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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소 인증제도 수립,
수소사업 생태계에 가져올 영향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도 수립에 나섰다.
청정수소 인증제도의 중점 사항은 무엇이 돼야 할까?
현재까지의 청정수소 인증제도 논의 내용을 통해 앞으로 수소사업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살펴보자.

글. 김영훈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제도 도입의 배경과 기준
방향이 중요하다

수소경제로의 이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수소사업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서 기준 이하의 CO2를 배출하는 수소에 청정수소 인증을 부여하고 이의 생산 및 활용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2022년 12월에 수소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청정수소 인증제도 수립을 위한 법적 기반은 마련되었지만 구체적인 정의와 인센티브 범위는 2024년 시행령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여전히 정책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2022년 11월 기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청정수소를 수소 1kg을 생산할 때 CO2를 5kg 이하로 배출(5kg-CO2/kg-H2)하는 수소로 정의했다. 이 기준은 청정수소의 국제 거래 가능성 및 호환성을 위해 EU안을 골격으로 검토되었는데 EU안(4.36kg-CO2/kg-H2)보다 배출기준을 완화함으로써 국내 수소생산업체에 호의적으로 설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기준이 국내외 그레이, 블루, 그린수소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씩 다르다.

그레이-블루-그린수소 청정수소 인증
걸림돌이 남아있다

첫째, 그레이수소는 현재 기준안에 따르면 청정수소 인증이 어렵다. 그레이수소는 LNG를 개질하여 생산되는데 수소 1kg을 생산하기 위해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0.8kg-CO2/kg-H2, 액화 운송(1.4), LNG 개질(9.5)까지 총 11.7kg의 CO2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제철소와 석유화학 공정의 부생수소는 발전 연료로 재활용되는 부생가스에서 추출되고 LNG 개질수소보다 적은 2.3~4.2kg의 CO2가 배출된다. 하지만 수소를 추출하면서 부족해진 부생가스의 열량을 천연가스로 보충하면서 8kg의 CO2가 추가로 배출하기 때문에 청정수소 인증이 어렵다.
둘째,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에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을 통해 90%의 CO2를 제거한 수소를 의미하지만 CCUS 공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로 인해 CO2가 배출되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서는 청정수소 인증이 어렵다. 우선 국내에서 LNG를 개질하고 배출된 CO2를 호주 등 해외에 매립하여 블루수소를 생산할 경우에는 4.5~5.0kg의 CO2가 배출되기 때문에 청정수소 인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배출된 CO2를 CCS로 매립하지 않고 CCU를 통해 제거한다면 청정수소로 인정되기 어렵다. CO2가 합성연료 등 CCU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로 사용되면서 제거되지만 CCU 제품이 최종적으로 소비되면서 CO2가 다시 대기로 배출되기 때문에 CO2 저감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블루수소를 해외에서 생산하여 수입할 경우에도 이슈가 있다. 중동 등 천연가스 생산국에서 수소를 생산하여 CO2를 현지에 매립한다면 CO2가 약 2.5kg 배출되기 때문에 청정수소 요건에 부합한다. 하지만 이를 국내에 운송하기 위해 암모니아로 합성하고 국내에서 수소로 다시 개질할 경우에는 에너지가 추가로 소모되어 CO2 배출량이 5kg을 초과하게 되어 청정수소 인증이 어렵다.
셋째, 그린수소는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및 수전해를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청정수소 인증조건에 부합한다. 하지만 5kg 이하의 CO2를 배출하는 선에서 재생에너지와 그리드 전력을 혼용해서 수소를 생산할 경우 이를 청정수소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가 있다. 100% 그린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가 생산원가가 높은 만큼 인증기준에 부합하는 그리드 전력 혼용은 인정해주자는 것이 현재 산업부의 입장이다.

기업의 수소 신사업
‘청정수소 인증제도’가 도움이 되려면

산업부의 청정수소 인증제도가 수소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할까? 우선 그레이수소에서 블루 및 그린수소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방향으로 청정수소 인증제도가 설계되고 있는 만큼 블루 및 그린수소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가 설계되고 조속히 확정되어야 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0.45kg의 CO2를 배출하는 수소에 대해서는 최대 3달러의 생산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소생산업체들이 생산원가가 높은 청정수소로 전환할 결심할 정도의 경제적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한다.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어렵다면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 의무사용량 규제를 통한 간접적인 인센티브가 시급히 확정되어야 실질적인 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

블루수소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청정수소 인증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경제성을 감안할 때 블루수소가 그린수소로 전환하기 전 과도기 사업으로 수소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CCU 기반의 블루수소도 탄소 저감 수소로 인정해야 하며 해외 블루수소 또는 블루암모니아의 장거리 운송 시 발생되는 CO2는 배출기준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해외 CCS를 통한 대량 CO2 매립, 액화수소를 통한 CO2 배출 최소화 전략은 실행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과도기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한시적인 완화 조치가 중요하다. 물론 산업적으로 중요한 CCU 전략제품에 한정하고 무탄소 선박 개발을 전제로 하는 조치이다.

마지막으로 청정수소의 상당 규모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만큼 해외 생산 수소에 대해서도 국내 생산 수소에 버금가는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해외 수소는 생산보다 운송과정에서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무리 신재생 발전단가 및 수전해 설비 가격이 하락해도 정부 지원 없이는 산업계가 원하는 수준이 공급가격을 맞추기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생산 후보 국가와 지원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협상하고 상호 윈-윈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의 투자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2019년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후 많은 기업들이 수소를 탄소중립의 핵심 대안이자 차세대 먹거리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정수소 인증제도의 조속한 수립은 정책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들이 고민을 실행으로 옮기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2023년은 수소경제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조성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