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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가 사라졌다
악수 없는 인사
코로나19를 겪으며 보편적인 인사법으로 사용하던 악수가 자취를 감췄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다시는 악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악수의 ‘종말’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으나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악수를 찾아보기는 힘들 듯하다. 대신 인사할 때 미소와 눈맞춤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글 편집실]
‘해칠 의도 없음을 보여줬던’ 악수
악수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악수는 자신의 손에 무기가 없고, 상대방을 해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는 표시였다. 악수를 인사법으로 쓰지 않는 문화권도 있지만 비즈니스·외교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악수가 통용됐다. 역사적 순간은 악수로 기억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부터 주요 일정이 생중계됐다. 때로 악수는 국가 정상 간 만남에서 기선 제압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은 다양한 악수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는데, 백악관을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악수를 제의했으나 이를 거절해 메르켈 총리가 취재진 앞에서 체면을 구기게 만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G20 정상회의에서 악수를 먼저 청한 그에게 성의 없어 보이는 잠깐의 악수로 응대해 그때 당한 수모를 되갚아줬다. 한편,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유난히 긴 ‘19초 악수’를 해 정상회담보다 악수가 더 회자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악수는 생화학무기를 내미는 행위”
2020년 3월, 1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초로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선수들 간의 악수가 사라졌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이날 선수들은 눈 인사로 페어플레이 악수를 대신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감염병 예방 수칙의 가장 기본으로 30초 이상 손 씻기가 강조되면서 이제 악수는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기피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인간의 손에는 6만 마리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살고 있다. 3시간 동안 손을 씻지 않는다면 1시간 후 64마리, 2시간 후 4,096마리, 3시간 후 26만 마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악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지난해 영국 BBC는 “악수는 생화학무기를 내미는 행위”라고 강력히 보도하기도 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4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수의 ‘종말’을 전망하기도 했다.
신체 접촉 없는 안전한 인사의 등장
악수 대신 팔꿈치를 서로 살짝 부딪히는 팔꿈치 인사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양손바닥을 가슴 앞에 모으는 인도 문화권의 나마스떼(Namaste), 태국의 와이(Wai) 인사법, 고개 숙여 인사하기, 잠비아의 손 모아 2번 박수치기 등 신체 접촉 없는 인사법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인사법으로 떠올랐다. 미국 인디언 라코타족은 의도적으로 신체 접촉을 피하며 경의를 표한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통 인사법인 공수(拱手)가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악수가 과연 우리 인류 역사에서 사라질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신체 접촉없는 인사법과 함께 미소와 눈 맞춤은 계속해서 중요해질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밝은 표정은 드러난다. 악수 없이도 미소와 눈 맞춤으로 상대방을 충분히 환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