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 리포트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위해 환경을 포기했던 선택들이 자연 생태계를 흔들고 이상기후를 야기하고 이내 우리에게 되돌아와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뒤늦게나마 자각한 여러 분야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패션업계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10여 년간 빠른 변화를 보이며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던 '패스트 패션'이 자원 낭비와 이에 따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는 각성 하에 '의식 있는 패션'이라는 뜻의 '컨셔스 패션'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글 편집실]
지속가능한 패션 문화를 이끄는 밀레니얼
컨셔스 패션이란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생산한 의류, 또는 그런 의류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일컫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문화와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제작, 유통시키는 패스트 패션이 맞물려 패션업계는 멈출 줄 모르고 변화만을 좇았다. 변화의 과정에서 버려지는 옷도 많았고 소모되는 자원 역시 늘었다.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소비주축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으로 비로소 조금씩 속도를 늦췄다. 밀레니얼 세대는 정보기술에 능통하고 전통적인 마케팅 광고보다는 본인이 직접 접하거나 경험한 정보를 더욱 신뢰한다. 또한 소유보다는 공유문화에 관심이 많고 남들의 취향에 동승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며, 경험과 가치를 중시한다. 이들 세대의 소비 흐름이 지속가능한 패션 문화에 힘을 실어 컨셔스 패션이 패션 업계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패션 문화 무엇이 문제였나
패스트 패션의 매력은 유행하는 옷을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반대로, 유행에서 벗어난 옷들은 가격 부담이 없어 쉽게 버릴 수 있는 구조였고, 그렇게 버려진 옷이 새 옷값으로 따지면 국내에서만 한 해 1천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정기적으로 옷을 버렸다. 신제품은 해당 시즌에 만들어져 판매되다가 팔리지 않는 물량은 상설할인 매장으로 가고, 3년이 되면 폐기되는 운명을 맞아야 한다. 제품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소각돼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에서 쏟아지는 의류 폐기물량은 하루 약 40t에 달한다. 제조 과정에서도 많은 자원 낭비와 환경문제가 야기된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만 해도 평균 약 7,000ℓ의 물이 사용되며, 제품에 합성섬유 소재가 많이 포함될수록 미세 플라스틱 성분과 비슷한 미세 섬유가 꾸준히 발생해 하천과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게 된다. 의류 폐기물은 소각할 때도 이산화탄소는 물론, 다이옥신과 같은 발암물질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합성섬유로 만든 옷의 경우 자연 분해되는 데에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렇듯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한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가하는 파급력은 상당했고, 이에 업계에서는 꾸준히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환경을 생각하는 멋쟁이들의 선택, 컨셔스 패션
미국의 온라인 리세일(재판매) 업체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8~24세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 40%는 리세일 아이템을 구입했다. 최근 기업들은 처분할 제품을 되살리거나 다른 제품 등에 재활용하는 등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발맞춰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으로 섬유를 만들어 의류를 제작하거나 방수천, 현수막, 폐가죽 등만을 취급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법으로 염색한 의류나, 파인애플 껍질 같은 천연 소재로 옷감을 개발해 만든 제품도 출시돼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재활용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대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라는 '의식 있는 멋스러움'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기업을 바꾸는 소비자가 늘면서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환경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옷을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디자인뿐 아니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도 꼼꼼히 따져보는 '컨셔스 패셔니스타'가 될 기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