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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운송 수단이 그렇듯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박들도 많은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에 제동을 걸고 깨끗한 하늘과 바다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는 해양환경을 위한 첫걸음이다.

[글 편집실]



더 커진 환경에 관한 관심
더 높아진 환경에 대한 기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매년 그해 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한다. 201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 주인공은 16세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다. 92년의 역사를 가진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최연소 수상자인 툰베리를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기후 행동을 둘러싼 정치는 그 현상 자체만큼이나 복잡하고 변화가 쉽지 않다. 툰베리에게도 마법 같은 해법이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툰베리는 지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전 세계적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탈바꿈하는 일에 성공했다." 툰베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이름의 기후 위기 운동을 시작했고, 전 세계 청소년들이 환경을 위해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한 소녀가 시작한 운동은 나비효과처럼 전 세계에 바람을 일으켰고, 크고 작은 변화를 끌어냈다.

국제기구들 역시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변화를 모색 중이다. 해상의 안전과 선박으로부터의 해양 오염 방지를 책임지는 유엔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IMO)도 규제 강화에 나섰다.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조치를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전 세계 해역에 대한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배출 허용량이 현행 3.5%에서 0.5%로 크게 강화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대형 선박 1척이 내뿜는 황산화물의 배출량은 자동차 3억 7,600만 대가 같은 시간 주행했을 때 내뿜는 배출량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렇듯 자동차와 비교해 선박이 배출하는 황산화물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지금까지는 그 기준이 느슨했다. 자동차의 경우 원료의 황 함량 기준이 10~50ppm 수준이었던 반면, 선박은 작년까지 35,000ppm이 기준이었다. 이에 2005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20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가 본격 시행되었다.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세계적인 선사들은 어떻게 대응하나?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로 인해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그동안 대부분 선박이 연료로 사용해온 벙커C유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많은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는 만큼 해양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불려왔다.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벙커C유 대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것. 친환경 연료인 LNG를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을 만들게 되면 황산화물은 물론 각종 유해 물질의 배출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기존의 선박을 LNG 추진선으로 교체하는 것은 비용이나 여건상 쉽지 않은 일. 기존 선박을 그대로 사용할 때는 고유황유 대신 황 함유량이 0.5% 미만인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하 되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탈황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다.

실제 세계적인 선사들도 위 3가지 방식을 토대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는 2018년 9월을 기준으로 자사 선박 120척의 자사 선박에 탈황장치를 설치했고, 3위 선사인 프랑스 CMA CGM 역시 기존 선박에 탈황장치 설치를 마친 상태다. 대신 2018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건조되는 선박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LNG 추진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일찍이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에 대한 대비책으로 저유황유 사용을 준비해왔다.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세계적인 선사들은 어떻게 대응하나?

하지만 규제 시행이 가까워지면서 저렴한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해 일부 선박에는 탈황장치를 장착하기로 했다. 소형 선박의 경우는 탈황장치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탈황장치 설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머스크라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LNG 추진선의 도입이라고 밝혔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친환경 선박,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술력

​세계적인 선박 선사를 보유한 나라들에 비하면 조금 늦은 대처지만, 우리나라도 2019년 12월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친환경 선박법 시행령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친환경 선박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 시행령은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시행에 필요한 내용과 법령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외항 화물선에 집중된 친환경 선박 전환 정책 대상을 내항선, 여객선, 어선, 유도선 등 모든 선박으로 확대했다. 또한 '친환경 선박' 하면 떠올리는 액화천연가스(LNG)는 물론이고 액화석유가스(LPG), 압축천연가스(CNC),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전기 등 환경친화적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선박 모두에 시행령을 적용,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에 맞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친환경 선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탈황장치는 별도의 유지비용이 들어갈 뿐만아니라 작은 선박에는 설치 자체가 어렵다. 반만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 추진선의 경우, 초기 건조 비용이 필요하지만 별도의 황산화물 처리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LNG 연료는 황산화물이 0.05% 내외 함유된 선박용 경유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이에 중국이나 싱가포르의 조선업계는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우리나라는 그들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경쟁에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2018~2020년까지 중소형 LNG 연료추진선, 에너지 효율 향상, 친환경 선박 최적 설계 개발 등 11개 과제 연구개발 에 총 212억 원을 투입,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지원 속에 국내 기업들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LNG 추진 방식을 11만 톤급 유조선에 적용했는데, 이는 중소형 선박이 아닌 대형 선박에 적용해 성공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또한 배기가스 세정설비를 자체 개발해 친환경 선박 엔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배기가스를 물로 씻어내어 황산화물과 염산, 불산 등의 유해 물질을 최대 99%까지 제거하는 장치로, 이 장비를 활용하면 황산화물을 규제 기준인 0.5%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LNG 추진선의 발주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18만 톤급 광석운반선에 적용할 수 있는 LNG 연료탱크를 개발했고,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스위스 MSC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일종의 에너지 저감장치인 공기윤활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4%가량의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환경과 기후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친환경 선박은 바다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올해 1월 1일 시행된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가 규제를 넘어 환경을 지키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친환경 선박, 우리에게 필요한건 기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