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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산책


잠은 체력을 충전하고 뇌를 쉬게 하는 휴식의 시간이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달콤한 상상이 꿈으로 구현되는 스토리텔링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초대하는 두 권의 소설을 소개한다. 아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잠이 들면 눈으로 좇던 활자들이 상상하던 풍경으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글 편집실]



믿음은 꿈의 반대야. 믿음은 닫고, 꿈은 열어 줘. 밤마다 꿈이 믿음을 무너뜨려 주니까 다행이지, 아니면 너는 늘 다른 사람들의 관점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지배당할 거야.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 중에서

수면 주기는 잠의 깊이와 뇌파의 종류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마지막 렘수면 단계에서 안구는 빠르게 움직이고 두뇌활동은 활발해지면서 선명한 꿈을 꾼다. 이야기는 렘수면 다음 단계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시작된다. 스물여덟 살 의대생 자크의 모친인 카롤린은 수면을 연구하는 신경생리학자로,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6단계 수면은 인위적으로 더욱 깊은 잠을 유도해 얻어지는 단계로, 심장 박동은 더 느려지고 몸은 이완되지만 두뇌활동은 더 활발해진다. 이 6단계 수면을 확인하기 위한 비밀실험 도중 피실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카롤린은 다음날 실종된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자크는 꿈에서 20년 뒤의 자신과 만나고, 48세의 자크는 카롤린이 다음 실험을 성공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났다가 위험에 처했다 고 말해준다. 카롤린은 강연에서 자각몽을 완벽히 통제해 불안·우울·공격성·자살충동 등을 제거한 말레이시아 세노이족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자크는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꿈 속 남자의 말을 듣고 어머니를 구하러 찾아 나설지 큰 혼란에 빠진다. 꿈을 추구하는 연구가인 엄마를 좇아 환상적인 꿈속을 여행하고, 꿈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거라네. 내가 여전히 동결 중인지, 사실 이 모든것이 몹시 추운 곳에서 꾸는 꿈은 아닌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정말로 나를 영원히 떠난 게 맞는지. 그들이 떠난 이후로 100년이 넘게 흘렀다면 어째서 나는 아직도 동결과 각성을 반복할 수 있는지. 왜 매번 죽지 않고 다시 깨어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얼마나 많이 세상이 변했는지.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럼에도 잠들어 있는 동안은 왜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왜 나는 여전히 떠날 수 없는지…."

-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우주정거장에 혼자서 우주선을 기다리는 노인. 한 남자가 그 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남자는 정거장 관리 직원이고, 노인은 안나라는 과학자로 남편과 아들이 먼저 정착한 슬렌포니아로 가는 우주선을 기다리는 여행객이다. 안나는 자신이 이곳에 있게 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장기간의 우주여행을 위한 동면 기술인 딥프리징 기술을 연구하는 학자인 그는 연구를 마무리하기 위해 남편과 아들을 슬렌포니아로 먼저 보낸다. 하지만 그 사이 새로운 우주여행 항법이 발견되고 비효율적인 항법이라는 이유로 슬렌포니아행 우주선 운행 중단이 결정된다. 그가 온힘을 다해 연구해 온 딥프리징 기술을 세상에 발표하는 날이 바로 마지막 슬렌포니아행 우주선이 떠나는 날. 결국 마지막 슬렌포니아행 우주선을 놓친 그는 다시 우주선이 운행될 날을 기다리며 자신이 연구한 동면 기술로 동결과 해동을 반복한다. 그렇게 폐쇄된 우주정거장에서 그는 170살이 되도록 살아왔고 그를 설득해 지구로 돌려보내고 낡은 우주정거장을 폐쇄하기 위해 남자가 찾아온 것이었다.

기약이 없는 줄 알면서도 그리움의 끈을 놓지 못해 100년이 넘게 동면을 반복하는 안나. 그가 더 기다리기 위해 차가운 잠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망이자 희망이다. 꿈과 현실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반복되는 시간을 버티게 한 것, 그리고 결국 방긋 웃으며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이르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