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 Trip

안동 VS 태안 우정으로 채워진 8월의 교집합
뜨겁고 텁텁해진 공기에 숨이 차오름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여행을 간절히 원하는 몸의 신호를 감지한 것.
높아지는 불쾌지수를 외면하는 것만으로 무더위의 피로가 해소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당신에게 두 가지 여행을 제안한다.
느림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골 마을 트레킹과 묵혀왔던 열정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파도 위의 서핑이 바로 그것.
올여름이 가기 전 당신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끽해 보라.

글. 임도현 사진. 박재우

첫 번째 여행 가이드신사업기획처 수소저장운송부 신태호 과장, 해외사업개발처 해외사업개발부 장용식 과장, 건설설계처 설계공무부 장진혁 과장

안동

시간이 멈춘 듯 느림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 빼곡한 콘크리트 숲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안동은 느림의 여유를 경험하게 해준다. 입사 동기 3인방이 안동을 선택한 건 아마도 잠시 시간을 잊고 그들만의 깊은 추억을 쌓기 위함일 것. 안동의 여유를 체험할 수 있는 선비순례길을 걸으며 그들의 동료애가 깊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원데이 추천코스

삼사해상산책로 – 해파랑공원 - 강구항 영덕대게거리

오천유적지 → 예끼마을 → 선성수상길

파견 떠나는 동기를 위한 추억 만들기

여행이 시작된 곳은 선비순례길 1코스의 출발점인 군자마을 오천유적지. 전날 퇴근 후 안동으로 달려와 1박을 마친 이들에게 이번 여행의 의미는 남다르다. 멀리 캐나다로 파견 근무를 떠나는 입사 동기를 위한 추억 만들기가 이번 여행의 콘셉트. 아웃도어 복장으로 갖춰 입고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이들에게 하늘도 큰 선물을 베풀었다. 일주일 내내 전국에 폭우가 쏟아졌건만 오늘만큼은 맑게 갠 하늘이 파란 속살을 내보이며 이들의 여행을 축하한다.
“가족과 함께 안동에 자주 찾아와요. 호수 위에 떠 있는 부교를 언젠가 찾아오고 싶었어요.”코스 중간지점인 ‘예끼마을’에 들른 신태호 과장은 동료들과 사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마을 담벼락엔 아기자기한 벽화가 가득하고 골목길 바닥에도 낭떠러지를 묘사한 트릭아트 그림이 그려져 있어 마을 전체가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 준다. 고려시대 당시 이 마을은 ‘선성’이라 불렸고 조선시대에는 ‘예안’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예끼’라는 이름은 최근에 붙은 것으로 이 지역에 사는 예술가들이 손수 골목길 곳곳에 그래피티를 그리면서 ‘예(藝)끼’가 가득하다는 뜻의 새로운 고유명사를 얻게 된 것이다.

물 위를 걷는 듯 신비로움을 체험하는 선성수상길

마치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듯 즐거워하는 세 사람. 이들은 2012년에 입사한 30기 동기생으로 그동안 여러 지역을 돌며 근무하다가 본사에서 다시 만나 동료애를 다지고 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이는 장진혁 과장이다. 신태호 과장은 “장 과장의 호소력 있는 문장으로 배틀트립에 선정되었고, 덕분에 아내로부터 외박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명분을 만들어 주었어요.”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일행의 발길이 닿은 곳은 옛날 이곳의 풍경을 재현한 선성현문화단지. 넓은 마당에 자리 잡은 투호놀이를 보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피 내기를 하자며 이내 시합이 벌어졌다. 장진혁 과장이 가장 먼저 화살을 꽂아 넣는데 성공하더니 뒤이어 신태호 과장도 아슬아슬하게 2등이 됐다. 꼴찌가 된 장용식 과장이 기분 좋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동기들에게 선사하더니 관아에 들어가 스스로 옥에 갇히고 곤장을 맞는 등 동기들을 위해 기꺼이 죄인이 되어준다.
안동의 선비순례길은 1코스부터 9코스까지 무려 90km가 넘는 장거리 루트다. 산과 호수, 고택, 문화재 등 안동의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기에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사계절에 걸쳐 종주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명소로 통하고 있다. 1코스의 백미는 호수 위에 놓인 선성수상길이다. 1.1km의 거리로 만들어진 이 길은 물안개가 짙게 드리운 날이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수위에 맞춰 위, 아래로 움직이는 부교지만 걷고 있을 땐 출렁임이 전혀 없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다. 선성수상길에도 1코스 중간의 전망대까지는 데크가 놓여있어 걷기에 자신 없는 이들도 편안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여유로운 트레킹이 무료함을 느낄 때쯤엔 우거진 숲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산새 무리가 노래를 들려주며 즐거움을 안겨준다.

숲길을 걸으며 동기애가 무르익는다

“입사 동기들과 일본, 베트남을 여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즐거운 추억을 쌓은 덕분에 직장생활이 즐거워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고 현지 집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파견 앞두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 해외 근무가 처음인 장용식 과장은 기분이 영 싱숭생숭한 모양이다. 혼돈(?)의 와중에 파견 근무 경험이 있는 신태호 과장이 현지 적응하는 팁을 세세하게 일러주며 장 과장의 성공적인 해외 근무를 기원한다. 우거진 숲 사이로 어느새 전망대에 오른 동기 3인방이 눈 앞에 펼쳐진 안동 호수를 내려다본다. 장마철에 내린 비로 호수는 이미 만수위에 차올랐고 허연 왜가리가 큰 날개를 펴고 물 위를 비행하며 물고기 사냥에 한창이다.
전망대에서 동기 3인방은 청고개로 방향을 틀어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돌아온 곳이 아닌 또 다른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찾아 발길을 돌린 것. 선비순례길 1코스의 종착지는 동쪽을 향해 뻗어 있는 반도의 끝인 월천서당이다. 2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한 이곳은 안동호 북쪽 호반을 가로질러 도산서원을 거쳐 퇴계종택을 향해 걸을 수 있다. 월천서당 바로 옆 동부선착장에선 배로 호수를 건널 수 있으며, 호수 건너 새롭게 조성 중인 친환경관광단지와 계상고택이 있는 6코스와 접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여행 가이드경영지원처 인재육성부 이성호 대리, 대전충청지역본부 설비보전부 조득곤 대리, 친구 이정환 씨

