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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스페인의 골목들은 '오후의 반전'이 유쾌하다. 예술가의 흔적 깃든 북적이는 광장 뒤로는 나른한 휴식이 함께 한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방의 대표도시로, 내륙의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로 굳건한 세월을 지켜 왔다. 두 도시가 펼쳐내는 일상의 풍경은 다른 듯 닮아 있다.

[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곡선은 신의 선' 가우디의 건축

바르셀로나에서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를 추억한다. 이 고집스러운 건축가 한 명이 도시의 지도를 바꿔놓았다. 그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은 한해 수백만 명에 달한다. 바르셀로나는 중독의 도시가 됐고, 그 지독한 중독의 중심에는 가우디가 있다. 플라멩코 댄서의 휠 듯한 춤이 아니더라도 바르셀로나의 건축물에서 유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가우디의 작품들은 도심 곳곳에 녹아 있다. 구엘 공원에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빌린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들이 기이한 모습으로 자리한다. 야자수를 닮은 돌기둥과 담장에 새겨진 모자이크에도 건축가의 열정이 스며들었다. 이방인들은 예술품인 벤치에 기대 따사롭고 호화로운 휴식을 즐긴다. 파도의 굴곡이 깃든 카사 바트요나 카사 밀라에는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제창한 가우디의 철학이 담겨있다. 1882년 짓기 시작한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가우디는 40여 년간의 생애를 대성당 건설에 바쳤고 사후에는 성당 지하에 안치됐다. 가우디가 19세기 말 20세기 초 쌓아 올린 바르셀로나의 건축물 중 다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점심 정찬 후 즐기는 '시에스타'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산 파우 병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가우디의 거리로 불린다. 이방인들은 밤늦도록 노천 바에 앉아 대성당을 바라보며 가우디를 찬미한다. 골목에서 마주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일과는 여유롭다. 점심때면 오후 2시쯤 느긋하게 정찬을 즐긴다. '메뉴 델 디아'로 불리는 오늘의 요리는 저렴한 가격에 정식 코스를 내놓는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점심 한 끼와 휴식은 일 못지않게 소중하다. 식사 뒤 오후 4시까지는 낮잠인 시에스타 시간이다. 상점들은 점심과 시에스타로이어지는 오후에는 문을 닫고 잠시 정적에 빠져든다. 시에스타는 스페인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의 도시들은 한여름 기온이 40도까지 치솟는다. 낮잠 문화는 무더위를 피하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시작됐다. 시에스타(Siesta)는 '여섯 번째 시간'이라는 뜻의 '호라 섹스타'(hora sext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동튼 뒤 6시간이 지나 잠시 쉰다는 의미를 지녔다. 최근 시에스타 문화도 많이 변했다. 기업들과 정부 기관 등에서는 시에스타 제도를 폐지했다. 다른 한편에는 도심 노동자들을 위해 '낮잠 카페(nap cafe)'도 생겨났다. 낮잠 카페에서는 1시간가량 낮잠을 자거나 커피 한잔 기울이는 휴식이 제공된다.

