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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이 아이로부터 온다는 것을. 엄마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자원기술처 지질지구물리부 이지연 과장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끝없이 사랑을 주는 친정엄마와 세상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은 딸서원이와 함께 특별한 외출에 나섰다.

[글 양지예 사진 김재이]



워킹맘의 육아일기

요즘 워킹맘에게 육아 필수품은 바로 '친정엄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이를 믿고 편하게 맡길 수 있는 곳이 친정엄마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괜한 짜증과 애꿎은 투정까지 모두 받아주는 편안한 존재가 바로 친정엄마가 아닐까. 이지연 과장에게도 엄마는 그런 존재다. "제가 출산하고 6개월 만에 회사에 복직했어요. 서원이가 지금 네살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고 계신거죠. 항상 죄송하고 감사해요." 이지연 과장은, 딸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손녀의 양육을 도와주시는 친정엄마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엄마 없이도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딸 서원이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오늘의 외출을 준비했다. 혹여나 친정엄마가 따라나서지 않을까봐 허락도 안 받고 무작정 먼저 체험을 신청했다. "아이 챙기기도 바쁜데 저까지 신경 쓸까봐 안 나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딸이 부탁하는 일이기도 하고, 할머니가 더 늙기 전에 서원이와도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싶어서 함께 왔습니다." 언제나자기 자신보다 딸과 손녀가 먼저인 친정엄마다. 서원이는 양손에 각각 엄마 손,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공방에 진열된 갖가지 예쁜 캔들을 구경했다. 다채로운 모양에 눈이 번쩍 띄어 이것도 만들고 싶고 저것도 만들고 싶다며 오늘 체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다.

"오늘은 할머니랑 엄마랑 젤 캔들을 만들 거예요. 서원이는 꽃으로 만들고 싶어요? 바다 모양으로 꾸미고 싶어요?" 강사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서원이는 '꽃'이라고 대답하며, "엄마는 바다로하고 할머니는 나랑 똑같이 꽃 해요"라면서 엄마와 할머니 모양까지 정해준다. 똑 부러지는 서원이의 대답에 할머니는 그저 대견하고 흐뭇한 표정이다. "서원이가 정말 똑똑해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육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영특하고 사랑스러운 서원이를 보면 힘든 것도 싹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꽃과 바다가 유리컵에 퐁당!

서원이를 중심으로 할머니와 엄마가 양쪽에 앉아 젤 캔들 만들기를 준비했다. 서원이뿐 아니라 할머니와 엄마도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설레는 표정이다. "이렇게 엄마까지 모시고 외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제가 일할 때는 엄마가 계속 서원이를 봐주시니까 주말에는 엄마도 쉬셔야 한다는 생각에 될 수 있으면 친정에도 잘 안 가거든요. 그래서 셋이 함께 외출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는데, 엄마랑 서원이가 모두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가끔 이런 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첫 경험에 약간 얼어 있던 서원이가 긴장이 풀렸는지 빨리 시작하자며 재촉했다. 유리컵을 캔들 용기 삼아 내부를 장식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 꽃을 선택한 할머니와 서원이는 강사가 건네는 드라이플라워 중 마음에 드는 꽃을 선택하고, 바다 모양을 선택한이지연 과장은 자갈, 조개, 소라, 미니어처, 피겨 등 다양한 재료 중 장식하고 싶은 소품을 선택해 용기를 채워주는 것이다.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 안개꽃과 화려하게 피어난 꽃, 푸르른 잎 등 아름다운 드라이플라워가 마음에 드는지 서원이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것저것 골라 용기를 채우던 서원이가 할머니에게도 가장 예쁜 꽃을 골라준다. 예쁜 게 너무 많아 욕심을 부리다보니 어느새 서원이의 유리컵이 꽃으로 가득 찼다.

"서원이는 저보다 할머니를 더 많이 닮았어요. 저희 엄마가 조금 꼼꼼하신 편인데 서원이가 그래요. 아직 어리지만 어린이집에서 오면 신발 정리도 스스로 하고 정리정돈도 잘 하는 편이에요. 뭐든 완벽하게 하려는 성격도 할머니랑 똑같죠. 그래도 아직 어려서 오늘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대견하네요." 붕어빵처럼 똑 닮은 할머니와 손녀가 서로 고르고 골라주며 함께장식을 완성하는 동안, 이지연 과장도 푸른 바닷속 풍광을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소품으로 아름답게 꾸며 완성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서원이는 어떤 향이 좋아요?" 초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방향제로 더욱 많이 활용되는 젤 캔들에 향을 입히기 위해 향기를 선택할 차례다. 할머니는 너무 많은 향료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는 서원이에게 베이비파우더 향을 추천하며 살뜰히 챙겼다. "서원이를 챙기는 것처럼 엄마는 제가 어릴 때도 뭐든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항상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열혈 엄마셨어요. 그래서 한 번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자란 것 같아요." 이지연 과장이 항상 과분한 사랑을 주었던 친정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자, 친정엄마는 오히려 예전 기억을 꺼내놓으며 딸 칭찬을 늘어놓았다.

"우리 지연이는 공부도 잘하고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는 착한 딸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상을 받아온 적이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지연이 행실을 보면 엄마가 어떤 분인 줄 알겠다면서 콕 집어서 표창장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내가 아이들을 잘 키웠구나, 보람있었죠." 효녀에 똑똑해서 항상 집안의 자랑이었던 막내딸이 어느새 자라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것을 보면 친정엄마는 기쁘고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간혹 서원이가 아플 때 아이를 떼놓고 출근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가 있어서 든든해요. 계속 도움만 받고 있으니까 딸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죠. 저보다 서원이를 더 잘 보살펴 주시는 친정엄마 덕분에 제가 여느 워킹맘과 다르게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약한 불에 올려놓은 덩어리진 젤 왁스가 액체 상태로 녹았다. 이제 녹인 젤 왁스에 각자 선택한 향을 첨가한 후 막대로 저어 섞어줄 차례다. 너무 느리게 저으면 왁스가 다시 젤리처럼 굳기 때문에 빠르게 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서원이가 야무지게 손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디스플레이한 유리컵에 향료를 섞은 젤을 붓고 염료를 추가해 원하는 색을 입혀 굳히면 드디어 젤 캔들이 완성된다. 서원이는 염료를 붓자 핑크색으로 물드는 젤 캔들이 신기한지 눈이 휘둥그레져 바라보았다.

"정말 예뻐요. 내일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이랑 선생님한테 자랑할 거예요."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는 서원이의 모습에 엄마와 할머니도 기쁘기 그지없다. 오늘의 특별한 나들이가 가족들에게 영원히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