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愛온도
'새로 고침' 하니 그새 또 새로운 소식이 올라와있다. 꾸준히 구독만 해도 세계 스타트업 동향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법한 정보들이 스크롤을 내려도 계속 차고 올라온다. 스스로 '호기심 많은 관찰자'라 소개하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그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는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결 같이 꾸준하고, 일관되다. 그가 이끌고 있는 센터도 이와 닮았다. 누군가의 기발함, 어떤 이의 뜨거운 열정이 '쓸모'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그 뒷이야기는 또다시 소셜미디어에 업데이트한다. 연결의 힘이란 생각보다 거대하다.
[글 김승희 사진 이승헌]
임정욱 센터장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디지털조선일보 디지털기획부장, 조선일보 일본어판을 운영하는 조선일보JNS 대표 등을 거쳤다.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 서비스지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서비스혁신본부장, 글로벌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2009년 3월 미국 라이코스 CEO로 부임해 미국 회사의 구조조정과 흑자 전환, 매각, 이스라엘과 인도 본사와의 협업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실리콘밸리로 이주, 다음의 스타트업 투자 일을 했다. 2013년 말 한국으로 돌아와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가 주도해 만든 비영리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센터장을 맡아 현재까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 Q
-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 A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행사나 교육이 활동의 주를 이룹니다. 1년에 80건이 넘는 행사를 여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스타트업 2개 팀씩을 소개하는 '테헤란로 커피클럽'이 있고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창업자를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실리콘밸리 한국인', 벤처캐피털 대표들의 모임인 '펀딩클럽'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련 투자자, 정부 관계자, 학계 종사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스타트업 성장에 보탬이 될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 교류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도 해마다 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에 소개하는 '재팬부트클럽', '비엔나 스타트업 패키지'도 진행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Q
- 경제부 기자부터 글로벌 검색엔진 업체 CEO까지 경력이 꽤 화려하신데요. 각각의 활동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타트업'이라는 연결고리가 보입니다.
- A
- 기자시절부터 약 25년 간 벤처기업들을 지켜봐왔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직접 경험해볼 기회가 자주 있었기에 누구보다 스타트업의 다양한 환경을 많이 접한 편이긴 해요.
- Q
-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같은 협력네트워크가 왜 필요한 건가요?
- A
- 앞서간 사람들로부터 도움말도 들어야 하고, 때에 따라 공동창업자나 직원도 찾아야 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도 받아야 하고, 판로를 넓히고 해외 투자자를 확보해야 하는 등 스타트업은 협력하지 않으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는 성격을 지녔어요.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는 국가는 관련 행사장만 가더라도 비슷한 열정을 가진 동료들을 만날 수 있고 뜻밖의 도움도 받을 수 있죠. 이렇듯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허브 역할을 해주는 곳이 필요한데, 다행히도 지난 6~7년 전부터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우리를 비롯해 다양한 허브가 자리를 잡았어요. 그 덕에 굉장히 좋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했죠.
- Q
- 테헤란로가 스타트업 허브의 중심지네요.
- A
-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인재와 투자자, 시장이 필요한데, 테헤란로는 이 3가지 요소를 한 데 모을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요. 교통의 요지로 수많은 기업이 몰려 있어 좋은 인재를 뽑기에 용이하고, 벤처캐피탈이 가장 많이 집중돼 있는 곳 또한 강남 지역이라 미팅을 진행하기에도 편하죠. 서로의 시장이 돼줄 수 있는 회사들이 모여 있고, 높은 구매력과 새로운 것을 주저하지 않는 얼리어덥터들이 가장 많이 살며 일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에요. 실리콘밸리와 아주 흡사해요.
- Q
- 며칠 전에도 실리콘밸리에 다녀오셨다면서요.
- A
-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 세계의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죠. 실리콘밸리는 계속 뜨거웠어요. 지난 10년 간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세를 기록한 데에는 실리콘밸리의 힘이 컸어요. 우버나 에어비엔비, 넷플릭스, 구글, 애플, 유튜브 같은 스타트업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잖아요. 전 세계 인재들이 몰리니 실리콘밸리에서만 100개가 넘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스타트업 기업을 일컫는 말)이 탄생한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죠.
