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 Trip

인천 VS 영동 이국의 향기 찾아 떠나는
한국 속 세계여행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로 떠나는 인파로 공항이 늘 북적이는 가운데, 한국 속 세계여행을 택한 이들이 있다.
지난 해외여행을 되새기기에도, 소박한 일탈을 꿈꾸기에도 손색없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가장 익숙한 사람들과 조금은 낯선 풍경 속에 즐긴 단 하루의 나들이.

인천 글. 조수빈 사진. 김범기
영동 글. 백미희 사진. 박재우

첫 번째 여행 가이드인천기지본부 안전부 백승윤 과장, 친구 이현수 씨, 장예슬 씨, 권지민 씨

인천

세 살 친구도 여든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보란 듯이 ‘yes!’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유치원 동기로 만나 어엿한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한결같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네 사람이 이번에는 인천 차이나타운에 떴다. 겹겹이 쌓인 우정을 더욱 단단하게

원데이 추천코스

삼사해상산책로 – 해파랑공원 - 강구항 영덕대게거리

놀이터에 나가면 늘 있던 그 친구들

따스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이 어우러진 어느 주말. 집에만 있기 아까운 날씨에 많은 이들의 나들이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인천기지본부 안전부 백승윤 과장은 모처럼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인천 차이나타운. 때마침 점심시간과 맞물리면서 이곳은 이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인천에 있으면서도 차이나타운에 놀러온 적은 처음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어요. 주차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니까요.” 백 과장의 부름에 흔쾌히 응답한 친구 현수 씨, 예슬 씨, 지민 씨는 지루한 교통체증 속에서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기에 괜스레 설렌 듯했다.
네 사람의 역사는 약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옆집에 같은 유치원 다니는 동갑 친구가 있대.’라며 소개받은 친구가 예슬 씨고, 어릴 때부터 그저 같이 뛰놀던 친구가 커서 보니 현수 씨였다.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 살던 친구들이에요. 동네 친구가 다 그렇듯 저희도 어쩌다 알게 된 사이에요. 어릴 때는 핸드폰이 없으니 따로 연락하고 만나지 않잖아요. 그냥 놀이터에 가면 늘 만나던 친구들이었죠. 본격적으로 우정을 쌓기 시작한 건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어요.”
어릴 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는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인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동네 친구’라는 단어에 아련함이 담기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문율도 이들은 피해갔다.
중학교 때 유학길에 오른 지민 씨.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라지만, 이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편지를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방학이나 지민이가 한국에 올 때면 당연하게 모였고요. 학기 중에는 각자 일에 집중하고, 방학엔 모이던 게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우정의 비결이랄게 따로 없다. 늘 그 자리에, 당연한 듯 있었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을 뿐이다.

마카오를 되새기며 차이나타운을 걷다

지금은 사는 곳도, 하는 일도 서로 다른 이들이 접선한 곳은 인천 차이나타운. 오늘 여행의 테마는 ‘회상’인데, 가장 최근 완전체로 다녀왔던 마카오 여행을 되새기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단다.
입구에서부터 빨간색의 강렬한 장식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짜장면 맛집이다. 하얀 짜장면이 유명하다는 ‘만다복’에서 거나한 한 상 차림으로 배를 불린 뒤 본격적으로 차이나타운 구경에 나섰다. 식사 다음은 디저트라고, 이번에는 공갈빵, 홍두병, 탕후루 등 각자 먹고픈 길거리 간식을 향해 출발! 인기 간식인 홍두병을 먹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는 말에 예슬 씨와 지민 씨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친구들이 줄을 서는 동안 탕후루를 하나씩 손에 쥔 현수 씨와 백 과장은 인증샷을 삼매경이다. 오 분 정도 줄을 선 후에야 홍두병을 사서 돌아온 친구들과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저희 여행에서는 역할 분담이 확실해요. SNS나 인터넷에서 좋은 곳을 보고 ‘여기 갈래?’라며 던지는 건 주로 제 역할이에요. 그럼 지민이가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죠. 현수와 예슬이는 ‘좋아!’라며 흔쾌히 따라오고요.” 대학생 때 지민 씨가 있던 뉴욕에서 모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백 과장은 평소 눈여겨보던 핫플을 말했고, 이를 토대로 지민 씨가 마치 패키지여행처럼 알찬 계획표로 친구들을 맞이했다고.
백승윤 과장이 꼭 가보고 싶었다던 제물포구락부로 가는 길. 굽이굽이 언덕을 넘던 중에 옛 시장 관사가 먼저 등장했다. 흐드러진 초록잎 아래 기와집이 고즈넉한 자태를 자랑하는 관사에 잠시 힘듦을 잊고 감탄을 자아낸다. 계속된 오르막길에 지쳐갈 즈음 만난 풍경 앞에서 인증샷을 찍을 겸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제물포구락부에서도 창 너머 드리운 봄 햇살이 이들을 맞아주었다. 오늘의 추억을 느린 우체통에 실어 보내기도 하고, 컬러링북을 둘러싸고 앉아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저희는 여행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 아니에요. 포토존에서 한두 컷 정도 찍는 정도죠. ‘배틀트립’에 선정되어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진 찍을 생각에 걱정되기도 했어요. 평소와 달리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는데, 친구들이 고생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하네요.”라는 백 과장의 말에 세 친구는 단박에 “승윤이 덕분에 새로운 추억을 쌓게 된 것 같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인천아트플랫폼 곳곳에 숨은 조형물 앞에서 친구들은 오히려 신이 난 듯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친구의 미안한 마음을 덜어 주기 위한 배려가 숨어있었으리라. 우정을 유지하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미 익숙해진 서로를 향한 마음이야말로 네 친구 우정의 비결이 아닐까.

