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잘 하고자 하는 조직들은 자신들의 관련 활동을 자랑하고, 제3자 평가 결과를 통해 외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언급한다. 이로 인해 우리가 접하는 기업들의 ESG 경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먼저, 주로 마케팅, 홍보, 사회공헌 등의 차원에서 강조되고 이해되는 ESG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들의 ESG 활동을 큰 틀에서 보여주며, 소비자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구성한 ESG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경쟁력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반면, 다른 경향성을 보이는 기업들은 제3자 평가를 통해 인증이나 평가를 받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수행되며, 기업의 ESG 실천과 성과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ISO26000, GRI 등 ESG 글로벌 표준과 가이드라인에 기반하고 있다. 글로벌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표준과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외부적으로 입증하고 검증함으로써 투자자, 금융기관, 사회 기관 등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외부 평가 결과를 통해 ESG 실천에 대한 검증을 받음으로써 투명성을 강조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개념을 분리하는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ESG를 마케팅적인 용어로만 활용하거나 외부 평가 없이 단순한 어휘로만 남겨두면, 기업의 실제 ESG 실천과 성과에 대한 평가와의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사의 ESG 활동과 평가 결과를 상호 보완하며, 진정한 지속가능성과 사회 및 환경적 가치가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되는 장기적 시각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ESG 경영은 이제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원래의 이름보다는 더욱 확고한 고유명사가 되어 가고 있다. 이 새로운 이름이 지속가능 경영보다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고 널리 통용되기 시작한 만큼, 대중에게 비춰지는 이미지도 다소 아름다운 모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윤리 경영은 많은 실패 사례들이 모든 조직의 기본 원칙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재벌 기업의 오너 일가 갑질 사건, 협력사에 대한 일방적인 압착 등과 같은 상황들은 사회적 위치를 내세워 약자인 상대방에게 굴복을 강요한 사례로서 너무나 많다. 이러한 문제들은 주로 인권 문제의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으며, 협박, 폭언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응은 ‘불매운동’이라는 형태로 펼쳐지며,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기업들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응징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대중들도 불매운동에 대한 대응과 그 전략적인 측면을 알고, 트레이닝된 것처럼 이해된다. 또한, 기업들은 대응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고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야 불매운동이 수월해지는지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대중들이 원하는 선의 굴레 속에서 경영 활동을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공헌 프로그램, 기부 활동, 친환경 캠페인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하나의 통일된 가치관이 발현된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1년 전경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43.2%가 ‘기업 이미지 제고 목적’으로 ESG를 가장 필요로 한다고 응답했다. 2년 전 우리의 인식을 정리하자면, 기업 이미지 제고는 결국 윤리적 관점에서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 기업들은 ESG 경영을 도입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노력과 시간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며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기도 했다. 2021년 대비 2022년에는 기업의 ESG에 대한 인식은 다소 변화했다.
기업의 ESG 중요성 인식 수준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영에 있어 ESG가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27.7%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고, 42.3%가 ‘다소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ESG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이유로는 ‘경영성과에 긍정적 효과 발생’이 42.9%로 가장 많이 언급했으며, 이어서 ‘소비자 인식 및 소비 트렌드 변화’가 41.9%로 언급됐다. 또한, ‘투자자 및 금융기관의 요구 확대’가 11.4%, ‘임직원의 조직 몰입도 및 만족도 증가’가 3.8% 언급됐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의 ESG 경영 수준은 5점 척도 기준으로 평균 2.9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에 따르면, 최근 국내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 조사’에서 61.6%의 응답자가 ESG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적인 반응은 단 2.4%에 불과했다. 단 2년 만에 ESG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즉, 기업에 실질적인 현안으로 떠오르거나 혹은 실질적인 위협이 된 사례가 그만큼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올해 ESG 각 분야별 현안
E | 친환경기술 개발 |
신재생에너지 확보 | 탄소국경 조정제도 | 순환경제 구축 | 생물다양성 대응 |
34% | 24% | 21.3% | 18% | 2.7% |
S | 산업안전보건 | 노사관계 | 고용·인권 | 지역사회 관계 | 소비자 보호 | 다양성 |
52.3% | 20% | 14.7% | 7.3% | 3.7% | 2% |
G | 이사회 및 감사기구 강화 | 준법경영 | 반부패·윤리경영 | 공정경쟁 | 소액주주 권리 강화 |
30.3% | 28% | 24.3% | 13% | 4.4% |
또한, 올해 가장 큰 ESG 현안을 묻는 질문에서 전체의 40.3%가 ‘공급망 ESG 실사 대응’이라고 응답했다. 기업의 공급망 내에서 환경 문제, 인권 침해 등의 ESG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경우, 수출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ESG 실사 결과로 인한 수출 중단, 납품 중단 등의 사례는 구체적이거나 사실적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현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례를 접하며, 결국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ESG 실사에 관련한 문제는 시간차가 있을 뿐 언젠간 내 차례가 반드시 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세상의 중심축에 대한 산업계의 강조와 같이,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의 기대효과가 이미지 개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 경영진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이루지 못하고 있기에, 이는 기업의 역량 부족으로 인한 리스크로 드러나고 있다.
조직의 운영이나 기업의 경영 차원에서 윤리를 넘어 넓게 바라보고 적용하는 차원에서 ‘제대로, 올바르게 경영해야 맞는 것’이 통용되어야 한다. ESG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관이 되었으며, 이 현상은 윤리 경영의 개념이 기업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ESG 경영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선(善)을 추구하는 가치관, 올바른 기준을 기업 내외 활동에 적용하는 것, 경영진의 인식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ESG 경영은 단순히 대외적인 측면에만 집중된 활동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ESG 경영에는 글로벌 표준이 존재하며, 이는 이미 많은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지표를 선택하여 전략과 활동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기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제3자 평가에 대한 니즈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실무 부서, 경영진, 대외적인 인식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미지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와 친환경 가치를 강조하며 많은 활동을 해왔을지라도 실제 ESG 역량 수준에서 판단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이다.
ESG 경영은 단순히 활동 수준이 아닌 전사적인 경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며, ESG 글로벌 표준에 따른 체계성을 완전히 갖추어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나타낼 수 있다. 기업이 올바르게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이미지 차원이 아닌 전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 경영은 마케팅이나 홍보 차원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 전략을 넘어 자원 투입과 결과 달성을 포함한 일련의 경영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별로 내부와 외부에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ESG 경영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더 나은 이해관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각 분야와 계층의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ESG 경영에 대한 실질성을 논하는 것을 중단하고, 기업의 관리 및 운영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제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우수하더라도 회사의 관리력이 부족한 경우, 많은 잠재적인 리스크가 존재한다. ESG 경영은 단순히 친환경성과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여 사업 기회를 넓히려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과 기업 운영에서 내재된 리스크를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얻는 것이다. 이것이 ESG를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인식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