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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愛온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세계적으로 거세다. 하지만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편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격리 해제된 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어떻게 이 새로운 바이러스를 이겨냈을까? 우리몸을 스스로 방어하는 면역력 덕분이다. 기초 면역 체계는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강화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영양을 보충하는 것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잠이다. 사업 부침을 겪으며 찾아온 불면증 때문에 잠의 중요성을 몸소 체득해 이제는 수면 전문가로 활동하며 잠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네이처슬립연구소 황병일 대표를 만났다.
[글 김승희 사진 김지원]



수면 전문가 황병일

국내 최초 메모리폼 베개 개발자이자 트윈세이버 까르마, 네이처슬립 창업자로 한국수면산업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며 국내 유명 백화점에 내셔널 수면전문 브랜드 까르마 CALMA를 런칭했다. 한때 사업에 부침을 겪으며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를 계기로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구와 제품 개발에 더욱 몰두했다. 단순히 침구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 친화적 수면사업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고객과 소통하며 수면 강의와 수면 코칭을 진행하는 한편, 매일경제 칼럼니스트로 '황병일 수면칼럼'을 연재 중이다. 펴낸 책으로는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베개 하나로 돈방석에 앉은 남자》《우리에게 잠자는 8시간이 있다》 등이 있다.

  • Q
  • 수면 전문가는 좀 생소한데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A
  • 20여 년 전부터 메모리폼 소재의 침구를 만들면서 수면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어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더 적합한 수면 도구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어 교수나 학자, 연구자 등과도 교류하고, 고객분들과의 꾸준한 상담을 진행해오면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쌓았죠. 알면 알수록 잠이 얼마나 사람에게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수면 관련 책도 펴냈고, 수면 칼럼도 매체에 꾸준히 연재하다 보니 어느새 자타공인 수면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 Q
  • 우리나라 최초로 메모리폼 베개를 만들어 사업에 성공하신 걸로 유명하신데요. 그 전에 잠 못 이룰 일들을 많이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A
  • 서른 살에 창업했는데 사업이 순탄치 않았어요. 그러다 크게 위기를 겪게 된 시기가 IMF 때였죠.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대표에서 해임되는 등 많은 일을 겪었어요. 어마어마한 빚더미 속에서 6개월 정도 극심한 불면증을 앓았어요. 수면 부족이 계속되다 보니 일단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분별력이 흐려지더라고요. 신경이 날카로우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주 짜증을 냈어요. 졸음운전도 문제였지만 더 두려웠던 건 깊어진 우울증이었습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 Q
  • 메모리폼 베개가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거네요.
  • A
  • 맞아요. 수중에 가진 돈도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대학 때 일본 유학을 준비하며 배운 일본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일본이나 국내의 좋은 물건을 상대 나라에 판매하는 무역상을 꿈꾸며 42만 원만 들고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어요. 기회는 비행기 안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일본항공 기내지를 넘기다가 메모리폼 베개 광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천천히 들어갔다가 다시 모양이 복원되는 메모리폼 소재가 신기했죠. 당시 일본에서는 메모리폼 베개가 태동하던 때여서 무척 고가에 팔리고 있었어요.
    국내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제품이었고요. 1년여의 고생 끝에 개발한 제품을 갖고 홈쇼핑, 백화점 할 것 없이 바이어를 찾아 다녀봤는데, 다들 "처음 보는 소재인데, 무슨 베개가 이렇게 비싸냐"는 반응이었어요. 판로를 찾지 못하고 낙심하다가 '제품을 알아줄 만한 곳으로 가자' 하고 일본 시장 개척에 나섰습니다.

    그곳에서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어요. 당시 일본에서도 메모리폼은 수입해서 들여왔는데, 제가 갖고 간 제품은 기능적으로도 거의 차이가 없는 데다 가격은 더 저렴하니 현장에서 바로 계약이 성사되더라고요. 그렇게 일본 수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다른 나라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21개국으로 수출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500만 불 달성에 이어 이듬해에는 1200만 불을 달성해서 석탑산업훈장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수출길이 열리고 2년 뒤쯤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어요.
  • Q
  • 메모리폼 베개로 단숨에 세계를 제패하셨는데요. 베개가 수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요?
  • A
  • 베개나 이불 같은 침구 환경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체온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숙면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의 체온은 해 뜨는 아침부터 슬슬 올라가 한낮에 정점을 찍고 해가 지는 저녁부터 서서히 내려가면서 잠이 들게 됩니다. 이른바 서캐디언 리듬이라고도 하는데요. 간단히 말해 체온이 높은 상태에서는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어요. 그러니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해요.
  • Q
  • 수면 전문가로서 현대인의 수면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 A
  • 최소 7시간의 수면 시간은 보장돼야 신체가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대에 머물고 있어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면 박탈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여기에는 야근이나 밤 문화, 24시간 영업 등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려운 환경이 한몫합니다. 7~8시간 정도가 적합한 수면시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시간 자체가 짧다는 것은 수면의 질이 낮다는 걸 반증합니다.

