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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두려움을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글 기록디자이너 윤슬(<마인드(MIND)> 저자)]

얼마 전 신문에서 연말과 새해를 준비하며 ‘새해 결심’ 상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인지 조금씩 일상으로의 복귀와 함께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단단해 보인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홈트(홈트레이닝)를 하거나 헬스장에 등록한 사람, 해외여행을 준비하며 외국어 공부를 다시 하려는 사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자기계발과 재테크 서적을 주문한 사람, 취미가 비슷한 사람이 모여 있는 단체에 새롭게 등록하는 사람까지 방식은 다양하지만 목표를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반면 새해 결심과 무관하게 끈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 ‘할 수 있어!’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새해 결심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걸까?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회복하고, 마음을 다져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가장 먼저 고민해 봐야 하는 단어가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자신감 회복은 물론, 작은 시작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첫째, 두려움을 밝혀내자!

‘두려움’의 정체를 분명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려움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두려움을 여러 감정 중의 하나로 ‘언제든 생겨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이해부터 필요하다. 생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거나 불안 요소를 감지한 것에서 생겨나는 두려움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두려움이 느껴졌을 때, “왜 이런 두려움을 느끼지?”라고 걱정할 게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할 때 ‘두려운데...’라는 감정은 생겨날 수 있다. 다만,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까지 함께 살펴보자는 것이다. 즉 두려움이라는 감정 속에 숨어있는 진짜 속마음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한 게 더 좋은데…’
‘낯선 사람은 불편한데…’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잖아…’
‘창피를 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지…’

두려움 뒤에 숨어있는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두려움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겠다는 생각,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면, 그때부터 두려움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대상이 아니라 실재적이며 현실적인 대상이 된다. 즉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생겨난 순간, 가장 해야 할 일은 관찰이다. 두려움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둘째, 두려움을 이해하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려움의 일등공신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창의적인 방향으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도 상상력은 힘을 아끼지 않는다. 두려움이 생겨났다는 것은 곧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순간 안정감을 되찾기 위해 누구든 상상력을 발동한다. 그런데 문제는 상상력이 긍정적인 것을 상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을 더 자주, 쉽게 떠올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비슷한 생각을 반복적으로 상상하다 보면 처음에는 ‘그럴 것 같아’라고 사소하게 시작한 걱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면서 ‘최악은 피해야 하는데!’라는 방향으로 생각이 모아지게 된다. 두려움을 소화시키는 과정은 비슷하다. 생각과 감정이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두려움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사람은 없다. 모든 시작이 두려운 것처럼 두려움이 찾아오면 누구든 멈칫거리게 되어 있다. 다만 두려움 이후에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만들어질 뿐이다. 불안정한 상태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 두려움이 왔구나!’라고 알아차린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함께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이 있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기억하자.

‘이럴 것 같은데…’
‘이렇게 될 것 같은데…’
‘만약 뜻대로 되지 않으면…’
‘중간에 그만두면 다른 사람들이 웃을 텐데…’
셋째,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자!

꾸준하게 다이어리를 써오고 있다. 처음에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이제는 시간 관리를 통해 인생을 관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써오고 있다. 12월을 맞이하여 다이어리를 새롭게 정비했다. 종이 원단으로 된 표지를 주문하여 다이어리에 새 옷을 입혀주었다. 그런 다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을 응원하며, 마리 퀴리의 문장을 옮겨 적었다. 언제든 두려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순간 두려움의 정체를 밝혀내고 잘 소화시켜 흘려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에 두려워할 것은 없다.
이해해야 할 것만 있을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더 많은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마리 퀴리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새해 결심’처럼 새로운 시작을 희망하는 마음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보다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했는지, 과정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작심삼일의 아픈 기억을 억누르고 재시도를 했지만, 일주일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패라고 정의 내리지 말아야 한다. 삼일밖에 성공하지 못하던 사람이 나흘, 닷새를 채웠다면 그 과정에 대한 평가를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익숙한 환경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다녀온 날 조금 더 친근하게 행동하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곳에 발을 디뎠다는 것에 대한 평가부터 먼저 해주어야 한다. 경험보다 경험에 대한 재구성이 더 중요하다. 두려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왜 그런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는지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하나씩 두려움을 이해하고 나면, 두려움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잊지 말자. 우리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다정하고 호의적일 필요가 있다.

생각은 스스로 자라지 못한다.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도 못한다.
오로지 당신이 넣어준 것만 받아먹을 뿐이다.
스스로 디자인할 줄도 모른다.
마치 아이처럼 당신이 만들어주는 공간,
당신이 보여준 세계를 먹고 자란다.
당신은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당신의 생각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빠진 것이 있으면 보충하는 일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생각을 원망할 일이 아니다.
생각은 당신을 따른다.
<마인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