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과 클레오파트라의 도시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파로스 등대의 흔적과 기원전 세워졌던 세계 최대 도서관의 사연은 영웅담 위에 화려하게 덧씌워진다.
[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알렉산더가 세운 이집트의 옛 수도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의 훈풍이 닿는 도시다. 사막 위 이집트가 익숙했다면, 이곳에서는 고즈넉한 포구와 바닷가 정취에 시선이 머문다. 20대에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와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전설은 2천년 세월을 뛰어넘어 도심 골목을 맴돈다.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4세기 이집트에 입성한 뒤 본인의 이름을 딴 30여 개의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세웠다. 그중 가장 먼저 정복의 단초를 마련하고,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은 도시가 지중해의 알렉산드리아다. 아프리카 북부의 도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제국과 헬레니즘 문화의 축이 되기도 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여왕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 곳 역시 알렉산드리아다. 로마의 장군들과 연정을 꿈꿨던 클레오파트라의 스토리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세인들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나일강과 지중해가 만나는 곳에 들어서 있다. 아스완, 룩소르를 거친 강줄기는 카이로를 경유해 아프리카 북부 알렉산드리아로 흘러든다. 바다와 만나는 비옥한 평야인 델타 지대 끝자락에 알렉산드리아는 위치했다. 도시는 카이로 이전에 이미 천 년 동안 이집 트의 찬란한 수도였고, 흥망과 성쇠의 세월을 담아내고 있다.
기원전 건립된 최대 규모 도서관
알렉산드리아는 세계 최고 규모의 도서관을 간직했던 도시다. 알렉산드리아에는 정복의 위업을 담아낼 거대 규모의 도서관이 필요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세계 제패의 꿈을 지식의 세계에서도 이루려 했으며, 그 뜻을 이어받아 프톨레마이오스 2세는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완공했다. 도서관은 문학, 지리학, 천문학, 의학 등을 총망라하는 70만여 권의 책을 소장했다.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이집트에서는 일찍이 천문학이 발달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력이 사용됐으며, 이집트인은 그들만의 종이인 파피루스의 제작에도 능했다. 도서관에 속했던 연구집단인 '무세이온(mouseion)'은 그리스어로 '지식의 전당'이라는 뜻으로 '박물관(museum)'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화재로 인해 건물과 소장된 책들이 모두 불타 버렸는데, 정확한 소멸 원인은 미궁 속에 남아 있다. 옛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2002년 유네스코의 협력을 받아 과거의 영화를 계승한 새로운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도서관은 외관뿐 아니라 거대 기둥이 들어선 내부열람실과 박물관 컬렉션도 수준급이다. 총 11층의 도서관 건립에는 2억2천만 달러가 투입됐으며, 50여만 본에 달하는 자료를 소장해 세계를 대표하는 도서관의 반열에 올라 있다.
어촌마을에서 '제2의 도시'로
알렉산드리아에서 전해지는 도시의 윤곽들은 그동안 조우했던 이집트와는 사뭇 다르다. 신화, 고대 파라오, 피라미드의 전설은 잠시 뒷전으로 미뤄둬도 좋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삶의 어선들이 도시의 중심인 오바리 광장 앞바다를 오간다. 카이로의 나일강변을 달리던 강변도로 대신 타원형으로 늘어선 아득한 지중해의 해안길이 도심의 한 면을 단장한다. 해안도로변 알 무르시 아불 아바스 모스크는 돔과 첨탑을 드러내며 이곳이 현재 이슬람의 도시임을 보여준다. 그레코로만 시대의 수도로 천 년 동안 융성했던 알렉산드리아는 이슬람 세력에 의해 수도가 카이로로 옮겨진 뒤 쓸쓸한 어촌마을로 전락했던 시기가 있었다. 인구 수백만 명인 이집트 '제2의 도시'로 부활한것은 서구 열강이 주도한 19세기 근대화 열풍이 불면서부터다. 복잡한 이곳 도심 길에는 트램이 다닌다. 알렉산드리아의 트램은 1860년에 처음 등장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푸른색과 노란색으로 투박하게 단장된 트램은 번화가와 시장(수크) 길을 오가며 옛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시절을 묵묵히 대변한다.
↑어촌마을에서 '제2의 도시'로
↑ 어촌마을에서 '제2의 도시'로
↑ 어촌마을에서 '제2의 도시'로
↑ 어촌마을에서 '제2의 도시'로
↑ 어촌마을에서 '제2의 도시'로
그레코로만 유적과 세계 불가사의 흔적
도시에서 알현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유적들은 애틋하다. 지중해의 도시는 외세의 침략, 간섭과는 숙명적인 관계임을 보여준다. 숱한 유적들은 지중해 일대의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겹쳐 황폐화돼 온전하게 보존되지 못했다. 기둥만 하나 덩그렇게 남은 폼페이의 기둥과 지하무덤인 카타콤, 원형극장 등이 그레코로만 시대의 흔적을 강변한다. 몬타자 궁전, 그레코로만 박물관 등도 알렉산드리아에서 두루 둘러볼곳이다. 해변에서 만나는 선명한 자취는 지중해 연안에 들어선 카이트베이 요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 등대가 서 있던 자리에 요새는 세워졌다. 15세기에 축조되고 재건된 요새 자체로도 의미가 큰데, 요새의 일부는 기원전 3세기 무렵 건설됐다 부서진 등대의 석재를 사용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알렉산더와 클레오파트라의 화려한 잔상을 뒤로하고 이곳 주민들의 삶은 잔잔하게 투영된다. 포구로 접어들면 고깃배가 드나들고 꼬마들은 해변에서 물장구를 치며, 주민들은 난간에 기대 해풍을 맞는다. 카타콤 등 유적을 만나는 길은 좁은 시장 골목을 거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지중해와 맞닿은 오래된 도시의 풍취는 일상 속에서 한 템포 더디게 흐른다.
지구를 생각하는 이집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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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쾌적한 여행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
알렉산드리아 도심은 소음공해와 매연이 심한편이다. 운전자들은 회전, 끼어들기 등 숱한 메시지를 경적의 횟수나 소리의 크기로 표현한다. 구식 차량들이 뒤엉킨 도심은 혼잡하고 공기도 매캐하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이동할 때에는 환경을 위해서라도 자가 운전을 자제하는 게 효율적이다. -
해양 환경을 위한 여행자의 노력
세계 각지의 산호초 군락들이 기후변화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이집트 지중해 연안은 아직 열대어, 수초 등 산호군락을 예전처럼 보존한 곳이 남아 있다. 세계 환경 전문가들이 이집트 바다의 해양 쓰레기의 영향 등을 연구 중이며, 관광객이나 다이버들 역시 산호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동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신비로운 이집트 사막을 보존하기 위한 고찰
나일강 상류를 따라 펼쳐지는 사막 여행은 이집트의 인기 높은 투어 중 하나다. 하지만 이집트 사막지대는 무분별한 오남용으로 예전에 비해 강수량이 줄어들고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막 여행에 나선다면 낭만적인 접근보다는 황폐해지는 땅에 대해 재고해보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