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GAS ISSUE
2017년 착공한 제주 애월 LNG 기지가 드디어 제주시 2만 7천여 세대에 천연가스 보급을 시작했다. 1987년 부천의 청실아파트에 천연가스를 첫 공급한 지 34년 만에 명실상부 전국 천연가스 보급 시대가 열린 것이다. 화제의 현장인 제주LNG본부를 찾아 건설과정부터 보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의의를 되짚어 보고 그 주역들을 만나본다.
[글 신영철 사진 정익환]
석탄가스에서 LPG를 지나 지금은 LNG 시대!
인류는 언제부터 가스를 이용했을까? 3천 년 전, 중국인들이 소금을 만들 때 대나무관으로 가스를 운송해 사용했다는 것이 첫 기록이다. 19세기 초, 안개 낀 런던의 밤거리에 가스등을 밝히면서 가스는 우리 삶에 본격적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1909년 일한와사주식회사가 일본인 상가 밀집지역에 가스등용 석탄가스를 공급하면서 가스 사용이 시작되었다. 당시의 석탄 가스는 매우 비싸서 가스등은 일본인과 극소수의 한국인들만 향유할 수 있었던 부의 상징이었다. 1970년대, 한국에도 정유회사들이 생기면서 LPG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정부는 도시연료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LPG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양이 충분하지 않아서 주로 취사용으로 사용되었다. 가스의 진정한 대중화는 LNG와 함께 시작되었다. 제1·2차 석유파동을 겪은 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LNG 도입을 추진한다. 마침내 1983년에 한국가스공사가 설립되었다. 공사는 평택에 인수기지를 착공해서 1986년 10월 31일에 인도네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LNG를 첫 도입했다. 평택을 시작으로 1998년 인천, 2002년 통영, 2014년 삼척생산기지를 증설하면서 수용량이 크게 늘어난 덕에 LNG는 난방용으로도 사용가능해졌다. 한국에서 '연탄가스 중독' 기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LNG 보급이 늘면서부터다. 90년대 초, 모 보일러 회사의 광고 문구였던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는 LNG 대중화 시대의 선언이기도 했다.
34년 만에 열린 전국 천연가스 시대
전국 90% 이상의 가정에 LNG가 보급되는 시대! 하지만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제주특별자치도만은 '섬'이라는 이유로 LNG의 혜택에서 비껴나 있었다. 제주의 가정은 LNG보다 30%~100% 비싼 등유나 LPG를 사용해왔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으며, 안전하기까지 한 천연가스 도입은 제주도민들의 숙원이었다. 2010년부터 추진된 제주도 천연가스 보급 사업은 총사업비 5,428억 원을 들여 2019년 준공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2020년 3월 25일에 봉개관리소 밸브를 열어 제주시의 2만 7천여 세대(제주도 전체 세대의 약 9.2%)에 도시가스 공급을 시작했다. 명실상부, 전국 천연가스 보급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1987년 부천의 청실아파트에 천연가스 공급을 시작한 이래 불과 34년 만에 이룬 쾌거다. 제주도 내 LNG 공급은 일정에 큰 차질이 없었기에 순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다. 제주공급건설단 1공구 건설공사 토목감독 및 봉개관리소 공사 감독을 맡았던 장기웅 과장(신성장사업본부 플랜트사업처 해상플랜트사업부)은 이를 두고 "클래스가 남달랐다"고 표현한다. "연중 쏟아지는 민원, 깨질 것 같다가도 깨지지 않는 현무암, 유난히도 잦았던 태풍, 기다리고 두드려도 답이 없는 인허가 승인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스의 적기 공급이 불가능할 것이라 호언장담했을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적기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공사에 참여한 모두가 하나 되어 지혜와 열정을 쏟아 절체절명의 위기들을 극복한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건설 단위 사업 중 유일하게 무재해 무사고 현장을 유지함으로써 함께 몸담았던 사람들 모두가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제주LNG본부는 2029년까지 15만 8천여 세대(제주 전체 세대의 57%)로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KOGAS인들의 열정과 노고 덕에 그동안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제주도에 보편적 에너지 복지를 실현할 수 있었다.
