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GAS FAMILY
1년 전 봄,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두 사람에게 또 한 번의 봄이 찾아왔다. 얼었던 땅이 몽글몽글해지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선 꽃향기가 느껴지는 봄으로 가는 길목. 두 사람은 추억이 담긴 거리를 걷고 더 깊어진 사랑이 담긴 빛나는 커플링도 만들었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던 그 날처럼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사로운 봄날의 데이트!
[글 박향아 사진 김재이]
다시 봄, 아름다운 시작을 함께했던 대구
결혼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서로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 익숙한 곳을 찾아 늘 먹던 음식을 먹는 아내를 위해 늘 새로운 데이트를 제안하는 플랜트사업처 해외플랜트개발부 전승한 직원. 오늘은 아내 강지효 씨와 함께
대구 김광석 거리를 찾았다. 언젠가 TV를 보며 "저기 참 예쁘다"고 스치듯했던 아내의 말을 기억하는 세심하고 자상한 남편이다. 김광석을 추억하는 오래된 벽화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그의 음악.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나란히 걸으며,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자주 크게 웃어댄다. 수줍게 고개를 내민 새싹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꽃봉오리도,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도 마냥 사랑스럽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건, 아름다운 거리를 함께 걸어주는 서로. 이 거리가 끝나는 것이 아쉬워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진다.
그래도 마냥 머물 수는 없는 법. 이 거리 끝에는 두 사람의 추억이 가득한 특별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대구 귀금속 거리'가 나오거든요. 아내와 저는 진주에서 만났는데 결혼반지를 이곳 대구에서 맞췄어요. 세상에 딱하나뿐인 우리 둘만의 결혼반지를 갖고 싶어서 수소문 끝에 여기까지 찾아온 거죠." 1년 만에 다시 찾은 대구 귀금속 거리. 행복한모습으로 거리를 거니는 커플들을 보니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조금은 이상하고도 특별했던 2018년 여름날이 말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러브스토리
이상한 날이었다. 평소 복잡하지 않았던 길이 막히더니, 복잡한 골목에서 길까지 헤맸다. 결국 첫 만남부터 약속에 늦었고,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그녀를 본 순간 바로 후회했다. '나는 오늘 왜 늦었을까' "너무 너무 너무, 예뻤어요. 오늘따라 꽉 막힌 도로도, 복잡한 골목도 너무 원망스러웠죠. 무엇보다 더 일찍 나와서 그녀보다 먼저 도착하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이렇게 예쁜 사람을 기다리게 하다니!"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던 한 남자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 기적 같은 순간이다. 그녀도 그에게 첫눈에 반했을까? "솔직히 말해도 되죠?(웃음) 사실 첫인상은 별로였어요. 저는 사람과의 만남과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첫 만남부터 늦었으니 마냥 좋게보일 리가 없잖아요."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건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해 온 남자의 열정, 그리고 그날 밤의 로맨틱한 분위기였다. 첫눈에 반한 그녀를 놓치기 싫었던 남자는 드라이브를 제안했고,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그때 남편이 트렁크에서 캠핑용 의자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서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주는 거예요. 여전히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죠.(웃음)" 캠핑 의자에 앉아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감미로운 음악. 둘만의 로맨틱한 밤이 펼쳐지고, 그의 '진심'에 그녀의 마음도 서서히 물들어 갔다. 그 남자 전승한 직원과 그 여자 강지효씨의 사랑이 시작된 순간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커플링 만들기
그날부터 전승한 직원의 프러포즈가 시작됐다. 농담처럼 웃어넘겼던 지효씨도 어느 순간부터 '이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날 무렵, 전승한 직원은 "제일 빨리 결혼할 수 있는 날이 언제냐" 물었고, 지효 씨는 "내년 봄쯤?"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2018년 여름에 만난 두 사람은 2019년 봄날 '부부'가 되었다. 그런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서로의 손에 끼워준 결혼반지를 1년도 안되어 빼야 하는 '비극'이 벌어졌으니, 아내의 넘치는 사랑에 포동포동 살이오른 전승한 직원은 손가락까지 굵어져 결혼반지를 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 두 사람은 서랍 속에 곱게 모셔둔 결혼반지를 대신할 커플링을 만들기로 했다.
"손가락이 더 굵어졌다"며 놀리는 아내에게 "너의 넘치는 사랑 때문"이라고 답하는 남편. 서로의 반지 치수를 측정하면서도 뭐가 그리 신나는지 수다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정확한 치수대로 은선을 자른 후에는 열을 가해서 양쪽 끝을 붙여준다. 이제는 망치로 두드려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어 줄 차례. 균일한 세기로 오랫동안 두드려야 동그랗고 예쁜 반지 모양이 만들어진다. '톡톡톡' 전승한 직원의 망치 소리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반면, 아내 지효 씨의 망치 소리는 '툭툭툭' 거칠고 대범하다. "저는 털털한 성격이거든요. 음식도 한식을 좋아하고, 외식할 때도 늘 가던 곳에서 먹던 음식을 시키죠. 그런데 남편은 '맛집'을 검색하고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는 것을 즐겨요. 낯선 곳으로 여행을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처음에는 너무 달라서 부딪히기도 했는데, 이제는 다름에서 행복을 찾고 있답니다." 남편 덕에 경험하는 새로운 세상이 즐겁다는 지효씨와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고 배려해주는 아내가 고맙다는 전승한 직원. '톡톡, 툭툭'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망치 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지듯, 두 사람도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봄날의 추억
서로의 손가락에 꼭 맞게 완성된 반지에는 서로를 부르는 애칭을 새겨 넣기로 했다. 손수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반지는 앞으로 서로의 손가락에서 반짝반짝 빛나게 될 것이다. 전승한 직원은 결혼 후 함께 할 멋진 미래를 위해 이직을 준비했고 작년 12월 한국가스공사에 입사했다. 지효 씨는 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만큼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주말 부부로 지내는 중이다. 금요일 퇴근과 함께 진주로 달려간다는 전승한 직원은 "주중에 아내가 만들어 준 반지를 보며 그리움을 달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입사한지 이제 3개월이 채 안 됐는데, 멋진 추억을 선물해준 우리 회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능력 있는 직원, 아내에게 사랑받는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