부를 자양분 삼아 꽃 피운 예술

바르셀로나의 건축미는 가우디 혼자만의 열정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피렌체가 그랬듯 도시의 상업적인 성장과 예술은 궤적을 같이한다. 스페인의 도시 중 유럽대륙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했던 바르셀로나는 제1의 상공업 도시로 성장했고, 부를 자양분 삼아 수준 높은 예술을 꽃피웠다. 피카소, 미로 등도 이 도시에서 작품 활동을 펼친 예술가들이다. 피카소가 청년기를 보냈던 몬트카다 거리에는 14세기에 지어진 아퀼라르 궁을 개조해 만든 피카소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바르셀로나는 독특한 건축물을 보석처럼 간직하고 있다. 몬타네르가 지은 카탈라나 음악당과 산 파우 병원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첨단 돔형의 아그바르 타워는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고딕지구의 700년 세월의 건물과 1840년대에 조성된 산 쥬셉 시장 역시 향수를 자극한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도,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도시는 마드리드다.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방은 늘 독립을 꿈꿔왔다. 두 도시의 축구 대결인 '엘 클라시코'는 국가 최대의 이벤트다. 레알 마드리드팀의 '레알'에는 '왕립(Royal)'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수도 마드리드는 유럽의 수도 중 가장 높은 고도(해발 646m)의 도시다. 마드리드의 태생은 성채 도시이고, 한때 이슬람 세력의 통치를 받았다. 10세기 무렵 무어인들은 당시 수도 톨레도를 방어하기위해 마드리드를 세웠고 초기 이름은 '마헤리트'였다. 국왕이 잠시 머물다 가던 도시는 1561년 펠리세 2세 때 정치·문화적 수도로 탈바꿈했다. 고야 등 예술가들이 찾아들었고 17~18세기 화려한 스페인 건축물은 구시가를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왕궁은 유럽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2,800여 개의 방은 샹들리에로 치장됐고 거장들의 그림과 보물로 채워져 있다. 왕립 미술관인 프라도는 마드리드 미술관 여행의 중심인 곳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고야,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의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도심 광장에 녹아든 유희와 세월

마드리드의 삶은 광장에서 빛난다. 마드리드의 모든 거리는 '푸에르타 델 솔'로 집결한다. '태양의 문'을 뜻하는 작은 광장은 마드리드 구시가의 관문이자 스페인의 중심인 의미를 지녔다. 가장 넓은 대로인 '그랑비아'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스페인 광장이 있다.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 산초를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동상과 돈키호테의 여인 드루네시아가 광장 한편을 지킨다. 건축가 후안 데 에레라의 설계로 조성된 마요르 광장은 화려한 프레스코화(회반죽벽에 그려지는 벽화기법) 건물이 도드라진다. 건물 1층 아케이드는 선술집들이 가득하다. 투우경기, 축제, 교수형이 이 광장에서 거행됐다. 광장 뒤편 길은 산 미겔 시장으로 연결된다. 스페인의 별미인 타파스(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는 이 시장에서 죄다 맛볼 수 있다. 낙지로 만든 뽈뽀, 붉은 소시지 모르시야 등이 미각을 자극하고, 상그리아(스페인 전통 파티 칵테일 음료) 잔술이 자연스럽게 곁들여진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밤을 끝장내기 전까지 아무도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고 마드리드를 추억했다. 오후 2시에 정찬을 즐긴 스페인 사람들은 9시 넘어서 저녁을 먹는다. 주말에는 아예 10시쯤 시작해 자정 너머까지 만찬을 즐기기도 한다. FC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의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술집은 일찌감치 예약이 동난다. 오후의 나른한 휴식과 연결되는 달달한 '클라라' 맥주가 흥청거리는 골목 바의 빈 잔에 채워진다.

지구를 생각하는 스페인 여행

  •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

    스페인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지난해 12월 '회의불가'를 선언한 칠레 산티아고를 대신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열었다. 스페인의 동물보호당은 500년 역사를 지닌 투우 경기를 저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졌다. 여행자들에게도 투우는 전통이 아니라 동물 학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일상적인 교통수단 자전거

    바르셀로나에서는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무인 보관대에 비치된 붉은색 자전거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바이싱'이라는 자전거 렌털 시스템은 2007년 바르셀로나에서 도입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자전거 대여는 평일 야간에는 운행이 중지되며 주말인 금, 토요일에는 24시간 대여가 가능하도록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친환경 해변 바르셀로네타

    바르셀로나에서는 친환경 해변인 바르셀로네타 지역을 들려볼 일이다. 바르셀로네타는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건축물, 보행자 전용 거리, 대규모 인공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공해 없는 해변을 지향한다. 스페인의 환경을 위한 움직임은 속도를 내고있다. 스페인에서는 캡슐커피를 포함해 컵, 접시 등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의 사용이 올해부터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