳐 만든 실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업사이클링 사회적기업 우시산은 버려진 자원에서 두 번째 쓰임을 찾으며 ‘최초’의 길을 걸어왔다. 페트병에서 뽑아낸 섬유로 고래 인형을 제작한 일도 최초이고, 친환경 현수막 출시 역시 처음이다. 최초의 사례를 만들기 위해 고생은 많았지만 최초를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다음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시산은 ‘우리의 시작은 작았지만 꿈은 산처럼 큰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공기관, 기업, NGO 등과 연대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우시산. 앞으로 우시산이 더 큰 꿈을 꾸기를, 그 꿈을 실현해 나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