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은정 사진. 김범기(인천 영종도), 박재우(포항)
육지에서 대교를 타고 건너가면 바다 위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 영종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고마운 동기, 그리고 각자 친구를 초대해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이들의 발길이 영종도로 향한다.
수도권에 가까이 있어 짧게 시간 내어 여행하기에 제격인 인천 영종도. 입사 동기 조도상 직원과 안소연 직원, 그리고 이들의 친구 한상엽 씨가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자 어느 오후 반차를 냈다.
“2018년에 함께 입사해 좋을 때나 힘들 때 서로의 곁을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 같은 동기입니다. 말이 잘 통하고 취미가 같아서 더 좋았고요. 같은 부서에서 일해도 각기 다른 업무에 집중하느라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갖지 못해 아쉬웠어요. 이번에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특별히 각자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하는 의미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평소에도 친구들과 함께 방 탈출 게임, 보드게임, 야구 경기 관람, 캠핑 등 다양한 취미를 즐겼다는 이들은 오늘 조도상 직원의 오랜 벗 한상엽 씨를 여행 메이트로 초대했다.
영종도에서 첫 여행지는 최근 가장 힙한 명소로 부상한 카페 메이드림(MADE林). 120년 역사를 가진, 영종도 최초의 교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카페 공간인 숲의 전당, 전시 공간인 숲의 별당과 헤리티지관 등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카페 내부는 지하부터 3층, 옥상까지 땅의 생성, 물과 하늘, 빛과 어둠 등의 다양한 요소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숲을 이루는 콘셉트로 굉장히 신비롭고 아늑하다. 거기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진 벽과 계단 등이 자아내는 분위기 또한 독특해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힙한 카페를 벗어나 이동한 곳은 선녀바위해수욕장이다. 하늘이 맑은 밤이면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노닌다는 전설이 전하는 곳으로, 백사장 끝자락에 뾰족하게 서 있는 바위들이 바다와 잘 어우러진다. 서해안의 대표 해수욕장인 을왕리에 붙어 있으나 조용하고 고즈넉해 겨울 바다의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널따란 백사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끊임없이 밀려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는 여유를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조도상 직원과 안소연 직원, 친구 한상엽 씨의 공통분모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프로야구, 그중에서도 ‘SSG랜더스’의 팬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SSG랜더스의 유니폼을 맞춰 입고 백사장을 거닐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오늘 처음 만난 안소연 직원과 한상엽 씨 사이에 어색함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 개구쟁이 같은 웃음소리가 하릴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얹혀 바다 위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어~ 하늘에 무지개가 떴어. 와, 올해 좋은 일이 많을 건가 봐.” 조도상 직원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 정말로 햇무리인 듯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선녀바위해수욕장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낙조를 자랑한다. 어둠이 내리는 해 질 녘 선녀바위 너머로 붉게 물드는 노을이 그야말로 일품. 오늘은 구름이 껴있어 아쉽다는 안소연 직원은 이곳에서 해넘이를 충분히 즐긴 후에 을왕리로 이동해 조개구이를 맛보는 게 국룰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영종도 여행의 마무리는 캠핑으로 정했다. 입사 동기 둘이 찾은 곳은 영종씨사이드파크 카라반캠핑장. 씨사이드파크 카라반캠핑장은 해안산책로 끝자락에 있어, 눈앞에 바로 바다가 펼치는 도심 속 캠핑장이다. 평소에도 캠핑을 좋아해 강원도, 충청도 등 전국 캠핑장을 찾아다녔다는 조도상 직원은 집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한다.
저녁으로 준비한 소갈비, 오겹살, 딸기, 그리고 와인 등을 꺼내어 조도상 직원과 안소연 직원이 준비한 먹거리를 손질하는 동안 한상엽 씨는 숯에 불을 피운다. 그 사이 저 멀리 하늘이 불그스레 물들기 시작하고 그 빛이 캠핑장에도 서서히 내려앉는다.
“캠핑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자 시간이에요. 가까운 이들과 함께하면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심이 전해져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찐하게 힐링하려고 합니다.” 이윽고 캠핑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불멍 시간. 은은하게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이들의 우정도 시나브로 깊어간다.
