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愛온도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급성장과 더불어 반려동물 전문 잡지나 신문 등 관련 매체도 대거 생겨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2013년 [데일리벳]이 창간되기 전까지 수의사를 위한 전문 매체는 전무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곁에 두고는 싶지만 동물의 건강과 생명에까지는 온전히 관심이 미치지 않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일까? '애완'에서 '반려'로, 바뀐 이름표에 걸맞은 동물복지 세상을 꿈꾸는 [데일리벳] 이학범 대표를 만났다.
[글 김승희 사진 김지원 장소 협조 집사의하루 홍대점]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
'글 쓰는 수의사'이자 온라인 수의학 신문 〈데일리벳〉 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방역수의사로 군복무를 마친 뒤 동기 수의사와 〈데일리벳〉을 직접 창간해 7년째 운영 중이다.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2014년 대한수의사회장 감사패, 2017년 경기도지사표창을 수상했으며, 학생시절 우연한 계기로 만난 길고양이 '루리'를 12년째 키우고 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자문위원, 대한수의사회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한국동물병원협회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SBS뉴스 〈인-잇〉에 〈동문동답〉, 《초등독서평설》에 〈너희들은 멍냥!〉을 연재하고 있으며, 그간 쓴 책으로 반려묘와 삶을 공유할 때 필요한 팁을 소개한 《고양이님, 저랑 살 만하신가요?》와 진로가이드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2》, 진정한 반려를 이야기한 《반려동물을 생각한다》가 있다.
- Q
- 수의사들을 주요 독자층으로 하는 전문 매체 데일리벳을 운영 중이시죠. 소개 부탁드려요.
- A
- 데일리벳은 2013년 4월에 창간한 국내 최초의 수의학 전문 신문입니다. 제가 공중방역 수의사로 군 복무를 할 때 약사나 의사들을 대변하고 소통하는 매체들은 많았지만, 수의학 전공자들을 위한 매체가 없어 아쉬움이 있던 차에 동기 수의사와 뜻을 모아 창간한 것이 데일리벳인데요. 지금도 축산 신문을 비롯해 반려동물 관련 매체는 많지만 수의학 신문으로는 데일리벳이 유일합니다. 데일리벳에서는 국내외 학회 소식이나 대한수의사회 및 지부 수의사회 소식 및 수의학 관련 단체들의 소식 등을 뉴스 형태로 전하고 있어요.
- Q
- 현재 수의학계의 가장 큰 현안이나 바뀌어야 할 부분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 A
- 동물보호 복지정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반려동물을 생명이 아닌 재산,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어타인의 반려동물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해도 그 처벌은 가벼워 아쉬움이 큰데요. 이번 21대 총선 때도 많은 후보자분들이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공약을 발표했죠. 앞으로 그공약을 잘 지켜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Q
- 동물복지국회포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 A
- 현역 국회의원들이 모여 동물복지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를 마련해 운영 중인데, 저희 같은 수의사를 비롯해 학계 교수나 연구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어요. 그 한예로, 2016년 일명 '강아지공장' 사태 이후에 동물 생산업을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러한 의견이 받아들여져 관련 산업의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어요. 데일리벳을 통해 수의사의 시각에서 동물 복지를 다루고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동물 복지 정책 마련을 위한 좋은 기회를 얻게 돼 뿌듯합니다.
- Q
- 동물보호와 복지를 위해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계신데요. 우리나라 동물복지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세요?
- A
- 먼저, 동물보호법 등 법과 제도는 어떤 부분에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빠르게 좋아지고 있죠. 반면 아직 의식 수준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봐요. 잔인한 동물 학대 사건도 비일비재하고, 동물 유기 건수도 상당해요. 한 해 동안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는 12만 마리에 이릅니다. 하루로 따지면 300마리의 반려동물들이 매일 버려지고 있는 셈이에요. 어마어마한 수죠. 반려동물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 금, 성숙한 반려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Q
- 수의사로서의 갈증은 없으세요?
- A
- 아픈 생명들을 돌보고 치료해주고 싶다는 갈증이야 늘 있죠. 그래서 대학 다닐 때부터 해온 의료 봉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유기동물 보호소를 방문해 예방 접종이나 중성화수술 등을 하고 있고요. 또 코로나19 때문에 현재는 잠정 중단한 상태이지만 중국이나 필리핀 등 해외 봉사활동도 진행합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특히 광견병이 흔해서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면 예방 접종을 주로 해요.