두 번째 여행 가이드대전충청지역본부 안전부 김은정 과장, 재무처 자금부 김예영 차장, 경영지원처 인재육성부 천주희 차장

영동

29기 동기이자 2021년 소띠해에 동갑내기 자녀를 출산한 워킹맘 동기들이 뭉쳤다. 아침부터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발한 장소는 포도와 와인의 도시 영동. 향긋한 와인을 시음하고 족욕을 즐기며 육아 스트레스를 풀고 우정을 돈독하게 다져볼 생각이다.

원데이 추천코스

달코미딸기농원- 시안미술관- 보현산천문과학관 및 전시체험관

워킹맘 동기 삼인방의 유쾌한 일탈

충북 영동은 우리나라 최대의 포도 산지다. 덕분에 많은 와이너리를 갖추고 개성 있는 와인을 만든다. 업무차 영동을 몇 번 방문한 김은정 과정은 와인을 좋아하는 두 동기를 떠올리고 오늘 여행지를 선정했다. “2016년부터 대전충청지역본부에 근무 중인데, 업무차 영동을 방문하며 지역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사과, 감, 포도 등 다양한 과일의 산지이자 와인축제, 국악축제 등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은 우리 대전충청지역본부의 영동지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8월이 되면 포도 따기 축제도 열리죠. 지리적으로도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면에 있어서 대구·경북 권역에 사는 분들에게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인 곳이에요. 게다가 김예영, 천주희 차장이 와인에 조예가 깊어서 꼭 함께 와보고 싶었어요.”
현재 김은정 과장은 대전충청지역본부에 근무 중이고 김예영, 천주희 차장은 본사에 근무 중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세 사람은 누구보다 돈독한 친구들이다. 바로 입사 10년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예영 차장은 오늘의 만남이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입사 직후 본사가 분당에 있던 시절에는 셋 다 미혼이라 맛집 투어 등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본사가 대구로 이전한 후에는 자주 만나지 못했죠. 그러다 공교롭게 셋 다 2021년에 동갑내기 자녀를 출산하게 되었는데, 몇 년째 지속된 코로나와 육아를 이유로 오프라인 만남이 소원해졌어요.” 현재는 셋 다 육아휴직을 무사히 끝내고 복직한 상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과 육아를 병행하던 워킹맘 3인방은 오랜만에 여행을 위해 뭉쳤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서 자주 소통했지만,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롭네요.”라며 기대를 드러낸다.

언제까지나 우린 함께야

오늘 방문한 시나브로 와이너리는 세계적 권위의 와인 품평회 베를린 와인트로피(BWT, Berliner Wine Trophy)에서 실버상을 수상한 와인이 있는 곳이다. 오늘 세 사람은 이곳의 시그니처인 ‘시나브로 청수 화이트’를 포함해 네 가지 종류의 와인을 시음하기로 했다.
세 사람은 청수 화이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찬찬히 와인의 향과 맛을 즐겼다. 청수는 우리나라의 대표 화이트 품종으로 시나브로 와이너리에서 최초로 양조했다고. 화사한 청수의 향과 흰 꽃과 과일 향이 어우러져 식전주로 알맞다. 와인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은 동기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음을 터트렸다. 동기들과 함께 즐기니 와인이 더 향긋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후 레드와인과 로제와인 등 차근차근 과일의 품종과 와인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시음이 이어갔다. 천주희 차장은 설명을 듣다 보니 12년 전 신입사원 연수 시절이 떠오른다며 웃었다. “그때 2주간의 신입사원 연수 마무리 코스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호텔을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식사와 와인매너 등을 배웠죠. 그때 기억이 나네요. 제가 지금 신입사원 연수를 주관하는 인재육성부에 근무 중이거든요.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싶어서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그때 그 동기들과 아이를 낳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기쁘네요.”
와인 시음을 마친 후 와인 족욕을 즐길 차례. 기분 좋게 와인을 마신 상태에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자, 몸이 노곤하게 풀어진다. 천주희 차장은 육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다며 김은정 과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향긋한 와인도 즐기고 따뜻하게 족욕까지 하니까 마음도 몸도 힐링 되네요. 평소에도 서로 자주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얼굴 보고 이야기하니 더 즐거웠어요. 한 10년 뒤에도 이런 뜻깊은 자리를 또 마련할 수 있겠죠?”
와이너리 체험을 마무리한 뒤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가 있는 국악체험촌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북을 치며 가정의 안녕과 행복, 가슴 속에 담겨 있는 소망을 빌어보기 위해서다. 김은정 과장은 그 소망에 세 사람에 대한 우정도 담아볼 예정이라고. “세 사람이 동시에 동갑내기 자녀를 출산하다니 우리는 참 인연이 깊은 것 같아요. 때로는 업무적으로 도움을 받고, 육아 팁을 나누는 소중한 관계가 계속되었으면 해요. 모두 정년퇴직까지 무탈하게 함께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잘 키워 나갔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