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愛발견1
여름에도 시원하고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편리한 삶은 환경을 볼모로 한다. 우리 일상이 더 차가워질수록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을 논하는 요즘, 자연에서 얻은 지혜로 슬기롭게 더위를 이겨낸 세계의 '이색 냉(冷) 건축물'을 소개한다.
[글 편집실]
흰개미 집에서 영감 얻은
짐바브웨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연평균 40℃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이곳에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쇼핑센터가 있다. 1996년 지어진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가 그것이다.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에어컨을 달지 않고도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축을 설계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건축가 마이크 피어스. 그는 우연히 사막에 집을 짓고 산다는 흰개미에 대해 듣게 된다. 몸길이가 5mm밖에 안 되는 이 조그만 녀석의 집은 무려 1~3m이며, 더욱 놀라운 것은 아무리 바깥이 뜨거워도 실내 온도는 30℃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이스트게이트는 지붕에 통풍창을 달아 더운 공기를 빠져나가게 하고 지하에는 구멍을 만들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게 하는 구조로, 내부가 24℃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동굴에 자리한 신비로운 테마파크
루마니아 살리나 투르다
흡혈귀의 고장 루마니아에는 미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신비로운 테마파크가 있다. 중세 시대 소금 광산을 리모델링한 지하 120m 깊이의 살리나 투르다.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입장부터가 모험인 이곳에는 박물관, 대관람차, 공연장, 문화시설, 놀이기구 등 웬만한 테마파크 못지않은 다양한 시설이 자리한다. 또 이 안은 연중 12℃의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바로 소금광산의 특성이다. 살리나 투르다는 특유의 습도와 공기 환경으로 기관지나 폐가 좋지 않은 이들의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힐링 관광명소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물과 바람이 열기를 잠재운 아름다운 궁전
스페인 알함브라
옛 건축물들은 오랜 경험과 지혜를 통해 적은 에너지로도 충분한 냉방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스와 로마의 저택에서 흔히 보이는 중정이 그중 하나로, 물과 바람을 활용한 것이다. 중정은 건물 가운데 위치한 연못을 일컫는 것으로,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알함브라 궁전은 중앙의 커다란 정원을 방들이 요새처럼 둘러싼 구조다. 중정에는 큰 연못이 있고 이곳으로부터 사방으로 물길이 이어져 방 안쪽까지 흘러든다. 중정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은 오아시스를 상징하는 한편으로 효과적인 냉각장치 역할을 한다. 중정이 있는 공간은 바깥보다 온도가 9℃ 정도 더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