- Q
- 인체를 다루는 의학에 비해 수의학은 모든 종류의 동물에 대한 해부학적 정보를 알아야 하니 공부하기에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 A
- 의학과 단순 비교해서 어렵다 쉽다 논할 부분은 아니지만,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비롯해 가축동물, 파충류, 조류, 심지어 실험동물까지, 배워야 할 게 많은 건 사실이에요. 수의사는 모든 동물을 치료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어서 말 수의사나 돼지 수의사처럼 특화된 분야를 나눠서 깊이 공부하고 활동합니다. 저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수의사로 활동하기 위해 준비했어요. 물론 지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요.
- Q
- 이번호 KOGAS 주제가 '반려동물'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정의를 내려주시자면?
- A
- 바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던 시절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장난감처럼 여겨지던 동물이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집안도 동물을 많이 키워왔는데, 키우지 않던 시절도 잠깐씩 있었어요. 단편적으로 그때를 비교해보면, 반려동물을 키울 때 가족 간 대화가 훨씬 많았어요. 친누나의 상견례 자리에서도 반려동물 이야기로 그 어색했던 순간이 순식간에 바뀌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상견례 자리가 얼마나 어색해요.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침묵이 흐르다가 서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를 꺼내자 엄청 빨리 친해지더라고요. 반려동물은 소통의 매개체이자 우리삶에 활력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 Q
- 앞으로는 이학범 대표님의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A
- 수의학계 정보를 가까이에서 다루다 보니 동물보호복지에 대한사회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집니다. 강의나 언론활동, 정책 자문활동 등 앞으로도 다양한활동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요. 제가 어쩌다 '글쓰는 수의사'로 활동하다 보니 책도 몇 권 펴냈어요. 첫 책인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가 저의 반려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면, 두 번째 책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2》에서는 수의사 생활에 대한 정보를 다른 수의사들과 공동으로 엮어 냈고, 최근에 펴낸 《반려동물을 생각한다》는 반려동물 문화를 짚은 책입니다. 또 조만간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펫로스 증후군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자료를 거의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 책을 통해 곧 다가올 이별을 걱정하는 노령 반려동물 보호자, 그리고 펫로스로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길바랍니다.
- Q
-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 A
-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는 만큼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많습니다. 경솔한 선택이 동물 유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음의 네 가지 사항만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첫째, 자신이 키우고 싶다고 덜컥 선택하기보다 가족의 충분한 동의를 얻길 바랍니다. 둘째, 시간과 경제적인 노력이 필요한 만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따져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는 반려동물 양육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펫시터나 강아지 유치원 등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니 충분히 알아보고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는 반려동물과의 생활로 삶이 변화될 수 있으니 이사나 유학, 결혼 같은 미리알 수 있는 큰 계획에 반려동물 양육이 가능한 지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반려견을 키울 경우 반려동물 등록제는 의무사항이므로 꼭 지켜주세요. 또 양육을 결정한 이후에는 보호자가지켜야 할 펫티켓을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건강하고 성숙한 반려문화로 인간과 동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수의사 겸 언론인 이학범님의 추천작
- 도서 :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 저자 : 에노모토 히로아키
- 출판 : 쌤앤파커스
최근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개인이 무심코 올린 사진이나 글, 영상 등에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고, 심지어 마녀사냥에 가까운 온라인 공격을 서슴지 않는 사례도 많다. 시간이 지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만 남는 꼴이다. 이학범 대표는 자신의 행동이 정의라 생각하며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 책을 권한다
- 도서 : 동물학대의 사회학
- 저자 : 클리프턴 P. 플린
- 출판 : 책공장더불어
유영철, 강호순, 이영학 같은 잔인한 살인마들에게서 공동적으로 동물학대 전력이 확인됐다. 정말 동물학대범이 강력 범죄자로 살인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걸까? 이 책은 동물학대와 인간폭력의 연관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또한, 인간폭력과의 연관성을 떠나 동물학대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 영화 : 베일리어게인
-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총 네 번의 환생을 거치며 다양한 '견생'을 경험하는 반려견 '베일리'의 이야기가 감동을 선사한다. 환상할 때마다 '개의 삶의 목적'을 궁금해 하던 베일리는 결국 마지막에 자기 삶의 중요한 목적을 깨닫게 된다. 전 세계에 '베일리 앓이' 열병을 일으킬 만큼 많은 반려인들이 좋아하는 영화다. 이학범 대표는 동물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