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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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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역사

2015년 3월, 빌 게이츠가 TED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 제목은 ‘다음에 전염병이 출현하면? 우리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The next outbreak? We’re not ready)’였다. 빌 게이츠는 2014년 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는 ‘운이 좋아’ 더 큰 피해가 없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앞으로 몇 십년간 만약 무엇인가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쟁이 아니라 매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겁니다. 미사일이 아니고 미생물일 것입니다. … 건강하다고 느끼지만 전염성이 있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거나 시장에 가서 여러분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원천은 에볼라 같은 자연적인 전염병일 수도 있고, 어쩌면 생화학 테러일수도 있습니다.

If anything kills over 10 million people in the next few decades, it’s most likely to be a highly infectious virus rather than a war. Not missiles, but microbes. … You can have a virus where people feel well enough while they’re infectious that they get on a plane or they go to a market. The source of the virus could be a natural epidemic like Ebola, or it could be bioterrorism.

<번역 Yeasel Yu, 검토 Jihyeon J. Kim>

빌 게이츠의 예견은 맞았다. 2015년 브라질에서는 소두증을 포함한 선천성 뇌 이상을 가진 신생아 출산이 늘어났다. 원인은 1945년 4월 우간다 지카 숲속 원숭이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지카 바이러스였다. 모기를 매개로 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2016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9개월 뒤인 2016년 11월 세계보건기구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철회하며 지카 바이러스 사태는 잠잠해졌지만, 아직까지 지카 바이러스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새 국면 맞은 세계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후 세계로 퍼지며 대유행을 일으켰다. 2021년 1월 3일 오전 9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8,251만 7,224명, 사망자는 181만 7,908명이다.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우리나라는 2021년 1월 3일 오전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 6만 3,244명, 사망자 962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는 사람과 동물에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중 하나다. 1937년 돼지와 닭 등 동물에서 처음 발견된 후 인체에 감기를 일으키는 4종류가 확인됐다. 일반 감기 환자의 1/3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었지만 위험하지 않은 바이러스로 여겨졌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최초로 사스(SARS)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증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새롭게 출현한 것이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퍼진 사스로 인해 확진자 8,096명이 발생했고, 이 중 774명이 사망했다.

사스보다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MERS) 역시 중증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메르스는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후 2015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5월 첫 환자 보고 후 그 해 12월 메르스 유행 종료를 선언하기까지 확진자 186명, 사망자 36명이 발생했다.

2020년 12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과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듯 했지만, 2020년 9월 영국에서 출현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2021년 세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뉴욕타임스의 2021년 1월 초 보도에 따르면, 영국을 비롯한 미국, 터키, 호주,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칠레, 중국, 덴마크 등 33개국에서 기존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이 강한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 다른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도 출현했다. 국내에서도 2020년 12월 22일 처음으로 영국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사례도 나왔다.

코로나19

아즈텍제국을 멸망시킨 천연두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고 했다. 인간의 이동으로 다양한 상품과 사상, 종교가 이동했지만, 전염병도 이동했다.

165년 로마제국에 고열과 수포, 농포를 특징으로 하는 전염병이 발생했다. 어떤 전염병인지 알지 못해 역병으로 부른 이 병으로 로마제국 전체 인구의 약 1/3인 약 400~500만 명이 사망했다. 역병은 현재 천연두로 추정하고 있는데, 수천 년 전 인도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천연두가 실크로드를 따라 로마제국까지 번진 사례였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1519년 아즈텍제국(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도착한 스페인 군대는 화승총이나 대포 같은 근대식 무기를 앞세워 아즈텍제국을 정복했다. 그러나 아즈텍제국이 멸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스페인 군대를 따라 이동한 천연두 때문이었다. 아즈텍제국 인구의 3/4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천연두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천연두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천연두는 1796년 에드워드 제너의 종두법 시행을 계기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1979년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전염병으로 선언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하면 흔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님의 대사를 떠올린다. 그러나 ‘카르페 디엠’은 14세기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에서 흑사병(페스트)이 맹위를 떨치자 유럽인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는 의미로 서로에게 해주던 인사말이었다.

쥐를 숙주 동물로 삼아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 흑사병은 원래 중국 윈난성의 풍토병이었다. 몽골제국이 윈난성을 정복하면서 흑사병은 몽골 내부로 이동했고, 다시 몽골 군대를 따라 1346년 흑해 연안의 카파로 이동했다. 몽골 군대에서 흑사병이 생기자 이들은 사망자를 카파 성 안으로 던지고 퇴각했다. 성 안 사람들은 흑사병을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나기 시작했고, 흑사병에 감염된 쥐들도 함께 이동했다. 이렇게 유럽에 퍼진 흑사병은 1340년대 말 절정에 달했다.

에드워드 제너

새 전염병은 반드시 출현한다

1918년, 유행성 독감이 세계를 강타했다. 처음에는 ‘스페인독감’으로 명명됐다 이제는 ‘1918년 인플루엔자’로 더 많이 부르는 이 유행성 독감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발병 사건’이라고 칭하는 1918년 인플루엔자는 제1차 세계대전 휴전 협정이 체결된 1918년 11월경 계절성 독감 수준으로 잦아들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1,500만 명)보다 더 많은 3,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1918년 인플루엔자를 일으켰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은 1956년 새롭게 나타난 바이러스 H2N2에 자리를 내줬고, 1968년 홍콩에서 갑자기 나타난 H3N2(홍콩독감)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1918년 인플루엔자가 21세기 들어 주목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는 2009년 유행한 신종 플루가 1918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전염병을 연구하는 의학 역사가 마크 호닉스바움은 저서 <대유행병의 시대(The Pandemic Century)>에서 “지난 100년간 발생한 유행병을 되짚어 볼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새로운 전염병, 새로운 대유행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이 아니라 언제 일어날지가 문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빌 게이츠는 TED 강연 마지막에서 오늘날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 보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빈곤한 국가에 강력한 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지난해 12월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는 인구 대비 6배 이상, 미국과 영국은 4배 이상, 유럽연합은 2배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미리 주문한 상태다.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운영되고 있지만, 10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한다 해도 빈국 인구의 20%도 접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신

[참고도서]
<대유행병의 시대>(마크 호닉스바움 저, 커넥팅, 2020년),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김서형 저, 살림,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