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Cafe 1
모처럼 떠난 여행길, 카쉐어링 애플리케이션으로 선망하던 드림카를 빌렸다. 캐리어 안에는 한 달간 빌린 카메라와 명품 코트를 챙겨 넣고, 쾌적한 잠자리로는 누군가의 별장을 예약했다. 여행하는 동안 빈집을 깨끗이 치워줄 청소부까지 고용하면 완벽한 여행 준비 끝! 이제 내게 필요한 무엇이든 빌려 쓰고 나눠 쓰는 시대가 왔다. 물건을 유지, 보수하는 번거로움은 잊고 사용하는 기쁨만 오롯이 느끼는 세계의 소비 트렌드, '공유 서비스'를 소개한다.
[참고자료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KOTRA 해외시장뉴스 등]
Sharing Economy
'소유' 대신 '공유', 필요한 건 함께 쓴다
필요한 물건을 꼭 구입해야만 할까?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필요한 것들을 빌려 사용할 수 있는 공유서비스가 세계의 비즈니스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의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서 비롯된 이 서비스는 대량생산이나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20세기 자본주의의 상반되는 개념으로, 한 번 생산한 제품을 여러 사람이 돌려쓰는 협업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 위기, 극심해지는 환경오염 등을 겪으며 21세기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공유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적은 돈으로 물건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잉여제품 생산을 줄여 기후변화나 자원고갈 등 환경오염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스마트폰이 발달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공유 서비스는 세계의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확산되었다. KOTRA에서 발간한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의 김지혜 무역관에 따르면 공유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귀차니즘'이다. 필요할 때 언제든 내 것처럼 물건을 사용하면서도 유지, 보수 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공유서비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소유' 대신 '공유'를 지향하는 트렌드는 앞으로 점점 더 빠르게 성장할 추세. 값비싼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개인이 무리하게 돈을 지불하는 시대는 어느새 옛일이 되어가고 있다.
Space
사용하지 않는 공간, 사업이 되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동안 빈 공간을 빌려주는 임대 서비스는 공유경제의 핵심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했다. 빈집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는 어느새 젊은이들의 친숙한 여행문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힐튼'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 여러 창업자가 사무실을 공유하는 '위워크(wework)'는 전세계 27개 국가, 99개 도시에 425개의 지점을 오픈했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숙박공유나 공유오피스 외에도 해외 시장에는 다양한 공간 공유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중이다. 미국의 그린서밋그룹은 주방을 공유하는 배달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바비큐, 스시, 스테이크 등 가게마다 각기 다른 메뉴들을 주문받아 하나의 주방에서 각각의 요리사가 음식을 만드는 것. 이로써 공간 임대료를 아끼는 동시에 여러 사업자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일본의 '아카파'는 개인 소유의 주차장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본인 소유의 주차장이 있는 사람이 애플리케이션에 장소를 공유하면 사용자가 신용카드나 휴대요금 합산 결제로 주차요금을 납부하고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People
클릭 한 번으로 고용하는 나만의 도우미
공유 서비스의 범위는 물건을 넘어 사람의 기술까지 공유한다. 높은 비용을 들여 고정적으로 누군가를 고용하지 않고도 언제든지 원하는 인력을 필요한 만큼만 빌릴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사람의 기술을 공유'하는 이 서 비스는 바쁜 현대인과 1인 가구에게 점점 더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에는 청소, 전기배선, 에어컨 및 가전제품 수리 등을 비롯한 집안일부터 운동 강사, 사진기사, 과외등 전문적인 서비스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인력을 연결해주는 '카오딤(Kaodim)'이라는 플랫폼이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 서비스를 요청하면 나에게 꼭 맞는 인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 인도네시아에서는 애플리케이션 '고젝(GO-JEK)'을 통해 메이크업, 마사지, 청소, 자동차 정비 등 다양한 유·무형 서비스를 빌릴 수 있다. 마사지, 청소 등 전문적 도구가 필요한 경우에는 원하는 도구의 지참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주 7일 24시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이용이 가능하다. 모든 인력은 엄격한 신원 조회와 선발을 통해 이루어지며 선발된 후에도 정규 교육을 이수해야 하므로 서비스 품질이 높다. 한편 공유경제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게임 캐릭터의 레벨 업을 해줄 사람이나 직소 퍼즐을 대신 맞춰줄 사람 등 나를 대신해 단순노동을 해줄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Fashion
아직도 사 입니? 난 빌려 입어!
패션만큼 유행에 민감한 분야가 있을까?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대를 풍미하는 명품 아이템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싼 가격, 짧은 유행 주기 때문에 선뜻 여러 아이템을 구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매일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는 패션 공유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가 그 대표주자다. 월 89달러를 결제하면 4벌의 옷을, 159달러를 결제하면 무제한으로 옷을 대여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2017년에만 1억 5,500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이들의 숨은 성공 비결은 바로 '세탁'이다. 여러 사람이 돌려 입는 대여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세탁 인력을 채용하고 체계적인 교육으로 장인 수준의 세탁전문가를 양성한다. 드레스를 전문으로 빌려주는 영국의 '걸 미츠 드레스(Girl Meets Dress)', 월 1만 4,000엔을 결제하면 사용자의 연령, 직업군, 체형에 맞는 양복 두 세트가 배송되는 일본의 '립(leeap)' 등도 대표적인 패션 공유 서비스다.
Family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공유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공간이나 물건을 대여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영역까지 공유가 이뤄지는 추세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펫숍 '도그하트프롬아쿠아마린'에서는 애완견을 대여한다. 3,600엔 정도의 요금을 내면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를 한 시간 동안 빌릴 수 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여건상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주요 고객층은 자녀와 동물의 정서적 교감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개와 산책하며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싶은 이 들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가족의 일원인 동물을 빌려주는 것이 인도적이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프롬아쿠아마린의 대표는 "동물을 분양받은 뒤 책임지지 못해 유기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대여 가능한 견종은 토이 푸들, 비글, 골든리트리버 등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렌탈 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동물과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