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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그리움을 담다 사진집 [나의 할머니, 오효순] 김선기 작가


'가장 잘 찍은 사진은 사랑하는 이를 찍은 사진'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은 상대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묘한 힘이 있다. 노모를 모시기로 한 부모님의 결정으로 청년이 되어 할머니와 한집에 살게 된 김선기 작가. 할머니와의 낯선 생활에 적응해가는 것도 잠시,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일이 잦아지던 할머니는 기억을 잃고 아이처럼 변해갔다. 김선기 작가는 그런 할머니를 15년간 사진으로 담아 사진집과 전시로 세상에 소개했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로 불렸던 그녀의 이름을 되찾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 김승희 사진 김재이]



김선기 작가 할머니 오효순

김선기 작가

김선기 작가

김선기 작가는

현재 MBC 영상1부 촬영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과 영상학을 전공하고 2007년부터 MBC 영상미술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가의서][앵그리맘][위대한 유혹자][나쁜형사]와 [세상의 모든 부엌][MBC 스페셜]등 다수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사진으로 기록한 할머니의 모습을 모아 2020년 [나의 할머니, 오효순]이라는 사진집을 냈고, 동명의 사진전을 열어 대중에게 선보였다.

  • Q질문
  • 할머니는 작가님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 A답변
  • 처음에는 '낯선' 가족이었어요.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있어야 찾아뵙던 분이었기에 솔직히 애정이 깊지 않았어요. 부모님께서 할머니를 모시기로 결정하면서 함께 살기 시작한 거라, 낯설긴 해도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 Q질문
  • 2005년부터 2019년까지 할머니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어요?
  • A답변
  • MBC에 입사하기 전에 잠깐 프리랜서로 사진을 찍었어요. 그래서 종종 집에서 작업하기도 했는데, 할머니의 모습을 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구나 싶었어요. 그땐 당연히 전시나 사진집을 낼 생각은 전혀 없었고요. 그저 사진 찍는 사람이니까 사진으로나마 할머니께 다가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진 찍히는 걸 굉장히 싫어하셔서 계속 할머니를 찍어도 되는 건지 고민도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해지셨는지 아예 신경을 안 쓰시더라고요.
  • Q질문
  • 곰 인형을 실로 꿰맨 사진이 인상적이었어요.
  • A답변
  • 치매를 앓아도 몸에 밴 행동은 잊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마흔둘에 혼자되시고 삯바느질을 하며 육남매를 키우셨다고 해요. 여자 혼자 몸으로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조차 안 돼요. 사진을 찍으며 할머니의 삶을 생각해보게 됐어요. 촬영하다 보면 대상에 애정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일반적인 관심 이상으로 감정이 커지더라고요. 아마 이런 게 가족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좀 슬픈 얘기긴 한데,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실 때부터 함께 산거라 좋은 추억이라 꼽을 만한 건 없어요. 그래서 할머니와의 기억을 새기고 싶어서 더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것 같아요.
할머니, 곱게 차려 입고 어디 가세요?

↑ "할머니, 곱게 차려 입고 어디 가세요?"

할머니의 고단했던 젊은 날을 보여주는 바느질

↑ 할머니의 고단했던 젊은 날을 보여주는 바느질

  • Q질문
  • 흑백 사진으로 담은 이유가 있으세요?
  • A답변
  • 흑백 사진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색이라는 장식이 빠지니 그 대상만 바라보게 하고,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하는 힘이랄까요. 또 흑백 사진은 찍은 사람이 현상도 하고 인화도 해야 하는데, 그 전 과정을 모두 제 손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회사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아 절반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뒤 흑백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어요.
  • Q질문
  • 그렇게 열심히 찍은 개인적인 기록을 사진집과 사진전으로 세상에 내놓으셨는데,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나요?
  • A답변
  •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참 지난 뒤에 사진들을 꺼내 봤는데 가슴이 찡해지더라고요. 혼자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전은 할머니의 삶을 기록한 전시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헌사의 의미도 컸어요. 비록 어머니 사진은 많이 찍지 않았지만 할머니를 돌보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거든요. 당신이야 "모시게 됐으니 모신 것"이라고 하지만 치매를 앓는 노모를 15년 넘게 간호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집을 나가셔서 식구들이 한참을 찾아 나선 적도 있고, 한밤중에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셔서 저희 식구는 물론 이웃 분들까지 잠 못 이룬 적도 많았어요. 그래서 가족들도 병원에 모시자고 설득해봤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모시겠다고 하셨어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하고픈 마음과 어머니에 대한 헌사의 마음이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전도 열고 책도 만들게 됐어요.
각자 당신의 숨을 고르고 계신 할머니와 어머니

↑각자 당신의 숨을 고르고 계신 할머니와 어머니

  • Q질문
  • 얼마 전, 방송[유퀴즈 온더블록]에도 사연을 보내 어머니께 꽃다발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준비하셨잖아요.
  • A답변
  • 오랜 세월 대단한 일을 하셨기에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당시 인터뷰에서도 어머니가 외할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에 할머니를 더 열심히 돌보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외할머니가 저희 삼형제가 초등학생 때 췌장암을 앓다 돌아가셨거든요. 그때 어머니가 저희 키우느라 바쁘셔서 제대로 병간호를 하지 못한 게 마음의 부채처럼 남았던 것 같아요.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김선기 작가가 [나의 할머니, 오효순]사진집의 한페이지를 보고 있다

  • Q질문
  • 사진집과 사진전 제목을 [나의 할머니, 오효순]이라고 지으셨는데, 특별히 이유가 있으세요?
  • A답변
  •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할머니가 언제까지 이름으로 불리셨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였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자식 뒷바라지하며 사시느라 당신 이름도 기억 못하고 사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할머니의 삶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를 열었으니 사람들이 할머니 이름을 불러준다면 좋겠어서 처음에는 '할머니 오효순'으로 지었어요. 근데 갤러리 관장님께서 '나의'라는 사적인 말을 덧붙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 전시를 보러 오는 분들과 저의 작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의 할머니, 오효순'이라고 정하게 됐어요.
  • Q질문
  • 최근 새로운 가족을 꾸리셨다고요, 결혼 이후 '가족'이라는 존재가 더 크게 느껴졌을 것 같기도 해요. 가족이란 뭘까요?
  • A답변
  • 가족은 가장 작은 사회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우주가 아닐까 싶어요. 편한 만큼 쉽게 상처주고, 힘든 일이 생길 때 가장 의지하는 상대, 요즘 그런 가족의 의미를 배워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결혼 전에 아내가 키우던 강아지를 함께 키우고 있는데요. 아내가 외출해 혼자 있을 때 어느 순간 제가 강아지에게도 의지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어요.(웃음)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땐 가장 크게 부재가 느껴지는 존재가 가족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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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윤미네 집

  • 도서 : 윤미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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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인 윤미가 태어나 결혼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은 전몽각 선생님의 흑백 사진집입니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군더더기 없이 정직한 시선으로 담겨 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건 가장 작은 사회지만 큰 우주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

  •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
  • 감독 :허진호

죽음을 앞둔 사진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서정적 멜로영화의 정점에 있는 작품인데요. 빛을 중심으로 다시 보면 한국의 빛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거장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앨범 : 오, 사랑

  • 앨범 : 오, 사랑
  • 가수 : 루시드폴

2집의 모든 곡이 좋지만 할머니와의 애틋한 추억이 담긴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는 제가 사진집을 편집하며 계속 들었던 노래입니다. 루시드폴의 노랫말은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면 시의 운율이 느껴져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