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愛발견1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 동물을 사냥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쫓기던 동물 중 일부는 길들여지고 종국에는 친구가 되었다. 언제부터 우리는 동물을 키우고 교감하며 살았을까? 그 실마리가 될 역사 속 반려동물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정리 편집실]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동물은 '늑대'였다?
개의 조상은 '회색늑대'라고 한다. 개와 늑대의 유전자는 99% 이상 일치하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6만 8,000년 전에서 15만 년 전 사이에 지금의 개로 유전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추정한다. 현재 인간과 함께하는 개의 원형과 일치하는 개 화석은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기원전 1만1천 년, 유럽에서는 기원전 1만 년 전에 발견됐으며, 이후 거의 모든 대륙에서 개의 존재가 확인됐다. 대부분의 다른 가축들이 인간과 함께 생활한 역사가 채 1만 년이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꽤 오래 전부터 개는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동물로 보인다.
동반자로서의 개의 등장
고고학계에서는 기원전 9,500년 경 페스시아의 베르트동굴에서 사람과 개의 유골이 함께 발견된 것을 토대로 이때를 인간이 개를 사육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보고 있다. 이후 기원전 9,000년 경 독일 서부에서 생켄베르크 개를 사육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대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개의 죽음을 매우 슬퍼했으며, 묘비에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다고 한다. 개는 인간으로부터 안정적인 거주공간과 먹이를 제공받게 되면서 더 이상 생존을 위해 힘든 사냥과 서식지를 찾아 헤매지 않게 됐고, 사람은 개의 뛰어난 후각과 청각능력 등을 통해 재산과 가족을 지킬 수 있었다.
일제에 의해 사라져 간 우리 토종견들
우리나라 토종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견종이 바로 진돗개다. 이외에도 귀신 쫓는 삽살개, 꼬리가 짧아 민간에서 재수 없는 개로 오해받았던 동경이, 호랑이도 잡는다는 풍산개, 주인을 살린 전설의 오수개 등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전쟁에 쓸 모피를 얻기 위해 대량살상을 실시해 멸종 위기를 겪었다. 이때 학살된 수만 어림잡아 150만 마리 정도였다고 한다. 진돗개는 모순적이게도 일본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죽음을 면했는데, 일본의 기슈견을 닮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속내를 살펴보면, 조선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일본이 주장한 '내선일체' 즉, '일본과 조선이 한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이용된 것이다.
5천 년 전에도 매력적이던 요물?
반려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약 5천 년 전, 고대 이집트로 추정된다. 곡물 창고를 습격하는 쥐떼로 애를 먹던 이집트인들이 쥐의 천적이 고양이라는 것을 깨닫고 집집마다 키우게 된 것이 반려묘의 기원이다. 그 후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고양이를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기도 하는 등 신성시 여겼다. 하지만 이집트인들의 고양이 사랑은 결국 파국을 낳았는데, 바로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가 전쟁에 고양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군이 이집트를 공격해오며 투석기로 고양이를 성벽으로 던졌는데, 이를보다 못한 이집트는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애완'에서 '반려'로
지금은 우리에게 애완동물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이 말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인 콘라트 로렌츠가 1986년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의 이로움을 강조하며 '애완동물(Pet)'에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호칭이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이후 반려동물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되고 법령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등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