- Q
- 온라인 상에서는 '에스티마'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시다고요?
- A
-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제가 쓴 책 제목처럼 '호기심 많은 관찰자'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좋은 정보들을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이러한 교류를 통해 저도 새로운 걸 알게 되고 새로운 사람도 많이 알게 됐어요. 지난 10여 년 간 정보를 나누며 가장 많은 덕을 본 사람은 아마도 제가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제 소셜미디어를 통해 멕시코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오면, 우리 센터에 초대해 멕시코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지 강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요. 그러면 멕시코 지역에 관심 있는 투자자도 참석해서 강연을 듣곤 그 자리에서 투자를 결정하기도 해요. 별 거 아닌 것 같은 작은 연결을 통해 이런 성과들을 비일비재하게 이끌어냈어요.
- Q
- 우리나라에도 유니콘 기업이 10개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A
- 세계 6위라고 이야기하는데, 순위로 따질 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규모에 비해 많은 건 사실이에요. 요즘 경제가 나쁘다고들 하잖아요. 물론 틀린 얘긴 아니지만 스타트업 세계는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또 성장하고 있어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은 전통 산업을 했던, 아날로그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에요.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회식 문화가 점점 사라지니외식업계는 어렵지만, 이런 변화는 어떤 의미에서는 기회예요. 회식 대신 퇴근 이후 사람들은 공부나 취미활동, 모임 등을 즐기잖아요. 그와 관계된 분야 회사들은 지금도 큰 투자를 받아서 확장하고 있어요. 모바일 금융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에게 토스나 카카오페이의 성장이 보일 리 없죠. 이용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은행이 어려워서 불황이라고 여기지만, 시장이 필연적으로 다른 방향으로가고 있어요. 기성세대나 기업도 그 흐름을 잘 보는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필요한 시대라고 봅니다.
- Q
-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A
- 단순해요. 큰 시장을 겨냥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음식배달은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큰 시장이잖아요. 큰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가, 그시장에서 원하는 문제를 풀고 있는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는가, 이게 유니콘의 조건이에요. 요즘 같은 때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시기예요. 아이러니하죠.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큰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고 있어요. 스타트업은 그들에게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죠.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에 투자한 뒤 세상은 손정의가 마윈을 살렸다고 평하지만, 실은 알리바바의 성공으로 소프트뱅크가 거둬들인 이익이 막대했어요.
- Q
- 한국가스공사도 최근 창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빅데이터·인공지능스타트업 경진대회'를 개최했는데요. 이렇듯 공공기관의 스타트업지원이 갖는 의의를 짚어주시자면요?
- A
- 혁신을 내부에서 모두 이룰 수 없는 세상이 됐어요. 외부 혁신가들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협업해서 시너지를 올려야할 때죠. 현재 웬만한 대기업이나 공기업들도 외부의 혁신을 내부로 갖고 오는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어요. 에너지 분야에서도 충전 등 인프라에 변화가 일고있는 시점에서 가스공사도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시도들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Q
- 2020년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 A
- 앞으로도 변함없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것입니다. 현재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국회를 방문해 보좌관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이러한 교육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갈 계획이에요. 아울러 어떻게 하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어요. 미래는 스타트업에 달렸습니다. 멋진 신세계를 펼치기 위한 안팎으로의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임정욱 센터장의 추천작
도서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 저자 : 장병규
- 출판사 : 넥서스 BIZ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 중 한 명이기도 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쓴 스타트업 입문서. 가족에게 설명하듯 스타트업의 정의에서부터 창업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책이다.
미드 [실리콘밸리]
- 출연 : 토마스 미들디치, T. J. 밀러
미국 HBO에서 방영한,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파이드 파이퍼'라는 가상의 스타트업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블랙유머가 넘치는데, 너무 리얼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는 인기작이다. 스타트업의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도서 [슈독]
- 저자 : 필 나이트
- 출판사 : 사회평론
육상선수를 꿈꾸던 평범한 청년이 어떻게 일본에서 운동화를 수입해 팔기 시작하고 나이키라는 스포츠용품 글로벌기업을 만들게 됐는지 그 여정을 흥미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필 나이트의 자서전. 가슴 뛰는 생생한 창업스토리를 접하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