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우리는 기후테크를 주목한다
지난 6월 22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차 전체회의’에서 ‘기후테크 산업 육성전략’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 기업인 유니콘 기업을 기후테크 산업 내 10개를 육성하여 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는 기후테크 산업이 현재 우리 사회 그리고 정부가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테크의 혁신성과 당위성을 입 모아 이야기한다. 신용보증기금은 기후테크 기업에 1천억 원 규모 ‘특례보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후테크 산업에 145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후테크 산업은 수많은 특혜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7월, 우리는 기후테크의 혁신성과 기후테크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에 제대로 꽂혔다.
이런 상황을 보며 알파고, 블록체인, NFT, 조각투자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우리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원을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했는가? 그런데 세상을 완전히 혁신할 것 이라던 블록체인 기술은 지난 15년간 우리에게 어떤 결과물을 주었는가? 가성비가 맞지 않는, 몇몇에게만 큰돈을 벌게 해 준, 사실상 사회적으로는 실패한 투자다. 혁신기술에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을 낭비해 본 우리 사회는 이제 혁신기술이라는 말에 의심을 품어볼 때가 된 것 같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기후테크란?
기후테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완화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의미하는 단어로, 이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결합어이다. 이 기술들은 온실가스 감소에 기여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기후테크는 아래 5개의 핵심 분야로 구성된다.
클린테크(Clean Tech)
재생가능한 에너지 또는 대체 에너지의 생성과 분산에 중점을 두며, 더욱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 방법을 찾는다.
카본테크(Carbon Tech)
공기 중에서 탄소를 포착하고 저장하거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는 산업과 물류 분야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코테크(Eco Tech)
자원 순환, 저탄소 원료의 활용, 그리고 친환경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지향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푸드테크(Food Tech)
식품 생산 및 소비 과정, 또는 농작물 재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더 친환경적인 농업 방법을 도모하는데 중점을 둔다.
지오테크(Geo Tech)
탄소 관측과 모니터링, 그리고 기상 정보의 활용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그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후테크 산업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독일과 스웨덴은 2045년, 중국은 206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약 500억 달러(한화 약 60조 원)의 기후테크 투자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며, 이 금액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 산업과 기술 분야의 양적 성장이 진행 중이다. ESG 경영과 RE100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물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벤처기업과 임팩트 투자자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 중 일반 제품 대신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기후테크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친환경 제품 구매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민간 투자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후테크의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투자 펀드의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기후테크 투자금은 약 537억 달러로, 2016년의 66억 달러에 비해 약 8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투자가 늘어나고 실수요가 증가하면 산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기후테크 사업들을 아직 수익이 좋지 않다. 실적 없는 혁신이라는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산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젊은 세대의 기후테크에 대한 구매의사는 의지의 정도일 뿐 실제 소비에 있어서는 가격이 저렴하거나 질이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한다. 아쉽게도 기후테크 기업들이 선보이는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지 않고 질이 더 좋지도 않다.
또한 아무리 많은 국가들과 투자사들이 기후테크에 대한 언급을 하고 투자를 한다고 이야기해도 실제 투자시장에서 기후테크는 아주 작은 니치에 불과하다. 2023년 현재 기후테크 관련 투자는 그 범위를 아무리 넓게 잡아도 전체 시장의 5% 미만이다. 거기다가 이제 시작하는 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지원금이 없으면 실제 수익이 날 정도의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보아야 하는가
기후위기 극복 관점에서 기후테크 산업의 성장이 필요한 것도 그리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당위성을 갖는다. 실제 수많은 국가와 민간 투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도 바로 ‘당위적 필요성’ 이다. 그러나 기후테크가 신성장동력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투자처들이 많다. 여기서 우리는 임팩트워싱, 그린워싱을 마주한다. 사회적 필요성과 환경적 당위성은 동의하겠지만 마치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 경제에 엄청난 이득이 될 것같이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후테크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주장들은 최소한 현재의 기준에서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그렇기에 경제 논리에 의해 정부가 예산을 지나치게 지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기후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민간주도여야 한다. 아주 먼 미래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시간 안에서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만큼 수익이 좋기는, 그리고 경제 성장에 유의미한 공헌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