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한국가스공사에서 인권경영 업무를 맡으며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인권'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인권이란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여자건 남자건 외국인이건 우리나라 사람이건 누구나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후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우리의 인권을 보장받고 있을까? 우리 공사는 인권 보장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인권을 보장받는 삶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 것일까?
[글 경영협력처 기업문화부 박성민]
누구의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하는가?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대한민국이 가장 많이 떠오를 때는 언제일까? 나는 한 대형마트에서 우리나라가 절실히 생각난 적이 있다. 어느 여유로웠던 주말,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며 여유롭게 장을 보러 나섰다. 하지만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곧 영업이 종료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지금이 오후 3시 반인데 왜?' 하는 의문이 들어 본 영업시간 안내판에는 '주말은 4시까지'라고 적혀있었다. 대형마트란 주말에 가족들이 여유롭게 장을 보는 곳이고, 여름에는 자정까지도 영업하는 곳이 아닌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트에서 돌아와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네가 말한 것처럼 가족들이 함께하는 주말인데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편안한 나의 주말과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주말, 누구의 권리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걸까? 최근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편리해진 택배 시스템을 보면서 소비자들의 삶이 편리해진 만큼 배송기사들의 삶은 치열해진 듯하다. 배송기사들의 주 70시간 노동, 과로사 등 안타까운 뉴스를 접하면서 또 한 번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권리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걸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삶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답을 얻었다.
우리 공사는 인권 보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 가스공사는 서로를 배려하고 있을까? 최근 시행한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사 직원들의 대부분이 회사에서 인권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공사가 인권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대부분이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사는 임직원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인권경영 담당부서를 신설하고, 인권경영헌장, 규정 등 인권경영규범을 만들어 선포했다. 또한 인권전담 위원회를 신설하고 구제제도를 마련하는 등 인권경영 추진을 위한 탄탄한 체계를 구축해왔다. 뿐만 아니라 경영활동에서의 실제적·잠재적 인권리스크를 파악하고 예방·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인권침해 사전예방에도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인권경영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공사의 중기경영계획, 혁신종합계획 등과 인권 추진과제를 연계하여 인권경영 추진 실행력을 제고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인권경영체계를 바탕으로 외부 이해관계자의 인권존중에도 노력해왔다. 작년 무더웠던 여름 날, 우리 공사는 공공기관 최초로 건설현장 노동자 인권존중 제도를 확립하여 7개 현장 2,354명의 노동자 인권을 보호하였다. 극심한 폭염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성 증가로 현장 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보장 등 인권존중 제도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이에 공사는 폭염경보 시 작업금지 및 작업금지 시간 임금 보전, 휴식환경 개선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실행해 건설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단순히 폭염경보에 따른 작업 금지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도록 작업 금지 시간에 대하여 임금을 보전하고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도록 설계를 변경한 것을 보면 우리 공사가 단순히 경제성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 인권, 환경,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건설 현장 구축에 노력하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2018년 2월, 우리 공사는 에너지 공기업 대표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경영 매뉴얼 시범 기관에 선정되어 인권경영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모범적인 인권경영 추진활동으로 인권경영 선도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국가인권위가 주관하는 인권경영 포럼에서 2년 연속 대표 발제하며 모범사례를 공유하였다. 뿐만 아니라 벤치마킹을 요청하는 약 60여 개 기관에 공사가 인권경영을 추진함에 있어 겪은 도전과제와 극복방안 등의 노하우를 전파하여 공공 및 민간분야 인권경영 확산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권이 보장받는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권이 보장받는 삶을 위해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배려'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인권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첫 단계하고 생각한다. 오늘도 함께하는 나의 동료, 선후배, 협력사 직원 등 모두를 배려하는 자세로 인권존중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다음 필봉계주 주자는 예산투자관리부 전진영 주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