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筆鋒繼走)

파워 J의 무계획 여행
계획을 세우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고, 시간을 알뜰히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정해진 것들을 수행하느라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놓치거나 앞만 바라보느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죠.
‘계획이 없다’는 것은 때로 의외의 상황이 주는 재미, 뜻밖의 만남 등 ‘새로움이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글. 도입처 도입전략계약부 정민희 직원

무계획 여행에 도전해보자

나는 항상 어떤 일을 할 때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행하는 파워 J이다. 특히 여행은 잘 알지 못하는 곳을 가는 것이기에 한 달 전부터 수많은 리뷰를 찾아보고 숙소를 예약하고 그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맛집을 찾아 관광지와의 동선을 생각하며 세부적으로 계획을 짰다. 그런데 취업준비생이던 시절 연속되는 좌절을 경험하고 힘들어하는 내게 친구가 혼자 여행을 가서 힐링하고 오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며 조언해주었다. 친구의 응원에 힘입어 처음으로 혼자 무계획 여행을 떠나보고자 했다. ‘무계획으로 그것도 혼자 잘 다녀올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실천에 옮겨보기로 했다. 오전에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바로 표를 끊고 오후에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획적인 내가 아무런 계획없이 당일에 결정해서 여행을 가는 것은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당장 제주도에 도착하면 잘 곳이 없었기에 공항으로 가는 길에 몇 개의 후기를 보고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그리고 캐리어를 들고 버스를 여러 번 환승해 여행의 첫째 날 숙소에 도착했다.

우연이 겹쳐 인연으로

급하게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라 괜찮을까 했지만 직접 가보니 깔끔하고 괜찮은 숙소여서 여행의 시작을 망치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하지만 혼자 떠난 여행은 처음인지라 짐을 풀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어색한 모습으로 있었다.
같은 방을 쓰게 된 사람들도 있었는데 친구사이인 두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절친으로 함께 제주도 여행을 온 사람들이었다. 대화해보니 괜찮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순식간에 친해졌다. 저녁에 마당으로 나가니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우리는 다가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여행객들을 만났다.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러 온 사람, 올레길을 걷기 위해 온 사람, 한라산 등반을 하러 온 사람 등 다들 여행의 목적이 다양했다. 각자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얘기를 하고 듣는 것이 새로웠다. 그중에서 연령대가 비슷한 한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 친구는 다음날 투명카약을 타러 간다고 했다. 투명카약은 4명이서 타야 했으므로 아무런 계획이 없던 나와 같은 방을 쓰던 언니 둘은 그 친구의 일정에 우연히 함께 합류하게 되었다.
일정을 함께 하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여행 취향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액티비티도 함께 하고, 예쁜 카페도 찾아가 사진을 찍고, 시장 구경도 하면서 하루종일 함께 여행하게 되었다. 처음 본 사람들끼리 여행 취향이 이렇게나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항상 학교나 대외활동 등 소속되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서로의 인적사항을 먼저 알고 친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서로에 대해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 속에서 여행 취향이 맞는다는 공통점만으로 쉽게 친해지는 경험이 굉장히 새로웠다. 그리고 지금 그 친구들은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5년째 꾸준히 만나는 베스트프렌드가 되었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용기

누군가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 취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혼자 여행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한 번도 해보지 못할 경험이었다. 이 여행 이후 꼭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새로운 경험들을 마주하며 여행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다 들어가는 식당도 맛집일 때가 있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발견한 작은 카페는 기억에 남을 따뜻함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목적 없이 떠난 여행에서 황홀한 풍경을 마주할 때면 오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계획하지 않으면 시작하기 주저하던 내게 이 여행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는 용기, 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 할 때 주저하지 않는 자신감, 그 속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 이 3가지 키워드가 나홀로 떠난 무계획 여행에서 얻은 것들이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예상했던 대로 모든 일이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 나름대로 또 즐거움과 새로운 발전이 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갈 것이다.

다음호 필봉계주를 이을 주인공은
수송LNG사업부 홍정훈 직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