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담은 도시의 고독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는 여자와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신문을 읽는 남자. 깔끔하게 떨어지는 선과 색, 선명하게 대비되는 빛과 그림자가 묘하게 고독한 분위기를 풍기던 ‘SSG’ 광고의 한 장면은 현대미술의 거장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오마주하고 있다. 이 광고로 우리의 뇌리에 깊게 박힌 에드워드 호퍼의 개인전이 국내에 상륙했다. 길 위에서 그는 어떤 것들을 포착했을까. 이번 전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등 작가의 삶의 궤적을 따라 구성되어 있는데, 그 풍경을 바라보았던 호퍼만의 독특한 시각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현대인의 소외, 무표정한 도시의 풍경 앞에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자.
한국을 찾은 위대한 예술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쾰른 최초의 현대 미술관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의 피카소 컬렉션을 자랑하는 루드비히 미술관의 작품을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독일 표현주의를 거쳐 러시안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팝아트 등 격변의 시대에서 태동한 예술을 조망하는 전시로 20세기의 주요한 예술사조와 거장들의 작품을 아우른다.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앤디워홀 등 세계적으로 걸출한 작품을 소개하는데, 이토록 폭넓은 작품들을 루드비히 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배경과 정치적 탄압과 분단 속에서도 작품을 지켜내기 위한 독일 시민들의 역할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감상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도슨트 해설을 듣는 것도 좋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장 줄리앙 : 여전히, 거기>
올해 1월까지 서울 DDP에서 진행되던 장 줄리앙의 전시가 경주를 찾았다. 21세기의 키스 해링으로 불리는 장 줄리앙의 드로잉을 시작으로 회화, 영상, 입체, 책 등 그가 넘나들었던 모든 장르의 예술을 담는다.
‘단순한 형태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라는 믿음 아래 우리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간결한 선과 색감, 위트있는 표현법으로 담아낸 장 줄리앙. 그만의 유쾌한 공감을 자아내는 동시에 예술의 장벽을 낮춘다. 포토존으로도 손색없다. 지난 서울에서의 전시가 ‘그러면, 거기’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면 경주에서는 ‘여전히, 거기’라는 주제 아래 그가 그려 온 더욱 풍성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오감으로 감상하는 미술
<에곤 실레와 클림트>
살아있는 것들에 집중해 캔버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죽어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캔버스를 어둡게 채워가는 에곤 실레. 서로 다른 그들의 시선을 매개로 미디어아티스트, 영상감독, 프로그래머, 공간디자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최초 스토리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인다.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아트 전시는 이미 많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듯 구성된 형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동료이자 사제지간이기도 한 이들이지만, 전혀 다른 화풍과 시선을 가진 두 사람. 전시에서는 이들이 바라본 ‘삶과 죽음’을 더욱 뚜렷하게 비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