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계묘년에 만난 박물관 사는 토끼
<2023년 계묘년 맞이 “토끼를 찾아라”>
토끼는 예로부터 설화에 자주 등장하며 조상들과 친숙한 동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토끼와 관련된 문화유산 10개를 전시한다. 갑옷을 입고 칼을 든 채 능묘를 수호하는 통일신라시대 ‘십이지 토끼상’,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향로를 받치고 있는 고려청자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파도를 내려다보는 토끼의 모습이 마치 별주부전을 연상시키는 조선 백자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 문화유산 속 용맹한 십이지신, 지혜를 갖춘 재치꾼, 방아 찧는 달의 정령의 모습을 한 토끼의 다채로운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산비탈과 같은 난관에 대처하는 토끼의 뛰어오름이 올해에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물관에서 토끼를 찾아보자.
초상 사진계 거장, 알버트 왓슨이라는 세계
<WATSON, THE MAESTRO-알버트 왓슨 사진전>
거위 목을 움켜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과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표지를 촬영한 작가 알버트 왓슨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가 열렸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 20인에 선정된 알버트 왓슨은 저명인사의 초상은 물론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사진을 전담하는 거장이다. 전시에서는 인물, 풍경, 정물, 실험적 사진 등 평생에 걸쳐 왓슨이 연구하고 진행해온 폭넓은 주제와 장르가 펼쳐진다. 후반부의 왓슨 스튜디오에서는 실제 장비도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작가가 되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촬영 과정 중 일화부터 내밀한 인터뷰 영상까지 만나볼 수 있는 전시는 빈티지 필름 위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알버트 왓슨의 철학에 더욱 빠져들 기회다.
지석, 무덤 속 묻혔던 사대부의 이야기
<경기 사대부의 삶과 격, 지석誌石>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지석을 소장한 경기도박물관이 국내 대표 지석만을 엄선해 특별전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조선 시대 국가 운영의 핵심이었던 경기 사대부들의 기록인 ‘지석’ 700여 점을 소개된다. 지석이란 죽은 사람의 인적 사항, 무덤의 위치와 방향 등을 적어 땅 밑에 묻는 판판한 돌이나 도자기를 말한다. 후대에 길이 남을 개인적 기록 유적이자 지배층의 예절 정신이 고스란히 새겨진 문화 자산으로써 그 의미가 깊다. 황희 정승의 아들 황수신, 『경국대전』 편찬에 참여했던 서거정, 임진왜란 좌의정으로 선조를 보필한 유홍, 효종 대 무장으로 북벌을 추진한 우의정 이완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도 지석이 생생하게 들려줄 것이다. 사대부의 올곧은 가치관과 가족에 대한 사랑 등 그들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해보며 현대 우리의 삶에 얻을 거리를 발견하자.
규칙 없는 어린이가 가질 가능성
<포스트모던 어린이>
어린이를 훈육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대해 고찰하며 어린이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부산현대미술관 첫 어린이 전시다. 국내외 36개의 팀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작품 130여 점으로 참여한다. 작품들은 근대의 이성적 사고를 토대로 어린이를 규칙으로 통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린이는 한계 없이 다양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며 희망과 용기를 내포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공간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가까이서 작품을 직접 만지고 느끼며 자유롭게 전시의 의미를 충분히 체험한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만큼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해방되고 서로의 시각을 넓히면서 세대 이해의 장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