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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환경 리포트

바다의 '숲' 산호초를 죽이는 자외선 차단제의 비밀

여름철 피부 건강을 위해서 빠뜨릴 수 없는 자외선 차단제. 하지만 미국 하와이 최고의 해변 와이키키에서 함부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가는 법적 처분을 면치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와이 주가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된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가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켜, 내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 단지 피부에 바르고 해변에 머무는 것뿐인데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싶지만, 생각보다 그 영향력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글 편집실]



우리가 몰랐던 산호의 역할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량의 25%를 생산해내는 등 지구의 심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다 밑 해양생태계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먹이를 얻고 생명을 낳으며, 식물성 플랑크톤의 원활한 광합성을 도와 산소를 만들어내는 산호가 바로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얼핏 보면 나뭇가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산호는 동물에 속하며 촉수를 이용해 바닷속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다. 산호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고 탄산칼슘 성분의 물질을 분비해서 딱딱한 골격을 이루는데, 이렇게 무리 지어 형성된 것들이 산호초가 되고 더 많은 개체가 모여 몸집이 커지면 산호섬이 되기도 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전 세계의 산호초는 어족 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며, 관광산업을 활성화해 매년 300억 달러가 넘는 경제 효과를 인간에게 가져다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이득보다 중요한 산호초의 역할은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를 낮추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의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실제 산호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같은 면적 대비 열대 우림이 흡수하는 양보다 많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호가 지금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로 바닷물이 산성화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바닷속 온도가 올라가면서 산호가 말라가는 백화현상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것. 여기에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관광, 어업 활동 등도 해양환경에는 좋지 않지만, 우리가 흔히 바르는 자외선 차단제도 이에 못지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산호의 역할
산호 죽이는 자외선 차단제 속 두 물질

산호 죽이는 자외선 차단제 속 두 물질

해양생태계, 나아가 인류가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려면 자외선 차단제품의 뒷면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유기자차)를 비롯해 많은 화장품 등에도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 두 성분은 피부 노화에 주범이 되는 유해한 자외선을 막아주지만 바다에 흘러 들어가게 되면 산호와 해양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물속으로 들어갈 때 흘러 들어가거나 스프레이형 자외선 차단제를 몸에 뿌릴 때 모래에 떨어져 있다가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는 자외선 차단제의 양은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14,000여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바다에 녹아든 두 성분은 산호를 하얗게 마르게 하거나 DNA 손상 및 성장과 번식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다. 미국 해레티쿠스환경연구소와 하와이대학교 태평양생물학연구센터, 미국 해양대기청 등의 연구진이 참여한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옥시벤존은 62ppt의 농도만으로도 산호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6,250톤의 물에 단 한 방울의 옥시벤존만 떨어뜨려도 산호의 번식력을 떨어뜨리거나 죽게 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그러므로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보다는 이산화티타늄이나 산화아연 같은 광물질을 주로 사용하는 물리적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피부 건강과 환경 보전에 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와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일부 해양 및 자연보전지역에서의 옥시벤존을 포함한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산호초 보호를 위해 관광객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지역도 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를 다음 세대도 느낄 수 있도록 일상에서 작은 관심을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