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자칭 '영화덕후'인 나. '덕질', '덕후'라는 단어를 들으면 언뜻 음침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덕후'야말로 자기만의 행복법을 찾은 사람들이 아닐까? 그 일에 몰두하고,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덕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든 자기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덕후가 된다. 그래서 지면을 빌어 (영화덕후로서) 독자들에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늘 조그마한 모니터 앞에서 오랜 시간 내공을 쌓으며 울고 웃어온 영화덕후의 세계에 독자들을 '입덕'시키기 위해서다.

PK : 별에서 온 얼간이

발리우드 영화. 한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춤추고 노래하는 인도 영화'다. 줄거리 역시 독특하다. 외계에서 지구로 온 주인공 PK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지구의 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형식뿐인 종교 때문에 좌절한다. 발리우드 특유의 신나는 음악과 함께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가', '우리가 믿는 신은 믿음을 가져도 되는 존재일까?'라는 의문과 종교의 허례허식과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다. 다소 묵직한 주제이지만 춤과 노래, 유치하지만 순수하고 흥겨운 연출 덕분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려운 질문이지만) 종교와 사랑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질문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인생의 큰 화두인 종교와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이미 동명의 소설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영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흥미로웠다. 영화는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이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환자들과의 연이은 상담으로 삶에 피로감을 느끼는 주인공 헥터.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행복을 찾아 전세계를 여행하기로 한다. 누구나 한번쯤 모든 걸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또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10초? 20초?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곤 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120분 동안의 일탈을 선물한다. 물론 그 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겠지만. 잠시가 아닌 2시간동안 헥터의 고민을,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뭔가 한 가지 정도는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통해 인생을 보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란, 누군가의 인생을 보는 것이고, 또 누군가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삶은 지루하고 때론 힘들지만, 영화를 통해 누군가의 생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생각을 엿보며 웃을 수 있다. 좌절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도 누군가의 따뜻한 인생을 보며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각자의 인생의 스펙트럼이 다르다. 그렇기에 다채로운 사람들의 인생만큼이나 다양한 영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인생을 투영하는 영화 덕분에 영화덕후는 행복하다. 그리고 혹시 시간이 난다면 영화덕후의 추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중한 여러분의 삶을 위해 모두 자기만의 덕질을 완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