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3년 12월 UAE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당사국총회(COP28,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열리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을 기점으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주요 선진국은 앞다투어 2050년을 전후로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파리협정 이후 조치들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이다. COP27에서는 기후피해 당사국들의 loss and damage(손실과 피해)와 후진국의 경제피해를 선진국이 기후기금(climate fund)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저항의 목소리가 높았다. 금번 COP28에서는 UAE에서 열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화석연료에 대한 급격한 감소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하는 미팅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이후부터 2023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나 기업들은 많으나 실질적으로 그 성과를 보면 지구는 여전히 온난화가 진행 중이고 탄소배출은 늘어나는 실정이다.
2024년의 에너지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격변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유는 지금까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이 절대 선이라고 믿고 그에 대한 해법을 통하여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하는 노력이 절대다수의 의견이었다면 탄소중립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에너지 가격 인상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다 보니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그 산업에 신규 진입자가 줄어들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협상력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최근 Exxon Mobil이 Pioneer Natural Resources을 합병하고, Chevron과 Hess가 합병하는 등 기존 정유업체들이 M&A를 통하여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사우디 등의 산유국은 경쟁자가 줄어들어서 감산을 통하여 원유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요감소는 더디고 여전히 우리는 의·식·주를 대부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서 원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향후 기존 전통에너지의 가격 변동성은 빈번히 나타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국우선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다 보니 다들 지정학적으로 국지적인 전쟁이나 분쟁의 요소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국제정치적 불안정은 자원을 무기화함으로써 자유무역주의의 선한 영향력은 온데간데없고 보호무역주의와 제조업을 자국산업화하려는 자국이기주의만이 팽배한 양상으로 국제정치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EU가 탄소국경조정(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을 주장하고 있다. 즉 EU로 들어오는 수입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 추가로 배출 관세같은 것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유럽의 배출권 가격은 매우 높고 타국은 낮으니 그 차이만큼을 부과하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탄소누출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하나 결국 무너진 유럽의 제조업을 다른 나라로부터 다시 찾아오겠다는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매우 강한 정책이다. 이러면 결국 수출국들은 탄소 가격을 올려야 하고 그만큼 EU로 들어가는 수입가격은 급격히 오르게 될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에는 이미 에너지 가격과 부품·소재 가격들이 급격히 올라서 에너지 가격이 낮은 나라로 떠나가고 있다. 국제 무역은 감소하고 그 부정적 여파는 EU가 먼저 당하고 있는 실정이고 다른 나라들에도 파급되어 이기적인 보후무역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도 IRA(Inflation Reduction Act)를 통하여 인플레이션과 아무 상관없는 확장적 재정 투자를 에너지 산업에 쏟아붇고 있다. 친환경 제조업을 미국 내로 공장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서 무너진 제조업을 다시 되살리겠다는 의도이나 마찬가지도 비교우위를 통하여 저렴한 물건이 유통되는 자유무역을 무시하고 전반적 물가 인상을 야기하고 고스란히 저소득층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세 번째로 모든 제조업을 자국에서만 생산하려는 의도는 결국 모든 국가들이 에너지를 포함한 소재·부품 심지어 식량까지도 무기화하려는 욕구를 증대시키게 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치명적으로 손상되게 된다. 이러한 공급망의 문제는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한 자원이 국제 무역으로 공급이 가능하지만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함으로써 결국 세계 경제를 위험한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제는 에너지가 생존의 문제가 되었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다 보니 지리적 특성과 그 나라가 처한 재생에너지 환경이 중요한 요건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려면 결국 태양이 안 뜨는 시간과 바람이 안 부는 시간에 배터리를 대규모로 설치해야 한다. 즉 RE100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배터리를 대량 공급하기 위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천문학적으로 투자가 일어나고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 자원을 가진 나라들은 이를 적극 무기화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자원의 부존량이 문제가 아니라 리튬이나 희토류를 가공하고 제련하는 과정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는 공정상에 엄청난 오염물질과 심지어 방사성 폐기물까지 나오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국가를 찾지 못하면 향후에 탄소중립을 진행함에 있어서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과학적·경제적 산물이 아니라 정치적 과정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정치과정과 배치되게 된다.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다 보면 지리적 여건에 국한되게 되고 그 지역은 발전할지 모르나 다른 지역이 쇠퇴하게 되고 탄소중립을 무탄소로 가는 과정에서 기존 화석연료 산업은 망해야 하기에 물질적 대비책이 없이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진행되기가 어렵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청정전기화로 가는 길은 백업전원, 계통연결, 부하추종, 폐기물 처리까지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을 대규모 공장에 24시간 공급하는 것은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천문학적 재원조달을 국민들이 용인해야만 가능하다. 민주적으로 진행되는 선거에서 추가 부담을 내세우는 정당이 재집권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 유럽에서도 에너지 위기로 인한 문제로 우파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전기차가 빠르게 증가한다고 했으나 전기를 생산하고 송배전을 연결하는 과정은 느리고 천문학적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영국같은 나라는 내연기관 퇴출을 5년 미루기로 했다. 영국은 풍력 환경도 좋지만 송전망을 대규모로 건설하는 재원과 민원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로 주민 수용성으로 인한 건설기간 증가가 가장 큰 문제이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은 결국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향후에도 재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집권당이 바뀌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2024년에도 탄소중립과 친환경 전환에 대한 투자 추세는 글로벌 정치 아젠다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어질 것은 확실하지만 점차 그 현실적 한계성과 비용과 재원조달의 문제로 덜컹거리면서 가야 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이자율이 급격히 낮아지지 않으면 효율이 낮은 어떤 에너지원도 살아남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제조업이 국민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제조업의 막강한 경쟁력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이러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 저탄소 경제로 이행할 수 있는 기술투자를 선행해야 한다. 최근의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격변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국익의 관점에서 대처해야 한다. 명백하고 냉엄한 국제정치적·경제적 현실을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과 국민들의 생활안정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에너지정책을 추진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