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에 비해 나중에 개발되었으나 효용성과 편리함으로 인해 단숨에 전략자원으로 등극한 석유는 어떨까? 짐작했다시피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왔다. 물론 과거에 사용되던 방식은 현대와 같이 산업적으로 증류/정제 시설을 갖춘 시스템적인 것은 아니었다. 석유가 함유된 토양이 지표에 노출되면 휘발 성분들은 날아가고 비활성 성분이 반고체 상태로 끈적하게 남는데 이것이 바로 아스팔트이다. 고대부터 사용되던 아스팔트는 주로 접착제, 선박의 방수 도료로 사용되었다. 휘발 성분들이 모두 날아가기 전의 석유를 머금은 토양은 그대로 연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액체 형태의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최초의 기록도 중국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증류를 통해 정제한 것은 페르시아와 아랍의 화학자들이 처음이다. 증류 기술은 스페인의 이슬람 왕국을 거쳐 서유럽으로 전해졌으나 석유의 생산량은 석탄보다 훨씬 적은데다 증류 과정을 거치는 관계로 비용 면에서도 불리했기 때문에 석유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였다. 현대적 시스템의 유정과 정유 산업은 19세기에 시작되었다. 석유는 연료로서의 장점 하나만으로도 전략 물자 대우를 받았으나 이후 유기화학의 발달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물질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의 이유로 지금도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소가 운용되고 있다.
에너지원으로서 석탄과 석유가 사용된 형태를 보면 산업적으로 채굴/시추 및 정제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목재를 비롯한 다른 에너지원의 보조적인 역할만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산업 수준이 높은 에너지 밀도의 화석연료를 필요로 할 정도로 발달하지는 않았던 이유도 있을 것이고, 역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의 화석연료가 귀한 탓에 산업 발달이 주춤했던 부분도 있을 것이다. 사실 정제하기 전의 원유는 단점이 많고 활용도가 제한되는 물질이었다.
산업혁명 이전, 거대한 기기들을 증기 기관으로 움직이기 전에는 연료의 주 사용처 중 하나가 바로 조명장치였다. 지금도 가정에 상비하고 있는 양초의 경우 현재는 석유 화합물인 파라핀으로 만들지만 석유의 대중화 이전에는 주로 소기름을 사용했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기록에 의하면 이미 기원전 3,000년에 이집트에서 밀랍으로 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벌집을 구성하는 성분이 바로 밀랍인데, 밀랍을 태워 빛을 내는 조명 기구라니 얼마나 귀하고 비쌌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고체 형태인 양초와 달리 오일 램프는 일반적으로 액체 연료를 이용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이미 기원전 4,000~6,000년 전부터 올리브 오일을 사용했던 고고학적 증거가 있다. 불에 타지 않는 몸체와 화력을 집중하는 심지만 있으면 연료를 보충하며 재사용이 가능한 오일 램프는 식물의 기름과 어유, 밀랍 가공품들을 연료로 수천 년 동안 사용되었다. 이후 가스등의 시대가 잠시 열렸다.
석탄을 증류한 석탄 가스가 가연성인 것은 이미 17세기에 알려졌지만, 가스 생산지에서 도시까지 파이프를 연결하여 가스등을 조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최근 심리학 용어로 사용되는 ‘가스라이팅’이 바로 가스등을 의미한다. 20세기 초까지 유럽과 미국의 집과 거리에는 가스 램프와 가스 가로등이 있었다. 이후 전등이 가스등을 대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