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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GAS FAMILY

똑 닮은 외모만큼이나 마음조차 닮은 가족이 있다. '까르르' 환하게 웃는 모습을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은 것이 아빠의 마음이다. 아빠와 함께한 작은 순간 하나하나를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이 아이의 마음이다. 이 가족에게 있어 순간순간은 온통 추억으로 켜켜이 쌓여 간다.

[글 차은호 기자 / 사진 김지원 기자]



아빠와 아들의 특별한 외출

봄기운을 수줍게 내비친 통영의 주말, 통영기지 계전 보전부 오성곤 대리는 아들 승재와 함께 떡 공방을 찾았다. 언제나 함께하던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뜻한 바 있어 시험을 준비 중인 아내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육아 휴무를 준 것이다. 그렇게 '슈퍼맨' 오성곤 대리와 승재 둘만의 특별한 외출이 시작되었다. "평소에도 가족끼리 체험을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승재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기도 하고, 생태체험이나 여행도 자주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저 그리고 승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서요"라며 승재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성곤 대리의 손길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오성곤 대리가 통영에 온 것은 10년 전. 한국가스공사에 입사하면서 처음 발령을 받은 곳이 통영이다. 서울이 고향인 그에게 통영에서의 시간은 늘 색다른 경험을 안겨 준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누리자'는 생각은 그가 이곳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면 가족과 많은 곳을 함께 찾아다니며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 "아빠, 우리 뭐 하는 거예요?", "우와! 아빠, 여기 봐요. 이게 떡 케이크래요." 떡 공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승재는 벽에 걸려 있는 떡 케이크 사진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예쁘다. 이게 정말 떡으로 만든 케이크야?"하며 승재의 궁금증에 오성곤 대리도 동참한다. 두 사람은 같이 떡을 만드는 것이 무척 기대되는 얼굴이다.

쫄깃쫄깃, 달콤한 바람떡 만들기

"떡은 무엇으로 만들까요?"하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승재는 망설임없이 "밀가루요!"하고 큰소리로 대답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당당하고 귀엽던지 모두 한바탕 웃었다. "승재야, 다시 생각해봐. 밀가루로는 빵을 만들잖아. 그럼 쌀가루로는 뭘 만들까?" "떡이요." "그래 맞아. 쌀가루로 떡을 만드는 거란다." 오성곤 대리는 승재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승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설명했다. 재료가 준비되고 본격적인 바람떡 만들기가 시작됐다. 먼저, 채반을 이용해 쌀가루부터 걸러 냈다. 채반을 뚫고 나온 쌀가루는 승재의 표현처럼 "솜사탕처럼 보들보들"해졌다. 다음으로는 쌀가루에 물을 조금 넣어 살살 흔들어 준다. "아빠, 물을 주니까 뭉글뭉글해졌어요." 승재는 다양한 표현을 동원해 자신의 느낌을 전달했다. 그 창의적인 표현에 아빠와 강사도 웃음이 솔솔 나온다. 물을 먹인 쌀가루를 시루에 깔고 20분 정도 찌는 동안 바람떡에 만들 소를 만들기로 했다. 승재의 말 잔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팥앙금을 동그랗게 굴려 구슬처럼 소를 만들어 놓고는 "똥 하나, 똥 두개…"하는 통에 보는 이들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오승곤 대리는 "승재는 참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아이예요. 어릴 때부터 엄마아빠와 다양하게 해 본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따로 없지만, 경험만큼 훌륭한 교육이 또 있겠어요? 승재와 함께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워요"라며 승재를 대변했다. 시루에서 나온 떡은 뜨거운 연기를 뿜어냈다. 이번에는 아빠가 나설 차례다. 백련초, 자색고구마, 단호박, 쑥 가루를 떡에 섞어 치대면 분홍색, 보라색, 노란색, 초록색의 떡 반죽이 된다. 오성곤 대리의 손이움직일 때마다 떡은 쫄깃함과 알록달록 색을 더해 갔다. 조심조심 고사리손 위에 아빠의 두꺼운 손이 더해져 다섯 가지 빛깔의 떡 반죽이 완성됐다.

가족의 바람이 맞닿는 시간

이제 치댄 반죽을 밀대로 밀어서 평평하게 펴준 다음 만들어 둔 소를 넣고 덮어 찍어내면 끝이다. 이때 바람이 들어가 볼록해지는데 이것 때문에 '바람떡'이라고 한다. 승재는 그 어떤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해 바람떡을 찍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완성된 바람떡의 개수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모양이 살짝 찌그러졌거나 만들고 남은 반죽은 몰래몰래 오성곤 대리의 입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오로지 예쁜 바람떡을 찍어내는 데 열중하던 승재가 아빠 입으로 쏙 들어가는 떡을 발견했다. "아빠, 그만 먹어요! 엄마 가져다줄 거란 말이에요. 아빠가 다 먹으면 엄마 줄 게 없잖아요." 승재의 핀잔에 마음을 다잡은 오성곤 대리도 다시 바람떡 만들기에 속도를 붙였다. 그는 가족이 늘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좋은 추억을 만들자 는 바람을 담아 손끝에 정성을 더 했다. "늘 아내와 셋이서 다니다가 이렇게 승재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남자들만의 외출이니까요. 그런데 승재가 떡을 정성스럽게 만든 이유가 엄마에게 가져다주고 싶어서였다니, 감동이네요. 우리 승재 안에 이런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니 말이에요. 다음에는 꼭 아내와 함께 셋이서 체험을 하고 싶어요."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더 어울리는 오성곤 대리 가족. 이들에게 모든 순간은 소중한 추억으로 쌓여 간다. 바람떡을 먹을 때 소원을 빌면 바람이 새어 나와 소원을 들어준다고 승재에게 살짝 귀띔해줬더니 승재는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빌면서 바람떡을 앙~하고 깨물었다. 승재의 소원은 이뤄질까? 알록달록 보드라운 바람떡에 담긴 승재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