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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삶 속에 깃든 고대 문명의 흔적 멕시코

영화 '코코'는 가족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멕시코 배경의 애니메이션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애틋한 사랑, 상상 속 죽은 자들의 세상이 영화 속에 잔잔하게 그려진다. 선율이 흐르고, 해골 기념품이 판매되는 멕시코의 길목은 애니메이션 속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죽은 자를 기렸던 고대 멕시코의 문명은 그 안에서 묵묵히 숨을 고른다.

[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해발 2,000m 최대 고원도시 멕시코시티

멕시코의 관문인 멕시코시티는 밤이 별나다. 멕시코시티에 어둠이 내리면 별빛만큼 수많은 불빛들이 지평선까지 아득하게 뿌려진다. 멕시코의 인구 1억 2천만 명에 멕시코시티에만 2천만 명. 어림잡아 수를 헤아려도 도시와 그 안에 뒤엉킨 삶들의 윤곽이 그려진다. 멕시코 사람들은 연방구인 멕시코시티를 그들만의 언어로 '메히꼬 데헤페'로 부른다. 세계 최대 고원도시의 동틀 무렵 풍경은 어젯밤 마음을 들었다 놓았던 그 도시가 맞나 싶다. 골목 가판대에는 아침부터 타코(멕시코식 샌드위치)를 사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린다. 거리의 상징인 자주색 폭스바겐 택시는 도로 위를 분주하게 오간다. 멕시코시티의 소깔로 광장은 도시가 태동했던 심장부다. 소깔로 광장은 아스텍인이 해발 2,000m에 도시를 세웠을 때 거대한 신전이 위치한 도시의 중심이었다. 아스텍 문명의 수도 떼노치띠뜰란은 호수 가운데 위치했고, 외지에서는 배를 타고 섬을 오가야 했다. 16세기 멕시코를 점령한 스페인군은 수도의 신전을 부수고 호수를 메운 뒤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 섬을 오가던 뱃길에 지금의 도로가 형성됐다.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

↑ 멕시코시티

성당, 궁전, 가족 축제 간직한 소깔로 광장

소깔로 광장 주변은 대성당, 국립 궁전 등 멕시코시티를 대표하는 유적들로 채워진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신전을 무너뜨린 뒤 대성당을 세웠다. 대성당 옆에는 '템플로 마요르'로 불리는 옛 수도 떼노치띠뜰란의 중앙신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광장을 가로지르면 멕시코의 독립기념일 축제가 열리는 국립 궁전이 나타난다. 멕시코인들은 독립기념일 등 큰 행사나 국경일 때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축제를 즐긴다. 불꽃놀이를 하고 골목마다 해골 장식품을 팔며 분위기를 돋운다. 해골 문양은 멕시코에서는 공포의 상징이 아닌 가족이 함께하는 기념일의 친근한 소품들이다. 국립 궁전은 화려한 내부 벽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멕시코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거대한 벽화는 아스텍의 부흥, 스페인의 침략, 멕시코의 독립 등을 대서사시처럼 담아내고 있다. 센트로 지역을 벗어날수록 멕시코시티의 분위기는 한결 이채로워진다. 공터에서는 아스텍 후손들의 역동적인 춤사위가 펼쳐지는가 싶더니 또 한 곳에서는 송진과 풀로 만든 향을 피우며 나쁜 영혼을 쫓는 정화의식이 치러진다. 예술의 중심지인 로마 지역과 트렌디한 숍들이 늘어선 콘데로사 거리는 청춘들의 아지트다. 도시의 외곽은 야트막한 야산을 달동네가 가득 메운 모습이다. 지난밤 내려다 봤던 광활한 야경은 실제로는 대부분 이들 가옥에서 뿜어져 나온 삶의 불빛들이다.

