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筆鋒繼走)

내 맛집 리스트를 소개합니다

글. 경영지원처 급여복지부 백인근 사원

회사와 집만 오고 가는 무료한 삶을 사는 직장인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저마다의 삶의 원동력을 찾기 마련이다. 부지런한 동기들은 등산, 수영, 헬스, 테니스와 같은 활동적인 취미를 찾아 보람찬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천성이 부지런하지 못한 나는 힘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추구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 그러한 조건에 부합한다, 이번 기회에 무료하고 고달픈 내 삶을 위로해 주는 맛집들을 소개하려 한다.

원동력 1. 나정순할매쭈꾸미

나정순할매쭈꾸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 맛집 중 하나이다. 약 5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방문 중인데, 요즘 들어 매스컴에도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갈 때마다 웨이팅이 길어지고 있다. 지하철 제기동역에 내려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 별관과 본관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이 집은 단일메뉴로 사람 수대로 주꾸미가 서빙된다. 킥은 통마늘이다. 국물이 자작할 때 통마늘을 넣어 함께 볶아주다가 국물이 졸여지면 불을 줄이고 먹으면 된다. 국물이 너무 없으면 나중에 볶음밥을 먹기가 힘드니 불 조절을 잘해야 한다. 주꾸미가 살짝 맵게 느껴진다면 천사채와 락교를 깻잎에 싸서 함께 먹으면 된다. 이 집은 주꾸미만큼 볶음밥이 맛있으니 볶음밥은 필수로 먹어야 한다. 이곳 주꾸미와 가장 궁합이 좋은 주종은 뭐니 뭐니 해도 소맥이다. 주꾸미의 매운맛을 시원한 소맥이 깔끔히 잡아준다. 계산할 때 요구르트를 하나씩 쥐여 주니 입가심까지 깔끔히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카카오맵(@해인)

  • 위치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무악로 144

원동력 2. 을지로양대장

을지로역에 있는 양대창 맛집이다. 소막창, 대창, 곱창이 나의 최애 메뉴들이다. 이런 곳에서는 구이를 먹으려 하면 전골이 아쉽고, 전골을 먹을까 싶으면 구이가 생각나기 마련인데, 을지로양대장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구이와 곱창전골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세트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의 구이 메뉴 중 대창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가게만의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이 두 배로 느껴진다. 또 직원들이 정성스레 구워주니 ‘비싼 고기를 태워 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의 곱창, 대창집 치고는 가격도 가성비 넘친다. 구이로 배를 어느 정도 채우고 나면 전골이 나오는데, 전골에는 우동사리를 꼭 추가하길. 언젠가는 우동사리만 세 번을 추가한 적도 있다. 그만큼 맛있다는 얘기다. 전골이 바닥을 보일 때쯤 한국인의 디저트인 볶음밥을 추가하면 된다. 둘이서는 볶음밥까지 다 먹기엔 조금 배가 부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안 시키면 후회돼서 근시일 내에 또 방문하게 될 것이니 한번 갔을 때 야무지게 먹고 오는 것을 추천!

  • 이미지 출처 : 카카오 맵

  •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수표로 54-1

원동력 3. 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

라면이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싶겠지만, 이 집의 라면은 날이 추워지면 꼭 생각나는 맛이다. 그리고 원래 라면은 남이 끓여주는 게 가장 맛있지 않은가.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나온 집이라 식사시간에 맞춰 가면 대기가 꽤 있는 편이다. 그래도 메뉴가 라면뿐이라 회전율이 빠르니 기다릴 만하다. 대표메뉴는 ‘짬뽕라면’이다. 맵기 조절이 가능한데, 덜 매운 맛도 상당히 맵기에 신중히 주문해야 한다. 나는 짬뽕라면 덜 매운맛에 달걀을 추가해서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달걀을 넣으면 어느 정도 매운맛이 잡혀서 한결 낫다. 조금 아쉬운 점은 방문할 때마다 국물의 양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거다. 어떤 날은 국물이 많이 없어 밥을 말아 먹기가 애매할 때도 있다. 하지만 면의 꼬들한 정도와 국물양이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로 나오는 날이면 다 먹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곳이다.

  • 이미지 출처 : 카카오맵(@말레나)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82

원동력 4. 팔레드신

최근에 부산에 호캉스를 하러 가서 방문하게 된 중식당이다. 호텔 중식당인 만큼 가격은 꽤 나간다. 가격을 보고 고민이 좀 됐지만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겠나 싶어 큰맘 먹고 방문하였다. 칠리새우, 짜장면, 짬뽕을 주문했는데 이 집은 칠리새우 맛집이라 단언할 수 있다. 보통 중국집에서 먹는 칠리새우는 튀김이 두꺼워 조금만 먹어도 질릴 때가 있다. 하지만 여기는 튀김이 얇으면서도 바삭해 질리지 않고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 또 얇은 튀김 위에 케일을 부각처럼 튀겨 올려놓았는데 달달하면서 매콤한 칠리새우 소스와 케일부각이 찰떡궁합이다. 또 튀김 속의 새우도 실해 한입 먹을 때마다 감탄하며 먹게 된다. ‘다음에 또 먹으러 오려면 열심히 일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가면 칠리새우만 두 접시 시키고 싶을 정도로 이 집 칠리새우에 빠져버렸다.

  • 이미지 출처 : 카카오 맵

  • 위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2, 그랜드 조선 부산 5층

대구에서의 생활이 그리 길지 않아 맛집에 대한 확신이 조금 부족하기에, 서울과 부산 등 여러 도시의 맛집을 선정해 소개했다. 이제 곧 휴가철인 만큼, 먼 곳이더라도 꼭 방문해 보길. 후회하지 않을 곳으로 선정했으니 말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먹는 것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 더운 여름과 반복되는 일상에도 지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호 필봉계주를 이을 주인공은
재무처 회계결산부 강렬현 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