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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천연가스
체질 개선과 수소경제로 전환이 필요한 이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안보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맞아 세계 에너지 시장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었다.
석유/가스 메이저들은 이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로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글. 정현섭 과학칼럼니스트

천연가스 시장,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국제 LNG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거래가 둔화되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2021년 중동, 북미 등에서 거래 물량이 크게 반등하면서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심각한 수급 불안을 겪게 되었고, LNG 가격은 전례 없는 폭증세를 나타냈다. 유럽, 미국 등에서 공급 차질이 생기고 천연가스 공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특히, 현물 거래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유럽의 LNG 재고 확보 등 수입 경쟁으로 LNG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국내 LNG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에서는 민간기업들의 진입‧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는 한국가스공사가 수급 안정을 위해 장기계약을 통해 LNG를 수입 및 공급하여, 국내 수요의 80%를 충족하고 있다. 최근 LNG 직수입 다각화 추세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는 발전용 개별요금제를 시행하여, 가스 도입의 시장효율성을 제고 및 전력 시장 경쟁의 공정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불가피해진 수소에너지로의 전환

한편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LNG는 석유에 비하면 탄소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탄소중립 초기에는 일정 수준 안정적인 수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NG 또한 탄소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어 향후에도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이에 석유‧가스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소 산업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생산된 수소를 대량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압축 및 수송을 위한 시설이 필요한데, 석유‧가스 기업들은 기존 설비의 활용과 인프라에 대한 노하우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대용량 저장과 운송이 어려운 수소는 파이프를 통하면 천연가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기에 기존에 구축된 배관을 활용할 수 있으며. 기존 배관에 수소 전용 파이프를 추가 설치하여 수송할 수 있다. 수소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 및 운송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만큼 향후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석유‧가스 메이저, 수소 생산 인프라 투자 활발

국내외 석유화학, 가스 등 에너지 메이저들은 수소 생산 인프라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우선 영국 BP는 적극적으로 수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영국 티스사이드 공업지구에 블루수소 1GW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2022년에는 호주 서부에 26GW 규모의 태양광, 풍력 단지를 조성했으며, 2027년까지 그린수소 연간 160만 톤을 생산하여, 아시아에 수출할 계획이다. MOU 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22년 11월 모리타니아 정부와 그린수소 관련 MOU를 체결하였고, 지난 12월에는 이집트 국영기업들과 MOU를 체결해 수에즈 운하에 그린수소 플랜트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셀(Shell)도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셀은 ITM파워 등과 컨소시엄을 이루어, 2021년부터 독일에서 10MW 전기분해장치를 건설하고 연간 1,300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100MW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셀은 2022년부터 중국에서 20MW급 전기분해장치에서 연간 3,000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시작했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는 200MW급 재생수소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Total Energies)는 인도 아다니 뉴 인더스트리(Adani New Industries)와 협력하여 풍력터빈, 태양광 모듈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연간 10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도 수소 인프라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시노펙(Sinopec)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연간 2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300MW급 태양광 기반 그린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시노펙은 내몽고 중부 울란카브에서 풍력‧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여 연간 1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2023년 12월 착공에 돌입했다.

탈탄소를 위해 석유‧가스 메이저들의 수소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레이수소, 브라운수소, 블루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에 궁극적으로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