태안

해변으로 여행을 떠난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일본영화 <캐치 어 웨이브>. 서핑 마니아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 이 영화는 세 명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여 방학이 끝나가는 줄도 모른 채 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해변 위에 세 명의 고등학교 동창이 모였으니, 장소는 일본이 아닌 충남 태안의 만리포해수욕장이다.

원데이 추천코스

삼사해상산책로 – 해파랑공원 - 강구항 영덕대게거리

만리포 해수욕장 → 덕수식당 → MLP서프 → 커피인터뷰 파도리점

수도권에서 가까운 서핑의 핫스팟

해수욕장에 도착해 부랴부랴 슈트로 갈아입는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의 답답함도 탁 트인 해변 앞에서 눈 녹듯 사라지고 마니, 서핑의 매력에 푹 빠진 이성호 대리에겐 휴가철 교통정체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동안 고성, 양양, 부산, 송정, 다대포, 삼척, 제주 등 서핑을 타기 위해 전국의 바다를 찾아다녔어요.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이곳에 왔었는데 서핑하기가 정말 좋은 것 같더라고요. 고등학교 동창들과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가 발견한 서핑의 천국은 만리포해수욕장. 서울과 가까워 두 시간이면 이곳에 닿을 수 있어 대전충청본부와 인천, 평택, 당진 기지에 근무하는 사우들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그는 말한다. 피서가 절정인 7월 말의 해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상적인 것은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것. 해변에 가득한 인파의 절반 정도가 큼지막한 보드를 들고 다니며 서핑을 즐기고 있다. 조득곤 대리는 친구들과 만리포를 찾은 것이 너무나 잘한 선택임을 확신한다.
“만리포는 수심이 허리까지만 오거든요. 조류가 센 동해와 달리 서해는 마치 풀장처럼 물살이 거의 없어서 아주 어린 아이들도 서핑을 배울 수 있어요. 저는 서핑을 즐기면서 자연으로부터 힐링을 얻고 업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지루함을 느끼는 사우님들께 서핑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

초심자에게 딱 좋은 잔잔한 서해바다

이들은 서핑숍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이성호 대리는 “보드를 타지 않더라도 햄버거를 맛보러 오는 이들이 있을 만큼 맛집으로 소문나있어요.”라며 이곳의 추천 이유를 밝힌다. “보드와 슈트 대여비 4만 원으로 하루종일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초보자는 1일 레슨비 2만 원을 더 내면 되고요. 수영에 자신이 없어도 서핑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어요. 특히나 이곳은 래쉬가드만 입어도 안전하게 서핑을 할 수 있답니다.”
이성호 대리는 보드 위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며 서핑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동창들과 서핑을 즐기며 제법 능숙한 실력을 자랑하는 이정환 씨도 “여름마다 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있어요. 5년 정도 서핑을 하다 보면 프로 서퍼 부럽지 않을 실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요.”라며 서핑예찬론에 힘을 싣는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걸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물 위에 보드를 띄우고 양팔로 노를 저으며 파도를 거슬러 간 뒤 어느 정도 됐다 싶을 때 보드 위에 서서 중심을 잡는 이들의 모습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높은 너울에 몸을 맡기는 다이내믹함이 동해바다를 찾는 이유라면, 잔잔한 조류에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서해바다의 매력. 일본에서는 자동차 지붕 위에 항상 커다란 보드를 얹고 다니며 해변이 보일 때마다 즉석으로 서핑을 즐긴다고 하니, 이제 우리나라도 서핑이 일상의 레저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이다.

하루 4만 원으로 자연의 힐링을 만끽하다

넘실대는 파도 위로 한 시간 동안 서핑을 마친 이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라곤 없다. <캐치 어 웨이브>의 주인공들처럼 하루 종일 파도와 씨름하며 온몸이 부서져라 서핑을 할수록 열정의 온도는 오히려 뜨거워질 뿐이다. ‘아직은 20대’라며 농담을 건네는 이들에게 서핑은 극한의 스릴을 만끽하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니다.
“SNS를 보면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과시하면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건 어디까지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개인의 방식일 뿐입니다. 해변에서 서핑하는 사람들 보면 알 수 있듯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거든요. 여러 레저 중에서 초보자가 접근하기 수월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서핑이에요.” 이성호 대리의 말이 정답인 듯하다. 외국의 해변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유로운 모습으로 서핑을 즐기는 풍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취미란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방식인 만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고교동창 서퍼 삼총사가 사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오후 한 시가 지나자 점심을 마친 관광객들로 해변은 다시 북새통을 이룬다. 잠시 동안의 휴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조득곤 대리는 보드를 챙겨 들며 사우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서핑은 실력에 상관없이 자연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묘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요. 뭐랄까,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마음껏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비범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의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는 사우 분들께 저는 서핑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돈 4만 원으로 한여름의 피로를 가뿐하게 해소할 수 있거든요.” 본격적인 피서가 시작되는 8월의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파도 위를 가르는 이들의 우정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