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성장사업개발부 장재균 사원
사실 나는 원래 여행을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다. 비록 나의 MBTI는 ‘E’로 시작할지언정 은근히 집돌이다. 하지만 막상 어딘가 가면 가장 재밌게 노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나’다.
평소에 1년에 한두 번 여행을 갈까 말까 하는 정도인데, 그 와중에 2019년에는 전방십자인대 수술을 하게 되며 재활기간 1년 동안은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했다. 재활을 마친 뒤에는 바로 취준 생활로 들어섰기 때문에 어디 멀리 여행을 가고 즐길 만한 심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년. 마침내 KOGAS에 입사한 뒤 나는 기존의 ‘집돌이’ 성향과는 정반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여행자로서의 삶이 열린 것이다.
작년 8월 내 인생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를 기념하며, 부산 해운대로 여행을 떠났다. 부산은 사실 대학생 때도 꽤 자주 갔던 여행지지만 ‘직장인’의 신분으로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느낌이 색달랐다. 일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역시 해운대는 바다가 있는 여행지 중 최고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숙소는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 휴양소를 사용하여 해운대역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바다를 접하고 있기에 대구보다 시원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더운 건 대구나 부산이나 똑같았다. 아무래도 여름이었으니까. 하지만 해가 지고 불어오는 서늘한 바닷바람은 아주 시원했다. 길거리의 공연들도 이 더위를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특히 해운데 더베이101에서 바라보는 밤바다와 아파트, 상가 불빛의 황홀한 조화는 정말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해운대에 놀러 간다면 꼭 이 밤 분위기에 취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여행하면 역시나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듯이 회, 대창 꼼장어(처음 먹어보았다) 등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니 여름휴가의 달콤함이 배가 되어 나를 지배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라는 노랫말처럼 부산을 찍었으니 이제는 서울을 찍을 차례. 나는 내 삶의 대부분을 (정말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구와 경상도에서 지냈다. 그랬기에 ‘서울’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이미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KTX에 몸을 실었다. 서울로 출발!
서울의 첫인상은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다. 높이가 어마어마한 빌딩들이 줄지어 있는 데다 많은 차선을 보니 역시 ‘우리나라 최고의 도시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게 서울의 멋진 건물들만 보아도 이미 눈이 즐겁고 왠지 모르게 들뜨게 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인 법. 여행을 오기 전 무언가 특별한 걸 먹고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2022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탄탄면 가게를 발견했다. 나에게 ‘미슐랭’은 무조건 코스요리나 비싼 가게일 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탄탄면의 가격은 동네 중국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맛은 물론 최고였다. 사실 ‘찐’은 유린기였다. 글을 적는 동안 또 떠오를 정도로 맛있었다.
배를 채웠으니 서울에 온 진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스무 살 이후 거의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경복궁’이 오늘의 메인. 사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뭔가 그저 그런(?), TV에서 많이 본 곳이구나, 하는 게 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경복궁이 이렇게 예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잔잔한 호수 위 연꽃을 올려놓은 듯한 경회루에 나의 마음이 완전히 홀려버렸다. 날씨가 맑고 깨끗해 가을 단풍 사이로 보이는 경회루의 풍경에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만약 서울에서 구경할 곳을 찾는다면 경복궁, 특히 경회루는 강력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 제주도는 사실 너무 오래전에 방문한 터라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행한 게 2018년 1월이니 기억이 사라지기 직전인 여행지였다. 그렇게 5년이 훨씬 넘어 올해 봄, 제주도를 여행하게 되었다. 첫 느낌을 말하자면 ‘역시’ 제주도였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야자수는 왠지 모르게 이국적인,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선사하며 나의 제주 방문을 환영하고 있었다.
제주도는 ‘섬’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크기 때문에 2박 3일이라는 짧은 여정으로 모든 지역을 돌아볼 수는 없었다. 여행객 대부분은 제주도를 한라산을 중심으로 케이크 자르듯 사 등분을 해 한 곳을 지정해 여행을 했다. 그중에서 나는 함덕해변에서 시작해 성산일출봉에 이르는 북동쪽을 여행했다.
바다가 탁 트인 숙소 뷰가 이번 제주 여행의 재미를 배로 만들어 주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회와 처음 먹어본 딱새우회, 소주 한 잔의 조합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주도에 와서 한라산은 가보았지만(그마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산일출봉은 말로만 들어왔기에 그 풍경이 어느 정도일지 알지 못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성산일출봉을 마주한 순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연에 빠져버렸다. ‘태어나서 이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날씨가 약간 흐려 성산일출봉 허리춤에 걸린 안개와 구름 떼, 반대편 절벽과 그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까지 가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비록 봉을 오르지 않고 매표소까지만 갔지만, 그 웅장함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만약 주위에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단호히 말할 것이다. “성산일출봉을 보고 와라. 반드시. 그래야 후회 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라고.
사실 위에서 말한 지역 외에 제천, 부산 기장, 강릉 등 추천하고픈 여행지가 너무나도 많다. 이쯤 되니 왜 내가 그동안 여행을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되지만, 그래 봤자 돌아갈 수 없으니 앞으로의 여행에만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다음 여행일지는 아마도 해외 편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약 일주일 뒤 일본 오사카와 교토를 여행할 계획이다. 국내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것도 물론 너무 재미있고 즐겁지만, 해외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또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이야기겠지.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와 풍경… 이 글을 쓰는 동안 일본 여행을 상상하니 얼마나 재미있을지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쯤 되면 앞서 이야기한 ‘집돌이’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집 밖에서 더욱 즐거워지는 사람일지도?
다음호 필봉계주를 이을 주인공은
에너지국민동행실 이태환 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