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愛가면
과거보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져 관심 아이템 관련 행사나 떠오르는 신흥 명소들은 참 많다. 하지만 무언가에 처음 빠져 자료를 모으고 찾아보는 단계에서 사전을 뒤지듯 꼭 들러야할 곳이 있다. 이른바 '성지'로 일컬어지는 곳. 안 가봤다면 서운할 덕후들의 성지를 소개한다.
[정리 편집실 사진 해당 박물관 제공]
기차 덕후들을 위한 의왕 철도박물관
속도도 빨라졌고 티켓도 스마트폰으로 살 수 있다지만 열차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교통수단이다. 덜컹거리는 소리나 길게 쭉 뻗은 외형, 철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달리는 움직임은 어떤 이들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철도 덕후, 일명 '철덕'들에게 성지로 여겨지는 곳은 바로 대한민국 철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왕 철도박물관이다. 야외전시장에는 대통령특별동차, 미카형증기기관차, 협궤객차 등 총 26가지의 실물 열차가 전시돼 있으며, 관련 소장품과 각종 자료는 1만여 점에 이른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전시는 디오라마(철도 파노라마) 모형으로, 서울의 모습을 모티브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축소모형이 '철덕'들을 설레게 하는 포인트다.
컴퓨터 덕후의 놀이터 넥슨컴퓨터박물관
컴퓨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놀이터가 있을까?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넥슨이 컴퓨터와 게임 문화의 역사를 수집, 보존할 목적으로 설립한 아시아 최초, 국내 유일의 컴퓨터박물관이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이 박물관에는 과거에 사용했던 각종 저장매체와 컴퓨터, 고전 게임기 등 총 1,80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특히 애플이 최초로 제조 판매한 개인용 컴퓨터 애플Ⅰ도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애플Ⅰ은 출시 후 총 200여 대를 판매했는데, 이중 구동 가능한 애플은 세계에서도 단 6대 밖에 없다. 이중 한 대를 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 추억의 게임, 로봇 코딩 등 간단한 즐길 거리가 구석구석 마련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는 박물관이다.
맥주 덕후들의 성지 '가맥'의 고장 전주
맥주애호가들에게 전주는 맥주로 대표되는 도시다. 좀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주는 1970년대부터 생겨난 독특한 술 문화 '가맥'의 본고장이다. 가맥은 '가게 맥줏집'의 준말로, 술에 어울리는 소박한 안주를 간단하게 판매하던 구멍가게를 일컫는다.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구멍가게에 들러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에 주인장이 만든 안주를 곁들이던 전주 시민들의 문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특유의 맛과 분위기는 전주를 흉내 낼 수 없다. 전주 가맥의 대표 안주는 황태와 갑오징어, 계란말이. 가게마다의 손맛이 있어 유명 가맥의 안주를 비교해서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광 상회'가 원조였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문을 닫았고 '전일슈퍼' '경원상회' '초원슈퍼'를 필두로 300여 곳의 가맥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