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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愛온도

어른들도 잘 놀고 싶다. [뽀로로와 친구들]의 주제가 한 구절처럼 "노는 게 제일 좋은" 어른들은 오늘도 '잘 놀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아이들은 어디서 배우지 않아도 잘만 노는데, 어른들은 잘 노는 것도 배워야 하고, 자녀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놀이도 배워야 하고, 즐겁고 신나는 중에도 불안감을 느낀다. 가족의 달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어른들을 위해 놀이 박사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글 김새미나 사진 김지원]


김동철 박사는
아동 심리·정신 분석과 뇌공학 분야의 전문가. 녹십자 밸런스 심리케어 클리닉 센터장을 맡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술학 박사를 마치고, 귀국 후 한국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표 저서는 [잠재력을 깨우는 두뇌심리], [나는 당신의 행복한 스타입니다],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다. Story on [맘토닥톡], SBS [오 마이 베이비], KBS [위대한 유산], [위기의 아이들], EBS [가족건강 프로젝트],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에 출연했다. 또한, 심리건축연구소를 개설해 하남스타필드 별마당키즈 도서관과 같은 심리와 건축을 융합하는 작업을 하는가 하면, 취미로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고, 영화 [꼭 껴안고 눈물 핑] 제작을 하기도 했다.

  • Q
  • 박사님, 어른들도 잘 놀 수 있는 법을 알려주세요.
  • A
  • 놀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과 교감하며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놀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보세요. 봉사도 놀이가 될 수 있거든요.
  • Q
  • 봉사가 놀이가 된다고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 A
  • 봉사라고 해서 '불쌍한 사람을 도와야지'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즐기게 되면 그것 또한 놀이예요. 예를 들어 개인이 '나는 독도수비대'라고 생각하고 활동에 참여하면 봉사의 개념이 크죠.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접하고, 애국심도 고취되고, 자부심도 생기는 효과도 있어요. 심리학 용어에는 '마더테레사 효과'라는 말이 있어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 현상입니다.
  • Q
  • 도파민이라면, 쇼핑을 하거나 게임을 할 때 분비되는 것 아닌가요?
  • A
  • 맞아요. 도파민이 분비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죠. 이런 활동은 자기에 대한 정서 안정으로 이어져 실제로 힐링이 됩니다.

  • Q
  • 놀이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네요.
  • A
  • 놀이에 대한 접근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어요. 놀이와 취미를 선택할때 '나의 쾌락'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게 진정한 놀이일까요? 놀이는 '개인의 쾌락을 찾는 것'과 '타인의 즐거움을 찾아줌으로써 내가 행복해지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 경우를 볼까요? 저는 새벽 5시쯤 일어나 7시에 출근합니다. 밤에 집으로 돌아오면 9시 정도 돼요. 토요일도 상담을 위해 출근하고요. 주말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버지와 산에 가고, 점심에는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습니다. 어때요? 행복해 보이나요(웃음)?
  • Q
  • 잠깐만요. 개인시간이 거의 없으신데요. 저희가 아니라 박사님을 걱정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 A
  • 저는 힘들지만 아버지는 저와 함께 등산을 다녀오면 굉장히 행복해하십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제가 행복하죠. 심리학에서는 자아를 제외한 모두가 타인입니다. 가족도요. 타인의 행복을 챙겨주면 자신이 힐링이 되고, 이게 습관이 되면 이것 또한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 Q
  • 타인을 위하는 게 결국 자신을 위하는 방법인 거네요?
  • A
  • 일반적으로 '놀이'를 정의할 때는 '내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죠. '업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해서 내가 재미있어야 한다', 이것은 나의 쾌락이에요.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타인의 즐거움'을 통해 나의 즐거움을 얻는 방법은 굉장히 고급 전략이에요. 하지만 고급 전략이라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행복감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김동철 박사가 심리건축 공학 공법으로 설계한 하남스타필드 내 별마당키즈 도서관(별마당도서관 사진제공)

  • Q
  • 요즘의 놀이는 SNS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로 놉니다. 다들 스마트폰을 너무 들여다보는 건 아닐까요?
  • A
  • 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는 나쁘다'는 편견을 갖고 있죠. 소셜미디어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 Q
  • 긍정적인 측면도 있나요? 의외인데요.
  • A
  • 긍정적인 예를 한 가지 들어볼까요?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과정 중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암 질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어 소통을 잘하지 못해요. 감정기복도 심하고요. 그런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화하면 자신의 실제 모습이 보이지 않죠. 암 환자인지, 직업이 있는지, 성별이나 외모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축된 사람들에게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어요.