LNG와 청정 제주는 운명의 짝!
제주도는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운동에 동참함과 동시에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자 2012년부터 '카본프리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도내 전력소비량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11.54%다. 국내 전체보급률 7.35%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요원하다. 현재 제주 전력 수요의 약 40%를 여전히 해저 전력케이블을 통해 육지로부터 공급받고 있기 때문. 이에 케이블 고장 등의 이유로 수차례의 광역정전 사태를 겪은 적도 있다. 제주 LNG 공급에 발맞춰 한국 중부발전은 지난해부터 205W급 한림복합발전의 연료를 중유에서 LNG로 전환해 가동하고 있으며 제주LNG복합발전을 신설했다. 올해 160W급 남제주 LNG복합발전까지 가동하면 LNG는 제주 총 발전의 34%를 담당하게 된다. LNG복합발전은 중유발전과 비교해 오염물질 배출이 현격히 적고 효율도 높다. 안정적이면서도 청정한 에너지 확보를 원하는 제주도민의 당장의 요구에 부합한다. 제주생산기지는 해수와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기식 기화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기획 단계부터 제주의 청정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애써왔다. 기지는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로 100% 에너지 자립을 이루려는 카본프리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이다.
제주인(in) 제주생산기지
국가 중요 시설 중 제주생산기지처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는 곳도 드물다. '바다 위 빛의 정원'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애월항 끝자락, 쪽빛 바다에 젖은 제주기지는 밤마다 기지 자체가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모해 제주의 수려한 풍경을 펼쳐내는 그래픽 향연을 벌인다. "지난해, 제주 감귤 값이 폭락했을 때는 본사와 함께 감귤소비촉진운동을 벌였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는 애월초등학교에 마스크를 지급했고요." 제주LNG본부 관리부 한상규 차장은 생산기지가 애월에 자리함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주민들이 LNG를 조속한 시일에 공급받고 있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한다. 그의 말과 표정에서 이미 제주에 녹아든 마음이 전해진다. 이제는 제주인이 된 제주LNG본부의 일꾼들을 만나본다.
↑ 제주도 내 안정적인 LNG 공급을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제주 LNG본부 직원들의 업무 풍경
Mini Interview
설비운영부 장지호 대리
제주생산기지는 국내 최초로 공기식 기화기를 도입했어요. 이 기화기는 해수는 물론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설비입니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설비라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아 운영하는 데 약간의 애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청정한 어장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니 마땅히 감당해야죠. 그리고 제 자신이 제주 LNG 민간 공급의 첫 수혜자라 마음이 더욱 뿌듯합니다. 제 가족이 집에서 드디어 LNG 혜택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설비보전부 김민재 직원
설비보전부는 제주생산기지의 설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계‧계전‧계통설비‧건축시설을 신설하고 유지 보수와 더불어 개선을 담당하는 부서예요. 저는 여성 비율이 낮은 기계 쪽에 몸담고 있습니다. 제주에 있는 제 본가는 가스 배관이 연결되지 않은 개인 주택이에요. 집에 갈 때마다 어머니께서 "우리 집은 언제 가스가 들어오느냐"고 물으세요. 저희 집에 LNG가 공급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안전환경부 김민상 주임
안전환경부에서는 EHSQ! 환경(Environment)·보건(Healthy)·안전(Safety)·품질(Quality)의 약자인데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서 직원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또 고객들에게는 안전한 가스 공급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우리 공사의 경영 시스템을 총괄 관리하는 일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기지 건설 과정에서 해녀 할망들의 부탁으로 바닷가로 가서 우뭇가사리를 몇 번 날라 드린 적 있습니다. 지금은 흐뭇한 추억이 되었죠.
관리부 김지원 직원
기획, 영업, 회계 등 제주LNG본부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리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본가 근처에 LNG복합발전소가 건설되면서 발전소 주변으로 LNG관이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LNG관 매설 공사 당시에 이런저런 민원이 많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일반가정으로 LNG공급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어요. KOGAS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홍보를 계속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