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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이면 한 해 계획을 세우기 위해 마음부터 분주해진다. 이 부장님 새해 목표는 금연, 박 과장님은 운동, 이 대리는 자격증 취득, 다들 야심 찬 목표를 세우는데 나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올해는 목표는 무엇이 좋을까 고민해본다. 잠깐, 작년 이맘때 세웠던 새해 목표는 얼마나 달성했더라. 운동, 금연, 독서, 자격증 취득과 같은 멋진 목표는 한 번이나 제대로 실행했던가? 지난 한 해 동안 무얼 했나 싶어 작심삼일로 끝난 계획들이 후회로 돌아와 가슴에 박힌다. 곰곰이 되뇌어보면 사실 작년 한 해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다들 지키지 못한 작년 계획과 희망찬 새해 목표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글 유지현 (진화인류학자)]
유지현 (진화인류학자 )
유지현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공인회계사(AICPA)를 취득했다. 포스코 인사부와 현대건설 재정부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학교 인류학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학교 생물인류학 연구실에서 마음과 행동의 진화에 관해 연구 중이다. <비협력자에 대한 처벌과 평판: 처벌의 비싼 신호 보내기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인간의 집단 협력과 처벌의 공진화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인간 보편적 성향인 낙관주의 편향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뤄내지 못한 목표에 자신을 책망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올해도 꿋꿋이 야심 찬 새해 목표를 책상 위에 붙인다. 낙관주의적 편향은 사실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강력한 인지 편향 중 하나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때 긍정적인 사건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부정적인 사건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마음을 낙관주의적 편향이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충분히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 연구들에 따르면 대부분, 약 80% 정도의 사람들이 낙관주의 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낙관주의 편향은 성별, 연령, 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기에 인간의 보편적 성향인 것 같기도 하다. 콘웰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독일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영어, 한국어, 아랍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부터 10만 단어 이상을 조사한 결과, 사람들이 주고받는 언어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편향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해, 지지난해에도 새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올해는 꼭 달성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또다시 희망찬 새해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낙관주의와 건강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올해도 못 지킬 새해 계획은 왜 또 세우느냐고 묻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어차피 못 지킬 계획이라면 애초부터 안 세우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잠시 펜실베니아 대학의 스트런크 교수의 연구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울증 증상이 낮은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낙관주의적 편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약간 우울한 사람들은 아무런 편향이 없고, 우울증 증상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반대로 비관적 편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우울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새해 목표를 세워야 하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새해 소망과 목표 세우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인류의 낙관주의적 편향은 진화적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쥐나 새와 같은 동물들도 낙관적 편향을 보이고 다른 여러 종의 동물들과도 이러한 낙관적 편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낙관적인 편향이 왜 존재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없으면 가벼운 우울증과 불안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는 낙관주의가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낙관주의는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낙관주의자들은 더 오래 살고 건강한 경향이 있다. 런던 대학의 탈리샤롯 교수에 따르면 낙관주의는 적어도 두 가지 방법으로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줄어든다. 낙관주의자들은 면역력도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둘째, 낙관주의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낙관적인 환자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운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회복에 대한 믿음이 환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인류 진화에 영향을 미친 낙관주의
하지만 지나친 낙관주의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건강검진, 예방접종 등 예방적 행동을 줄이고 흡연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단적인 낙관론자들은 가벼운 낙관론자보다 담배를 피우고 돈을 저축할 가능성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낙관주의의 이점은 단점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인류의 진화가 낙관주의적 편향 없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지 혁명에 따라 인류는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지만, 이에 따라 결국 사람들은 종국에는 노화, 질병,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 결과 발생하는 두려움은 우리 몸의 여러 기능들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인지기능으로서 위험요소와 사망률을 낮게 평가하는 낙관적인 편향이 진화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불확실성과 경쟁의 세계에서 성공확률을 과대평가하는 낙관주의적 성향이 유리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대의 새해 목표에 치얼스!
아무튼 새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든 못 하든 희망적인 마음으로 새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손해 볼 일 없는 장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나 열심히 해마다 새해 목표를 다짐하는지도 모른다.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새해 목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어떤 목표를 막연히 생각만 했을 때 보다 문장으로 적어 보았을 때, 종이에 써서 수시로 볼 때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한다. 각자 새해 목표를 적어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고 팀원들과 함께 새해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이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작년에 지키지 못한 계획에 너무 낙심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올해도 새해 목표를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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