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영국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천연가스의 발견과 쓰임
천연가스란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땅속에 묻혀있는 가스상의 화석연료이다. 분리·정제 과정을 거치는 석유와 달리 가스전에서 직접 채취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고 주성분은 메탄(CH4)이며, 저장 방법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채취된 천연가스를 영하 161도에서 액화시켜 부피를 6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이며 저장 및 운반이 용이하다. 두 번째는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압축해 부피를 2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압축천연가스(Compressed Natural Gas, CNG)이며, 천연가스 버스 등의 자동차 연료로 사용된다. 마지막은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직접 공급하는 배관천연가스(Piped Natural Gas, PNG)로, 주로 러시아에서 타 유럽 국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기록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천연가스를 사용한 장소는 기원전 200년경 중국 후한 시기 사천의 암염 광산이다. 처음에는 광산에 원인 모를 폭발이 계속되어 제사를 지냈지만, 이후 그것이 ‘불타는 공기’임을 발견하고 대나무 관으로 이를 모은 뒤 소금을 정제하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원으로 활용하였으며, 이후 촉한의 제갈량이 해당 기술을 발전시켜 수입원 중 하나로 삼기도 했다. 근대 들어 경제성이 있는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전은 1821년 미국 프레도니아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1824년부터는 천연가스가 조명용으로 산업화되어 도시의 가로등을 밝히는 연료로 주로 활용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전역에 구축된 수천 마일의 배관망은 PNG 기반의 천연가스 산업을 급속도로 발전시켰으며, 기체 액화기술의 발전으로 개발된 LNG를 수송하기 위해 제작된 영국의 ‘메탄 파이오니어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LNG 수송선이 전 세계의 천연가스를 운반하고 있다. 한국은 인근에서 PNG 형태로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나라가 없어 전량을 LNG 형태로 수입하고 있으며,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천연가스 공급을 위한 한국가스공사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카타르, 호주, 오만, 미국 등의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였다. 또한 LNG 국적선 사업정책을 추진하여 자유로운 추가 운항을 실현함과 동시에 국내 조선 및 해운산업 육성도 유도할 수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문을 열다
천연가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요증가세를 보이는 에너지원이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연평균 1.6% 증가하여 2030년에는 석유에 이어 두 번째 1차 에너지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천연가스가 분자량이 작기 때문에 연소율이 높아 연소 후 물과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하기 때문에 석유나 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연료’로 취급받고 있고,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시대로 진입하기 전까지의 가교(架橋) 연료로서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셰일가스가 풍부한 미국의 저렴한 천연가스 공급 확대가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믹스 개편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2021 세계 LNG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4,081만 톤의 LNG를 수입하여 전 세계 LNG 유통량의 11% 규모를 소비하고 있으며, IEA는 한국의 천연가스 수요량이 연평균 0.8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됨에 따라 기존 대형 운송수단에 사용되는 연료를 보다 친환경적인 연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선박용 연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형선박에는 경유를, 대형선박에는 벙커C유를 활용하며 필요에 따라서 두 연료를 혼합하기도 하는데, 이들 연료는 연소하며 다량의 황산화물을 대기 중에 배출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인체에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규제를 강화하였다. 이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내연기관을 벗어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대안으로 주목받는 전기 및 수소 추진 시스템의 에너지 밀도가 낮아 운항 범위 제한, 충전 및 보급 인프라 부족, 큰 초기 투자 비용, 그리고 국제 규제 및 인증 기준 부족 등으로 빠른 전환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선박연료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연료인 LNG를 선박 연료로 활용하는 ‘LNG 벙커링’ 기술이 그 중간 단계로서 주목받고 있다. KOGAS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선제 대응하여 LNG 벙커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 힘써왔고, 규제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말에 이미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의 LNG 벙커링 사업을 수주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또한, 소형선박과 마찬가지로 경유를 사용하여 국내 교통/수송 분야 미세먼지 배출의 68%를 차지하는 대형차 연료를 LNG로 전환하는 ‘LNG 대형차사업’도 진행하였고, 향후 2030년까지 LNG 대형차 6만 대를 보급해 120만 톤 규모의 천연가스 판매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시대에도 불씨로 작용할 것
천연가스가 가교 연료로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많은 보급 및 성장이 기대되는 연료이지만, 파리 협정 이후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는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에너지 산업의 체제 개편에서 핵심은 ‘수소에너지’다. 청정에너지 사용의 당위성과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수소 기반의 에너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여 미래 세계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화석연료의 매장량이 부족한 한국에 수소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의 친환경적인 측면과 더불어 에너지원 다각화, 해외 에너지 의존도 감소를 통한 에너지 자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수소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 저장 및 운송, 활용 기술이 유기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전국적인 가스 배관망을 구축하였고 다수의 LNG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KOGAS는 생산된 수소의 저장 및 운송, 그리고 활용 관련 미래의 수소에너지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원전 처음 발견된 천연가스는 액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에너지원으로서 본격적으로 대량 공급되기 시작하였고, 현재의 에너지 대전환 과도기에서는 전통적인 화석연료와 미래의 수소에너지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단기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미래 수소에너지 시대가 도래한다면 궁극적으로 천연가스의 수요가 줄어들겠지만, 천연가스의 저장, 운송, 활용 기술은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에 고스란히 녹아들 수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와 직접 결합한 수전해 등의 신(新)수소생산기술과 결합하여 효율적인 수소경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KOGAS의 천연가스 노하우와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한국이 미래 글로벌 수소 경제를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