소깔로광장

소깔로광장

↑ 소깔로광장

'코코'의 배경, 과나후아토와 테오티우아칸

영화 '코코'의 흔적은 멕시코시티 북부 과나후아토에서 강렬하다. 과나후아토는 애니메이션의 실제 배경이 된 도시다. 멕시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거리를 간직한 도시는 200여 년 된 옛 가옥과 조약돌 골목이 중세 스페인의 향을 자아낸다. 지하 수로를 개조한 터널들을 지나면 계단골목이 가파른 센트로 지역으로 연결된다. 노천카페가 어우러진 유니온 정원, 옛 저택들이 들어선 라파스 광장, 이달고 시장 등이 도시에서 두루 찾아볼 곳이다. 멕시코의 예술 거장 디에고 리베라의 박물관도 도심 한편에 자리해 있다. 해가 저물면 과나후아토는 로맨틱한 밤 풍경을 만들어낸다. 거리의 악사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까예호네아다'는 도시의 명물이다. 떠돌이 음유시인들은 거리에 얽힌 아름다운 전설을 세레나데로 들려준다. 죽은 자들을 기리는 흔적은 멕시코시티와 과나후아토 사이에 들어선 테오티우아칸에서 엿볼 수 있다. 전설 속 신들의 도시, 죽은 자가 신이 되는 곳. 낯선 이들의 환영을 품에 안은 채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는 우뚝 서 있다. 기원전 300년경 시작됐다는 고대도시는 천년의 영화를 뒤로한 채 7세기경 자취를 감췄다. 아스텍인들은 테오티우아칸을 발견한 뒤 그 규모에 놀라 신들의 도시로 떠받들었고 태양과 달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테오티우아칸의 어느 입구로 들어서든 달의 피라미드와 태양의 피라미드를 만나게 되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죽은 자의 길'을 걷게 된다.

마야문명 체첸이사의 관문, 카리브해 칸쿤

카리브해 최대 휴양지인 칸쿤과 마야 문명의 체첸이사는 또 다른 반전으로 다가선다. 체첸이사는 신세계 7대 불가사의에 이름을 올렸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고한 땅이다. 체첸이사로 향하는 관문이 되는 곳이 칸쿤이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칸쿤은 고기잡이배나 드나들던 카리브해의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다. 휴양도시로 개발된 뒤로는 200여 개 호텔과 리조트가 흡사 현대문명의 성벽처럼 해변을 둘러싸고 있다. 칸쿤을 수놓는 해변의 길이는 20여km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산호 산맥은 하얀 모래 세상을 만들어낸다. 칸쿤이 떠들썩한 휴양지라면 체첸이사는 중미 최대문명인 마야 문화가 숨 쉬는 숭고한 땅이다. 체첸이사는 '우물가의 집'이라는 뜻의 마야어인데 실제로 유카탄 반도 최대의 성스러운 우물이 이곳에 있다. 성기게 펼쳐진 돌덩이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은 쿠쿨칸의 피라미드다. 9세기 초 완성된 신전의 계단은 1년을 뜻하는 365개로 구성됐으며, 마야인이 그들만의 달력을 사용한 지혜로운 부족임을 반증한다. 피라미드 주변으로는 대형 경기장 등 마야의 유적이 낱낱이 흩어져 있다. 고대문명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해골 기념품이 판매되는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칸쿤
칸쿤

↑ 칸쿤

체첸이사

↑ 체첸이사

지구를 생각하는 멕시코 여행

  • 일회용품 사용의 엄격한 규제

    일회용품 사용의 엄격한 규제

    멕시코시티는 올해 초부터 환경보호를 위해 상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할 경우 큰 벌금을 부과하는 규칙을 시행 중이다. 위반 시에는 미화 최고 8000달러(96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2021년부터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빨대 등을 제공할 수 없다. 여행자들은 비닐봉지 사용 등을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
  • 지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논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논의

    칸쿤은 2010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 곳이다. 당시 '칸쿤 합의'에서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녹색기후기금 조성,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로 억제하는 긴급행동 등 진일보한 안건들이 의결됐다. 멕시코의 대표 휴양지이지만 칸쿤 현지에서는 환경과 바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되새기면 좋다.
  • 인류의 아름다운 유산을 함께 지키는 마음

    인류의 아름다운 유산을 함께 지키는 마음

    테오티우아칸, 체첸이사 등 멕시코의 고대 유적들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가치 높은 유적들이다. 허락된 곳이 아니면 함부로 피라미드 위로 올라서면 안 되며, 유적에 대한 접근은 용이한 편이지만 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통제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세계의 유산을 함께 지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