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말희 ETRI 환경ICT연구실 책임연구원
ESG란 심화된 사회적 양극화, 기후 위기에 따른 인류 절대절명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지구적인 자구책이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 외에 전지구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기업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와 기업의 지배구조(Governance)를 건전하게 유지하도록 사회에서 감시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ESG의 평가내용은 평가 기관별로 상이하다. 정부가 2021년 배포한 K-ESG 가이드라인 v1.0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크게 정보공시(P), 환경(E), 사회(S) 그리고 지배구조(G) 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공시는 ESG 정보공시 방식, 주기, 범위, 내용 및 검증에 관련되는 항목들로 구성되고, 환경은 환경경영 목표, 환경 법·규제 위반, 원부자재, 온실가스, 에너지, 용수, 폐기물, 오염물질, 환경 라벨링 항목으로 구성된다. 사회 항목은 노동, 다양성 및 양성 활동, 산업 안전, 인권, 동반성장, 지역사회, 정보보호, 사회법·규제 위반으로 구성되며, 지배구조는 이사회 구성 및 활동, 주주권리, 윤리경영, 감사기구, 지배구조법·규제 위반 평가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평가 항목들에 대한 기업의 활동을 점수 혹은 등급으로 환산하게 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재해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금 인류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구의 재야생화는 산업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보해 온 인류의 치명적인 부산물이다. 『회복력의 시대』에서 그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효율성보다는 인류와 지구의 생명을 재생시키는 회복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ESG는 이러한 위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회복력 도구가 될 것이다. 인류사회와 지구환경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업들이 있고, ESG는 이러한 기업의 활동에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ChatGPT(이하 챗GPT)는 OpenAI사가 개발한 거대규모의 언어처리 인공지능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처럼 자연어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기본적인 수준의 대화는 물론 전문적인 분야나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조차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자연어 처리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도 처리할 수 있다. 이젠 요청하면 프로그램도 개발해 주는 인공지능이 나타난 것이다. 존 컬킨(John Culkin)은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후에는 도구들이 우리를 만든다.”라고 했다. 도구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면 인간은 더이상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말이다. 스스로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은 인공지능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열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물론 그 시대의 실현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길 바랄 뿐이다.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서비스는 앞으로 다양한 산업적 혁명을 가져올 뿐더러 인간사회의 모습도 크게 바꾸게 될 것이다. 긍정적으로는 인간이 존재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기억하거나 알고 있을 필요 없이 한 차원 더 높은 혹은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정적으로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한 직업군들은 점차 사라지거나 지금까지의 직업군은 사라지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 운영 및 유지보수를 위한 소수의 직업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하게는 이러한 인공지능 능력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방법 역시 매우 지능적으로 될 것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거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은 그에 따르는 엄청난 규모의 저장능력, 계산능력,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에 상응하는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업무는 지능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되는 동시에 환경파괴는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지식 서비스뿐 아니라, 지금까지 사람이 인터페이스하거나 혹은 사용하기 불편했던 기존의 서비스들의 인터페이스를 언어처리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그 활용 범위는 순식간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관련 지식의 링크만을 제시해 오던 구글의 독주는 모든 지식을 섭렵해서 잘 구조화된 문장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에 의해서 막을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GreenBiz그룹 의장인 조엘 마카워(Joel Makower)와 챗GPT가 나눈 대화 중 챗GPT의 대답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 기술은 기본적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후 기술(Climate Technology)이 아니다. 다만 기후 위기와 같은 지속가능성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인공지능은 분석 및 예측 능력을 통해서 공급망 관리를 최적화하거나, 물리적인 자원들에 대한 예지적 유지보수를 해주거나,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제품의 디자인을 환경친화적으로 해주는 방법들을 알려줄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능력을 활용하여 순환경제에 도움을 줌으로써 환경친화적인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SG 차원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위험 요인을 관리하거나 관련 법·규제 준수 여부 등을 진단하고 보고서를 생성하는데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에 있어서 사용하는 데이터의 편향이나 데이터 품질, 막대한 에너지 소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인공지능 분석 결과에 대한 해석 가능성이나 윤리적인 문제 등에 있어서는 인공지능 활용을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 물론 인간 전문가도 지식이 편향되거나 지식에 오류를 포함할 수 있으므로 인간 전문가 의견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마땅하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에 대해서도 이러한 편향 및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검증 가능한 프로세스를 염두 해둬야 한다. 인공지능은 지속가능성 차원에서는 최선의 도구인 동시에 최대의 빌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아주 편리한 세상을 짙은 미세먼지와 함께 제공하는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정체성 지속가능성 차원에서는 챗GPT 와 같은 인공지능 활용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뇌의 신경 가소성 차원에서 바라보는 ICT 기술의 발전을 이야기한다. 구글 같은 기업이 엄청난 지식을 사유화하고 그것에 기반해 아주 훌륭한 지식 서비스들을 계속 생산해 낸다면 그러한 기능을 담당했던 뇌의 기능들은 서서히 퇴화한다는 것이다. 챗GPT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잘 정리된 결론까지 내어준다. 이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인간의 뇌는 지식을 검색하고, 내용을 판단하고, 자신의 필요나 목적에 따라서 결론을 만들어내는 인식기능을 점차 잃게 될 것이다. 획일화된 결론은 인식의 다양성에 의한 창조적 혁신을 어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염려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