  • Q
  • 잠을 잘 잤다는 기준은 뭘까요?
  • A
  •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무리 없이 기분 좋게 일어나 활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물론, 개인마다 차이를 보이죠. 5시간만자고 일어나도 다음날 활동하는 데 무리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8시간 내지 9시간을 자야 푹 잤다고 느끼기도 해요.
  • Q
  • 그럼 어떻게 해야 꿀잠을 잘 수 있나요?
  • A
  • 먼저 낮 동안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요. 낮에 15분 이상 햇빛을 쐐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생성해 푹 잘 수 있으니 낮에 충분히 일광욕을 즐기세요. 또 자신의 카페인 민감도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 전혀 잠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취침 직전에 마셔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람도 있죠. 사람마다 카페인 민감도는 다르므로 자신의 카페인 민감도에 맞춰 커피를 마시는 게 밤에 꿀잠을 잘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스트레칭 등 낮에 적당히 몸을 움직여주는 것도 꿀잠에 도움이 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의자에 앉아있기만 하면 우리 신체는 긴장하게 돼요. 또 골똘히 생각하면 뇌가 일을 하게 되므로 체온이 상승하죠.

    그러므로 밤에 머리 쓰는 일이나 골치 아픈 생각은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아요. 밤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금물이에요. 스마트폰 블루라이트로도 우리 뇌는 깨어있게 됩니다. 뇌가 잠들기 좋은 조건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잠들기 좋은 신체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해요. 잠들기 직전에 음식을 먹게 되면 기능을 천천히 줄이려던 우리 몸이 계속 일을 하게 되지요. 장기가 계속 일을 하게 되면 체온은 올라가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평소의 습관을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고, 꿀잠에 이를 수 있도록 해보세요.

  • Q
  • 수면 교육을 진행하실 때 빠뜨리지 않고 꼭 강조하는 내용이 있으신가요?
  • A
  • 입면시간을 정하라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해요.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평소 우리는 기상시간은 정해놓으면서 잠잘 시간은 정하지 않아요. 그럼 전체적인 수면시간이 들쑥날쑥해져 고른 수면의 질을 유지할 수 없겠죠. 일어나는 시간만큼이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 또한 중요합니다.
  • Q
  • 잠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시자면?
  • A
  • 잠은 회복입니다. 잠을 자지 않고는 어떤 영양제나 보약을 먹어도 우리 몸이 회복되지 않잖아요. 그러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건강을 위해 잠만큼은 양보하지 마세요.
  • Q
  • 끝으로 [KOGAS] 독자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A
  • 요즘 코로나19로 다들 힘드시죠. 이러한 신종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위협적입니다. 최고의 면역 회복 활동은 바로 잠이에요. 잠을 자야 우리 몸이 면역 활동을 시작합니다. 신체의 면역 세포 중 70%가 집중돼 있는 우리 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중도균이 살고 있다고 해요. 유익균은 면역 활동을 활발히 하고 유해균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데, 재미있는 것은 중도균의 역할이에요. 이 중도균은 우세한 쪽에 가서 붙습니다.

    그러니 유익균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잠을 잘 자야 건강을 위협하는 외부환경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킬 수 있어요.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되도록 잠들기 전 숙면을 방해하는 활동이나 요소를 줄이면 질 좋은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모두 '굿잠'으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수면 전문가 황병일 님의 추천작

  • 영화 : [위플래쉬]
  • 감독 : 데이미언 셔젤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음악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앤드류가 엄격한 교슈 플렛처를 만나게 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병일대표는 연주의 세밀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연습하고 도전하는모습에서 젊은 날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지독한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희열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한다.

  • 도서 : [노력론]
  • 저자 : 고다 로한

일본 최고의 자기계발서로 꼽히는 이 책은 1913년 출간 된 이후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황병일 대표는 특히 저자가 제시한 석복(복을 아껴라), 분복(복을 나눠라), 식복(복을 심어라)을 이야기한 '삼복론'을 자신의 삶에도 활용한다고 말한다.

명소 '뉴질랜드 퀸스타운'

뉴질랜드의 남섬 퀸스타운. 이곳은 그림처럼 펼쳐진 대자연의 풍광을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그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 명소다. 멀지 않은 곳에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가 자리한다. 황 대표가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원시림을 바라보며 각국의 인종이 한 데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멋진 곳'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