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2

기후위기 해결은
에너지 전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저자

writer임영현

photographer전예영

2014년 북극의 온난화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해
학계의 주목을 받은 기후과학자이자 극지전문가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를 만났다.
2021년 6월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를 펴낸 김백민 교수는
“어떻게 보면 기후위기는 지구가 우리한테 주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누구인가?
지구온난화를 둘러싸고 극과 극의 주장들이 존재합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6℃ 상승하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이 있는가 하면, BBC 다큐멘터리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 사기극’처럼 지구온난화가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콘텐츠들도 있습니다. 어느 주장을 믿어야할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 280ppm이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6ppm입니다. 최근 200년도 안 되는 구간에서 급격히 치솟은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추이는 지구에 새로운 이산화탄소 공급원이 등장했음을 강하게 암시합니다. 바닷속 산호의 탄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보면 무거운 탄소인 13C의 비율이 산업혁명 이후 서서히 줄어들다가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인간임을 말해줍니다. 책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인간이라는 대전제 하에 기후위기가 얼마나 우리에게 위험한 것인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지구에 바다가 있어 다행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약 1℃ 올랐습니다. 어쩌면 ‘고작’ 1℃ 상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구 온도가 1℃ 올랐다는 건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이 15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초에 4개씩 폭발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습니다.
만약 지구에 바다가 없었더라면 1℃가 아닌 약 100℃ 상승했을 겁니다. ‘거대한 물탱크’인 바다가 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어요. 인간 활동이 초래한 온실효과로 열에너지가 생산되면 93%는 바다를 덥히는 데 사용되고, 5%는 빙하를 녹이거나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데 사용됩니다. 나머지 2%만이 지구 표면의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돼요.
바다는 이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요? 바닷속 에너지는 서서히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어요. 그래서 당장 내일 온실기체 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구 온도는 서서히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실효과만으로는 지구 온도 1℃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
학교에서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가 더워진다고 배웠을 겁니다. 그러나 온실효과만으로는 지구가 이렇게까지 뜨거워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정말 중요한 개념은 지구의 증폭작용입니다. 극 지역의 얼음이 녹으면 햇빛을 덜 반사하고,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합니다.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면 지구가 더 뜨거워지고, 얼음이 더 녹겠죠. 또 낮은 구름은 햇빛을 반사해서 온난화의 폭을 줄여주는 음의 증폭작용을 하지만, 높은 구름은 온실효과를 발휘합니다. 형성되는 고도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증폭작용을 해요.
지구상에는 다양한 증폭작용과 온도를 하강시키는 프로세스가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어 미래에 얼마나 강하게 온난화 증폭작용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상하기란 인간 능력 밖의 일입니다.
과학기술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책 표지를 보면 ‘답’ 앞에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저는 지구를 위한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올바른 답은 무엇일까요? 과학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겠지만, 과학기술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를 과학기술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거대한 지하세계를 건설해 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온실기체 감축에 집중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이 지구온난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이뤄져야 합니다. 부자인 사람과 가난한 사람 중에서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사람은 부자입니다. 부의 불균형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지만 우리가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보다 더 큰 프레임에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
화석연료의 시대는 종말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석유보다 더 좋은 에너지들이 속속 등장했고요. 기후위기 극복과 국가적 에너지 대전환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새로운 에너지 혁명 시대에 살아남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에너지 전환에 사용되는 에너지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가 아니라, 탈석탄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기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전기를 저장하는 데 유용한 수소 연료전지 등 저장 인프라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설비를 무한정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에요. 이들 에너지는 체력이 허약하기 때문이죠. 구름이 끼거나 비가 많이 온다면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없고,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풍력 발전을 할 수 없어요.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확대를 통한 전기 저장소와 전기에너지의 지능적인 분배, 그리고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기 위한 중간 단계를 버텨낼 수 있는 보완 에너지에 대한 고려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텀블러를 쓰고, 일주일에 한 번은 육류를 먹지 않는 노력이 기후위기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요.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우리가 지구를 구할 수 없어요.
한 학생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개인별 탄소 배출량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텀블러를 사용해서 탄소 발생을 조금이라도 줄인 노력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부자들이 배출하는 탄소가 더 많음이 드러나죠. 이들에게 탄소세를 내거나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부의 불균형을 줄이고 진정한 의미의 기후위기 극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현 상황에서 개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아마 10년 후 내연기관 자동차는 거의 퇴출될 테죠. ESG 펀드처럼 친환경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죠.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면, 결국은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한 답을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인쇄 URL 복사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