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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슬기로운
쓰레기 생활
[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저자]
인간이 초래한 생태파괴로 인해서 6번째 생물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먼 훗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층을 조사하면 대규모 생물멸종의 흔적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파울 크뤼천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대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인류세라는 말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생태환경 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인간에 의해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가 존재론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류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언제부터는 기후위기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기후재앙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이 1.2도 상승했는데,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 억제 목표 1.5도에 겨우 0.3도 남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줄여야 한다. 앞으로 10년 이내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내심 절망적인 상황이다.
2030년까지 매년 전년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8%씩 줄여나가야 한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실가스가 약 8% 정도 감소했을 것으로 본다. 2030년까지 매년 코로나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을 견뎌야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플라스틱 문제는 또 어떤가? 1950년 겨우 2백만 톤에 불과한 플라스틱 소비량은 현재 약 4억 톤으로 2백배 증가했는데, 이 상태로 가면 2050년에는 10억 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100년 만에 사용량이 5백배가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 60억 톤 가량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했는데, 이 중 단 9%만이 재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선진국의 플라스틱 실질 재활용률은 25% 내외에 불과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는 소각되거나 매립되거나 불법투기 되고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매년 바다로 들어가는 쓰레기의 양이 11백만 톤인데, 2040년쯤에는 3천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바다에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1억 5천만 톤인데, 2040년쯤에는 6억 5천만 톤으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서 온 세상에 미세플라스틱이 뿌려진 상태다. 강과 바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다. 일주일 평균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평균 5그램,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라고 한다. 연간 칫솔 12개를 먹는 셈이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서 인간이 점점 플라스틱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경제성장으로 인해 1인당 소비수준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도시화의 진전과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서 인간의 소비와 쓰레기 발생량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자원채굴로 인해 지구 곳곳에 생채기가 나고 있고,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바다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로맹 가리의 말처럼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는 것은 우리 문명의 어딘가 고장이 났다는 명백한 신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절망도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간이 지구에 해만 끼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기후 우울증이 생겼다고 하는데, 요즘은 여기에 더해 쓰레기 우울증까지 추가되었다. 집안에 쌓여만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서 세상이 쓰레기로 덮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쓰레기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는 제비족이라는 신인류가 생기고 있다. 제비란 제로 웨이스트와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비건)들을 일컫는 말인데, 최근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특히 반갑다. 제비란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현대문명의 낭비적인 소비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다. 매장으로 용기를 들고 가서 필요한 것을 구매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천연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밀랍 랩 등 플라스틱이 없는 소비를 지향한다. 이와 같은 개인적 실천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플라스틱 스팸 뚜껑, 우유팩에 부착된 빨대, 재활용되지 않는 화장품 용기 등을 사용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주류에서 벗어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차츰 모여 뚜렷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소비를 지향하느라 외로웠던 청년들이 거점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차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서울에서 제로 웨이스트 매장과 비건 카페를 같이 하고 있는 분에게 왜 사업을 시작했느냐고 물으니 외로워서라고 답을 했다. 사업을 하고나서 제일 좋은 게 무엇인지 물으니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매일 만날 수 있어서라고 했다.
알맹상점의 제로 웨이스트 지도를 보면 전국에 약 100여 곳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무포장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제로 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를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아모레퍼시픽도 화장품 리필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고, 대형 매장 내에서도 리필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EU에서도 10개국 268곳의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2030년까지 제로 웨이스트 매장의 매출규모가 35억 유로(약 5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까지 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매장 한 곳당 연간 1톤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포장재 없는 매장을 넘어서 다회용기로 배달음식을 이용하거나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인프라도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스타벅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도 매장에서 다회용기에 보증금을 붙여 테이크아웃하는 실험을 하는데 부디 실험에 성공해서 전국 매장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경기도에서도 화성 동탄 신도시 지역에서 다회용기로 배달하는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반가운 일이다. 배달의 민족 등 온라인 배달플랫폼 시장의 주류도 이 흐름에 동참해서 다회용기로 배달하는 모델이 하루빨리 시장에 자리 잡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는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 자원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많이 배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재활용품으로 착각해서 버리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비닐로 코팅된 종이, 기름종이, 종이호일, 영수증, 택배 배송장 종이, 음식물로 심하게 오염된 것은 종이로 배출하면 안 된다.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비닐로 코팅되었는지 여부는 손으로 찢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염색된 종이도 재활용이 어려운데, 손으로 찢었을 때 하얀 종이가 보이면 분리배출, 속까지 염색이 되어 있으면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종이컵, 컵라면 용기, 아이스크림 용기, 감자칩통 등은 모두 비닐로 코팅된 것들이다. 비닐코팅된 종이용기 중 재활용을 하고 있는 것은 종이팩이 유일한데, 종이팩도 폐지와는 분리해서 따로 모아야 한다. 종이팩 분리수거 용기가 없을 경우에는 주민센터나 생협매장으로 가져가면 된다.
유리는 내열유리와 크리스털유리, 거울, 깨진 유리는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내열유리 중 대표적인 것은 유리냄비와 뚜껑이다. 유리보관식기는 회사별로 재질이 다양한데, 전자렌지에 돌려도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제품은 내열유리일 가능성이 높다. 스티로폼 중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은 과일을 싼 것이나 스펀지 느낌이 나는 포장재다. 스티로폼과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색깔이 들어간 스티로폼도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국물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컵라면 용기나 접시 등이 대표적이다. 색깔이 들어간 것은 재생원료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활용 업체에서 반입을 거부한다.
부피가 아주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장에서 재질별 선별이 어렵기 때문에 따로 모으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빨대나 수저, 볼펜, 장난감, 배달음식 중 소스용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멜라민 수지나 실리콘 수지 등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재질이기 때문에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일회용 라이터는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절대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배달용기 비닐랩은 PVC재질이기 때문에 절대 비닐류로 배출하면 안 된다. 비닐 재활용을 방해한다. 반면 양파망은 쓰레기로 착각하기 쉬운데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품목별로 따지면 한이 없는데, 헷갈리는 품목에 대한 분리배출 정보는 ‘내손안의 분리배출’이라는 앱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분리배출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비우고 헹궈서 깨끗하게 배출하는 것이다. 깨끗하게 버려야 선별장에 일하시는 분들의 위생환경이 확보되고 좋은 재생원료를 만들 수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 우리의 모든 소비는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소비를 멈출 수 없다면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 지구에 주는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고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슬기로운 쓰레기 생활,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