여행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나고 누구와도 친구가 된다. 어색하기만 했던 입사 동기들이 격의 없는 친구로, 여행 메이트로 거듭난 것도 여행 덕분이다. 그 첫걸음이 된 여행지 포항으로 향하는 오늘, 서로가 함께하기에 더 행복하다.
2021년 8월에 함께 입사한 동기들이 의기투합해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 게 2022년 1월이다. 그리고 꼭 1년 만에 다시 포항을 찾았다. “신입사원 연수 때 같은 조원이었던 6명 중 4명이 본사로 발령받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라 연수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탓에 본사에서 만나도 정말 어색하더라고요. 그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퇴근 후 자주 어울리다가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포항으로 처음 여행을 다녀온 후에 비로소 진정한 입사 동기가 됐죠.”
이명남 직원은 첫 여행지를 포항으로 정한 게 본사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후 이들은 경주, 제주, 군산, 서울, 광주, 부산 등 전국을 여행하며 둘도 없는 메이트로 거듭나게 됐다고.
포항은 경상북도 최대 도시로 바다와 일출, 사찰과 읍성 등 볼거리가 많고 다양하다. 그중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죽도시장이다. 신선도는 두말할 것 없는 수산물이 가득하고 건어물에 먹거리까지 풍부하며 상인들의 활기까지 넘치니, 보고 즐기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이명남 직원은 평소에도 자주 들르는 건어물 가게에서 맥주 안주로 제격인 대왕오징어 다리와 오징어 소면을 산다. 1년 전 여행에서도 인기 만점 안주였다. 그리고 추억을 더듬으며 잉어빵에 식혜를 함께 마신다. 추운 겨울날, 달고 따뜻한 슈크림이 가득한 잉어빵은 행운이자 행복이다. 죽도시장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대게를 빼놓을 수 없다. 대나무처럼 길쭉한 명품 다리에,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찬 대게는 찬 바람 부는 겨울이 제철. 아쉽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눈으로만 맛보고 다음 여행지로 향한다.
죽도시장에서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영일대해수욕장이 있다. 길이 1,750m에 면적 40만 6,000㎡ 규모로 동해안에서 가장 큰 백사장을 자랑하며 아름다운 동해의 풍광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지난번에는 이곳에서 회사에서 받은 드론을 날렸어요. 물론 제대로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전에 바다로 풍덩 빠지긴 했죠.” 박소민 직원은 첫 여행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 얼굴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 말에 김현빈 직원도 소감을 덧붙인다. “신입 때는 사소한 일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업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거 같아요. 어느 순간 업무가 손에 익어 그런 느낌을 잊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신입 때의 느낌이 되살아 나는 듯해 좋아요. 리마인드 여행이라고나 할까요.”
영일대해수욕장의 끝자락에는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영일교와 전망데크를 갖춘 해상누각 영일정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해 있다. 영일정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를 들으면 가슴까지 웅장해지는 느낌이다. 영일교 위에서 영일정을 배경으로 인증샷도 필수. 영일대해수욕장 풍경의 백미는 밤에 드러난다. 영일정에 불이 켜지고, 바다 건너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환하게 불을 밝힌 야경이야말로 볼거리. 이밖에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선 특색 있는 카페들과 횟집도 들를만하다.
쉴새 없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백사장을 거닐던 동기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로 향한다. 최근 포항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명소로, 해수욕장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스페이스워크는 포스코에서 독일 작가에게 의뢰해 만든 작품으로, 총길이 333m, 가로 60m·세로 57m·높이 25m에 달하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곡선형 조형물이다. 717개의 계단을 하나둘씩 오르면 어느새 구름이 가까이 다가서고 발밑에 바다가 시원스레 펼치며 마치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곳은 해넘이 때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지난 여행에서는 없던 명소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호기롭게 계단을 오르던 이들이 어느 순간 하나둘씩 내려온다. 높이 오를수록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느낌을 오롯하게 느끼는 게 스릴만점이라는 말과 함께.
이들은 1년 전 여행을 사진으로 남겨 달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는 스페이스워크에서의 추억이 새로 추가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을까. “저희끼리 10년 후에도 함께 여행을 다니자고 약속했어요. 서로에게 연인이 생기고 새로 가족이 생기면 그들과도 함께하기로 했죠. 지금처럼 여전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