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영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천연가스는 이송 방식에 따라 PNG(Pipeline Natural Gas : 배관천연가스)와 LNG(Liquified Natural Gas : 액화천연가스)로 분류된다. PNG는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로 연결하여 수송하는 반면,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1.5℃로 냉각해 600분의 1 부피의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다. 섬이나 특수 상황으로 파이프를 설치할 수 없거나 채굴지-소비지간 거리가 너무 멀 경우 PNG보다 LNG가 경제적이다. 액화 후 전용선박을 통해 수송된 LNG는 수입터미널에서 기체로 재기화하여 LNG 발전, 도시가스, 산업공정, 블루수소 생산 등에 활용된다.
글로벌 LNG 수요는 한중일 동아시아 3개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이후 미국, 카타르, 호주, 러시아 등 수출국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LNG 가격도 하락 추세가 지속되었다. MMBtu당 LNG 가격이 2~5$까지 떨어져 수출업체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었고, 이에 더해 글로벌 탈탄소 기조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친환경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면서 천연가스 투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LNG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PNG 형태로 천연가스를 수입해오고 있었는데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PNG 도입을 중단하겠다는 REPowerEU를 발표하였다. 대신 미국, 중동, 호주로 천연가스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유럽의 LNG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LNG 터미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의 경우 탈원전·탈석탄 선언과 함께 재생에너지와 수소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고 있으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총 6기의 FSRU(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 : LNG 수송·저장·재기화 부유식 선박)를 용선하고 2022년 12월 착공한 빌헬름스하펜의 독일 최초 LNG 터미널에서 올해 1월 최초로 78천만 톤의 LNG를 인도받았다.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축소 방침에 대항해 러시아는 유럽향 PNG를 중국, 인도로 돌리면서 유럽 외 아시아 등으로 판매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LNG를 수입해 에너지가 부족한 유럽에 재판매하여 수익을 내는 아이러니도 연출되었다.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각국 에너지 정책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성장할수록 단점인 간헐성, 그리드 이슈를 해결할 방안 및 탄소중립 과정에서 석탄의 대체재로 LNG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계수 석탄 0.8362 CO2톤/MWh, LNG 0.3779 CO2톤/MWh)
또한 LNG는 그린수소 도래 이전에 블루수소(LNG+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의 원천으로 수소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다. LNG를 분해하여 CCUS를 통해 CO2를 제거한 블루수소는 LNG 터미널, 가스망, 발전설비 등 기존 LNG 인프라 활용이 가능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LNG는 상당 기간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브릿지 역할을 할 에너지원으로 남게 될 것이다.
LNG 시장의 성장과 함께 LNG 지형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LNG와 PNG의 비율은 2020년 4:6에서 2050년 6:4로 역전될 전망이다. LNG 수입국은 2020년 43개국에서 2050년 50개국으로, 동기간 수출국은 20개국에서 30개국으로 늘어나면서 Inter-continental 거래보다 Intra-Continental의 국제적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핵심 수요처도 한중일 3개국에서 동북아, 동남아, 유럽으로 다변화되는데, 특히 유럽은 역내 수요의 40%를 차지하던 러시아산 PNG를 대체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시장에서 Spot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가격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PNG, 석유, 석유제품 등)의 수입 금지로 인해 유럽 지역에 LNG 수입 인프라(터미널)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2025년 이후에는 코로나 시기에 투자된 LNG 사업(가스전, 인프라 등) 및 관련 인프라의 상업화가 진전되면서 수급 균형이 이루어지고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지리적, 환경적, 기술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LNG의 역할은 계속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발표된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6년 LNG 발전은 64.6GW(2023년 43.5GW)까지 늘어날 계획이다. 현재 가동 중인 58기의 석탄발전 중 노후 석탄발전 28기를 폐지하고 이를 LNG 발전으로 전환하여(14.1GW)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LNG발전 자체 확대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에서 연료전환,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따른(2023년 32.8GW → 2036년 108.3GW) 간헐성 보완용 전력용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또한, 2030년에는 수소·암모니아를 기존 LNG 발전·석탄 발전에 혼소하여 약 2.1%의(2036년 7.1%) 전력을 생산할 계획인데, 무탄소 연료인 수소·암모니아 생산을 위해 LNG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분이 메탄(CH4)인 LNG·천연가스를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소를 질소와 합성하여 블루암모니아 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석유·석탄 중심의 블랙 에너지 시대에서 재생에너지·수소 중심의 그린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기에 서 있다. LNG는 탄소를(C) 함유한 Fossil Fuel임이 분명하나, 온실가스 배출 계수가 낮아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기존 인프라가 확보되어 발전, 산업, 가정 등에서 활용이 용이하다. 미래 에너지인 수소(암모니아) 생산의 원천이 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보완재 역할이 가능하다. 이처럼 LNG는 오늘의 중요한 에너지원이자 미래 에너지원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성을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