  • Q
  • 주변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인해 피로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 A
  •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는 사진이나 영상들은 예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죠. 각자 자신에게 가장 즐거운 순간을 업로드하는 거예요. 그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어요. '나는 최고의 순간을 골라서 업로드하는데…. 남들은 화려하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 사진이 그들의 일상처럼 보이는 거예요.
  • Q
  • 그럴 땐 잠깐 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나요?
  • A
  • 저도 소셜미디어를 해요.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과감히 내려놓습니다. 어떤 놀이도 과잉이 될 수가 있고, 그럴 때는 줄이면 돼요.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마세요. 분명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복을 느낀 시기가 있을 거예요. 그 감정은 그대로 가져가되 빈도나 시간을 조절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Q
  • 집안에서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무절제하게 쓰는게 정말 골칫거리인데요.
  • A
  • 골칫거리긴 하지만 새로운 놀이문화라고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앞으로는 놀이가 디지털화할 거예요. 스마트폰 놀이를 다른 아이들은 매일 3시간씩 하는데 우리 아이만 30분으로 통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친구들 사이에 소통이 안 돼요. 너무 통제할 필요는 없고요.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 후 적절한 시간을 정하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 Q
  • 봄에 우울증 환자가 가장 급격히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더라고요. 심리학자로서 우울함 극복법을 알려주신다면요?
  • A
  • 우울함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사람'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극복할 수 없어요.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서 '나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에요. 지적 지능이 높은 동물들은 대부분 혼자 움직여요. 상위포식자는 힘이 있고 지능이 높기 때문에 혼자서 다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인간은 최상위포식자예요. 인간만큼 무리를 지어 다니는 존재는 없죠. 왜일까요? 무리를 지어 다니면 자기 에너지를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는 줄이면서도 더 절대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 거죠.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있어야 하고, 비슷한사람끼리 함께 있어야 합니다. 나보다 높으면 조아려야 하고, 낮으면 베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비슷한 사람들과 있으면 편안함 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동철 박사가 심리건축 기법을 적용시킨 심리건축 곤지암 '품' (두일호 사진제공)

  • Q
  • 마지막으로 건강한 심리상태를 만드는 꿀팁을 알려주세요.
  • A
  • 첫째, 수면입니다. 직장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죠. 가능한 자정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6시간은 무조건 자야 해요. 잠을 잘 자야 우울감도 해소됩니다. 둘째, 움직이세요. 손과 허벅지는 제2의 뇌입니다. 신경세포가 가장많이 연결된 곳이거든요. 점심시간에 20~30분, 출퇴근할 때 조금 귀찮지만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스트레스 완화에 좋습니다. 셋째는 환기입니다. 환기에는 물리적 환기와 정신적인 환기가 있어요. 기분이 나쁘거나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그 공간에서 바로 벗어나야 해요. 아주 짧게라도요. 예를 들어 방에서 계속 우는 아기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울음을 뚝 그칩니다. 이처럼 물리적 환경이 바뀌면 뇌의 사고가 완전히 전환됩니다. 이처럼 물리적 환기가 어려울 때에는 정신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세요. 가고 싶은 나라의 사진을 책상에 붙여놓는다든가 좋아하는 가수 사진을 붙여놓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김동철 박사의 추천작

도서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 딸에게 보내는 편지]

  • 저자 : 김동철
  • 출판사 : 메이트북스

10대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소통해야 할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귀찮고 화가나고 공부가 싫은 우리 시대의 10대들에게 소통과 사랑, 꿈과 공부의 가치를 편지 형식으로 구성했다. 고민 많은 부모에게 추천하는 책이자, 아이들에게도 선물이 되는 책.

도서 [코스모스]

  • 저자 : 칼 세이건
  •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중압감 있는 표지와 많은 페이지의 압박을 이겨내면 신세계를 만날 것이라는 김동철 박사의 설명. 심리학자들에게 좋은 책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도 아주 좋은 책이다.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이 열려있는 사고를 만들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두께가 부담스럽다면 한 달에 10페이지라는 목표를 정하고 천천히 읽어보라는 노하우도 전수해줬다.

전시 [호안 미로의 전시]

화가이자 도예가인 호안 미로의 그림은 기호와 상징으로 이뤄져 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있다는 느낌을 준다. 단순한 색과 동화적 발상, 창의적인 색감은 마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따스한 지중해 날씨를 연상시킨다고. 아동심리학적으로도 중요한 작품이지만 어른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