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의 잠재력
Grey Hydrogen, Blue Hydrogen, Green Hydrogen ⓒPosco newsroom
현재까지 그레이수소가 생산량의 대다수를 이루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그린수소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레이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상승했고,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전해 설비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그린수소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즉, 기술 발전과 더불어 화석연료와 그린 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현상으로 인해 생산방식에 따른 비용 격차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BNEF는 202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칠레 등에서 가장 먼저 그린수소의 생산가격이 그레이수소보다 저렴해지고, 주요 수소 수입국으로 예상되는 한국, 일본의 경우 늦어도 2040년 안에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 분석했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해야 하고 수전해 설비 기술력과 비용 그리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혹은 다른 생산방식에 대한 규제와 같은 국가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
먼저, 어디에서 수소를 생산하느냐가 그린수소의 잠재가치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약 85%), 호주(약 75%), 미국(약 70%) 등이 육상 풍력에 유리한 지형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는 태양광 발전에도 적합한 지형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이점만이 그린수소의 잠재력을 대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칠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 등에 비해 지리적 적합도는 낮지만, 태양광과 육상 풍력의 설비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 또는 메탄을 생성, 저장하는 P2G(Power to Gas) 효율도 높아 수소 1kg 생산 비용인 LCOH(균등화수소원가)를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정의하는 수소 분류 기준도 그린수소 잠재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청정수소를 정의하고 있는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20년 초 기준으로 EU, 중국이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고, 일본은 연구단계, 한국은 수소법 개정안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지만 세부 시행령 안에 청정수소의 구체적인 정의를 포함시켜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CertifHy 프로젝트에서 CCS(탄소 포집·저장) 설비가 없는 중앙 집중형 천연가스 개질 수소의 평균 배출량에서 60%를 감축한 경우를 청정수소라 정의한다. 또한 원재료가 재생에너지는 아니지만 기준 배출량 이하인 경우는 저탄소 수소, 수소 생산에 투입한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부분 혹은 전체)인 경우 그린수소로 분류한다.
중국은 저탄소 수소, 청정수소, 재생수소로 구분한다. 저탄소 수소와 청정수소는 재생에너지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기준 배출량만 충족시키면 인정받을 수 있지만, 마지막 등급인 재생수소는 청정수소 기준 배출량을 충족함과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
IRENA는 수요공급 모델을 바탕으로 2050년 국가별 LCOH(균등화수소원가)를 전망했는데, 중국, 칠레, 모로코, 콜롬비아, 호주, 멕시코, 오세아니아, 인도, 미국은 수전해 설비 기술력 확보와 태양광·풍력에 유리한 이점을 바탕으로 낮은 LCOH(균등화수소원가)를 내다봤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수전해 설비의 자국 내 생산이 어렵고, 설비 이용률도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LCOH(균등화수소원가)를 전망했다. 즉, 2050년 기준 수소 1kg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