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은정 사진. 김범기 영상. 최의인
지난 11월 30일, 서울 종로 감사원 앞에 네 명의 청년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일 후 선거 현수막 미철거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신청하고, 선거 현수막 철거 기한을 명확하게 법제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공익감사를 청구한 이들은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공동대표 홍다경·원종준, 이하 지지배)’ 회원들이다.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현수막을 포함해 종이 공보물, 명함 등 환경을 해하는 선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공익감사 청구를 주도한 원종준 공동대표는 “앞으로 정보공개 청구, 전문가 간담회, 공직선거법 입법 제안 등 다양한 활동으로 선거 쓰레기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국회 앞에서 쓰레기 산 문제를 알리는 ‘쓰레기 산이 솟았다’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5톤 미만의 화물차량이 신고 없이 건설 폐기물을 버리는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종준 공동대표는 이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 30만 톤 이상의 쓰레기 산에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밖에, 지지배는 수달이 사는 지역을 보존하기 위해 여의도 샛강 주변을 정비하기도 하고 강남역 일대의 빗물받이 58개를 청소하기도 했다.
원종준 공동대표는 함께 모여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재미있게 노는 플로깅 활동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거나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걸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지지배 활동도 단계를 나누어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가령 1단계는 플로깅 같은 활동을 중심으로, 2단계는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배움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3단계는 하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캠페인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이번에 진행한 공익감사 청구는 3단계 활동인 셈이다.
원종준 공동대표는 현재 지지배에 대한 임의단체 등록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리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활동으로 지구를 위한 MZ세대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원종준 공동대표가 결합해 힘을 보태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매달 환경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공부하며 지구를 위한 행동을 차근차근 전개하고 있는 홍다경 공동대표와 지지배 회원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들이 있기에, 지구가 우주에서 여전히 반짝이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