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로 무장한 절의 풍경
<합천 해인사>
합천 해인사를 ‘팔만대장경’으로만 떠올린다면, 역사책 속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가을에 이곳을 찾으면 완전히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야산에 위치한 덕분에 단풍 옷으로 갈아입기 때문. 새빨갛게 익은 색부터, 태양을 닮은 주홍색, 고운 노란색 등 이곳의 단풍은 한 그루 한 그루 색이 모두 달라서 마치 수채화같은 그림을 그린다. 먼 곳에 시선을 두면 가야산의 능선과 해인사의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가까운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단풍과 단청의 조합이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바람의 숨결을 담은 풍경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남녀노소 즐거운 가을 여행
<광주 화담숲>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화담숲은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곳이다. 특히 단풍이 예쁘기로 유명해, 축제가 시작되는 10월부터 11월 사이에 늘 인파로 뒤덮인다. 화담숲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을 필수로 해야 하는데, 축제 시즌에는 아이돌 티켓팅 못지않게 예약이 어려우니 미리 서두르는 것이 좋다. 화담숲에는 모노레일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래 걷기 어려운 어린이나 노인은 물론, 색다른 방식으로 가을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 맞춤. 화담숲 곳곳에 숨은 스탬프를 모으면 매표소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고 하니 소소한 재미도 꼭 챙겨볼 것.
가을에 흠뻑 젖어 드는 시간
<경주 운곡서원>
운곡서원은 매년 음력 3월 향사를 지낼 때를 제외하면 일반인에게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이면 이곳은 사람들로 붐빈다. 담장 밖 가을 정취 때문이다. 운곡서원 마당 한가운데 400년 된 은행나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그 위용이 실로 대단하다. 오랜 세월이 펼쳐낸 그림 같은 풍경에 가을이면 방문객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서원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다니기에 뚜벅이 여행객들에게도 인기 만점. 선선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은행 비가 머리 위로 쏟아지고 발아래로 수북하게 쌓인 은행잎은 마치 눈을 밟는 기분이 든다.
사랑이 만들어낸 정취
<홍천 은행나무숲>
은행나무 2천여 그루가 길게 늘어진 장관을 볼 수 있는 강원도 홍천의 은행나무숲은 가을 여행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유지인 탓에 1985년 이래로 한 번도 개방한 적 없던 곳이 가을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2010년부터는 10월 딱 한 달간만 무료로 개방을 하고 있다. 지천에 널린 가을빛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도로변에 장터가 열려 홍천의 명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사실 이곳은 아픈 아내를 위해 남편이 은행나무를 한 그루씩 심던 게 지금의 숲을 이뤘다고 하는데,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 담겨서인지 더욱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일 년에 딱 한 달, 이토록 아름다운 광경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