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리포트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 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지구환경은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구 입장에서는 자연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존재가 인류인지도 모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태평양 한가운데, 이전에는 없던 거대한 섬이 떠올랐다. 믿을 수 없게도 이 섬의 정체는 폐플라스틱이었다.
[글 편집실]
한 사내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섬
세계 바다 면적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거대하고 눈부신 푸른빛을 자랑하는 태평양. 그러나 이 드넓은 바다에 지도에도 없는 새로운 섬이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섬은 1997년, 미국인 요트 선수였던 찰스 무어가 미국 LA에서 하와이까지 요트로 횡단하던 중 항로를 잃어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멀리서 볼 때는 섬인가 싶었던 것의 정체는 뜻밖에도 플라스틱 더미였다. 섬으로 착각할 만했던 것이, 발견 당시 그 면적은 남한의 약 7배에 달하는 70만㎢ 규모였기 때문. 웬만한 영토보다 큰 이 쓰레기 섬에 놀라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까. 이 충격적인 섬을 목도한 찰스 무어는 그 뒤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연구하는 해양 환경운동가로 직업을 바꾸었으며, 그의 이야기는 LA타임스에 실려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이 됐다.
몸집 불리는 쓰레기 섬의 악순환
이 섬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는 뜻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GPGP로 일컬어진다. GPGP는 발견 당시 남한의 7배 규모였으나 현재는 두 배 넘게 몸집이커져 150만㎢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인류가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과 폐기를 멈추지 않는 한 섬은 계속해서 더 빠른 속도로 자라나 해양생물은 물론 우리 삶을 위협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섬은 과연 어떻게 생겨났을까? 바다는 일정한 방향으로 꾸준히 순환하는데 이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는 원형의 큰 소용돌이를 만든다. 이를 '자이어(gyre)'라 일컬으며, 바다를 떠다니던 쓰레기가 자이어로 흘러 들어가면 더 이상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 모여 쌓이게 된다. 세계적으로 자이어는 5곳이 존재하며 현재는 이 중 2곳에 쓰레기가 모이고 있다. 그 한 곳이 바로 태평양의 GPGP가 자리한 지점이며, 대서양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형성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남한의 5배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다.
분해되는 데 500년 걸리는 플라스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하지만 모두 분해돼 사라지는 데까지는 짧으면 50년, 길게는 500년이나 걸린다.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쌓여가는 시간이 턱 없이 짧다. GPGP 같은 쓰레기섬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절반도 채 안 된다. 나머지는 소각하거나 매립하는데,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땅에 묻더라도 토양을 오염시켜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뿐이다.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이 큰 골칫거리가 된 것은 부족한 자원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폐기물을 사들였던 중국이 2017년 전격 수입 중단을 선언하면서부터다. 중국 수출길이 막혀 처치 곤란해진 폐기물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을 정부 차원에서 제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카페 등 매장 내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최고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진 생활습관을 과감히 버리고, 정부와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이지 않는 한 폐플라스틱과의 전쟁에서 지구를 지켜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